▲ 24일 오후 서울 강서구 가양 레포츠센터에서 열린 'AIA 생명과 함께하는 토트넘 선수 방한기념 기자간담회'에서 손흥민 선수가 동료들의 장난에 환하게 웃고 있다. 사진=이코노믹리뷰 박재성 기자

웃음보가 터졌다. 양손에 얼굴을 파묻고 한참 웃다 진정하고 다시 인터뷰를 하려 했지만, 옆자리 동료를 보니 이내 또 웃음이 터진다. ‘낙엽만 굴러가도 웃기다’는 말처럼 사소한 얘기에도 웃음은 멈추질 않는다.

PC방이나 분식집에서 친구들과 웃고 떠드는 고등학생이 아니다. 아시아 축구선수 최고 이적료를 갱신한 ‘슈퍼스타’ 손흥민이다. 그라운드에서는 저돌적인 돌파와 감각적인 슈팅을 날리는 최고의 공격수지만 밖에서는 순수하고 밝은 20대 청년이었다.

함께 한국을 방문한 카일 워커, 캐빈 비머, 벤 데이비스 등 토트넘 선수들은 손흥민과 오랫동안 함께 뛰고 싶다고 말했다. 기분이 다운됐을 때 일부러 손흥민을 찾아갈 만큼 팀 내에서 ‘분위기 메이커’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고 엄지를 추켜세웠다. 허물없고 끈끈한 동료애가 드러나는 대목이었다.

여고생 얘기에 웃음만발…“영락없는 20대 청년”

손흥민은 2017년 현재 우리나라를 넘어 ‘아시아 최고의 공격수’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지난 2015년 레버쿠젠에서 토트넘 핫스퍼로 이적하면서 이적료 3000만 유로(약 408억원)를 기록하며 아시아 축구선수 중에서 역대 최고 이적료 기록을 세웠다. 특히 이번 시즌 손흥민은 총 21골을 기록해 차범근(19골)의 한 시즌 최다골 신기록을 갱신했다.

손흥민과 토트넘 핫스퍼 최고의 선수들이 함께 한국을 방문했다. 이번 방한은 토트넘의 스폰기업 AIA생명의 한국진출 30주년 기념행사의 일환으로 추진됐다.

손흥민과 토트넘 선수들은 지난 23일 입국한 뒤 24일 오전에는 서울 배화여자고등학교를 방문해 ‘AIA생명 헬시 리빙 토크쇼’에 참석했다. 손흥민은 진지하게 자신의 식습관과 운동방법을 설명했다. 축구 선수로서 어떻게 관리를 하는지 상세히 짚어주면서 여고생들에게 건강 노하우를 전수했다. 팬들을 챙기는 마음 씀씀이까지 완벽했다.

“청소년 여러분들도 자신의 꿈과 미래에 대한 기대 등이 있을 텐데, 무엇보다 건강이 제일 우선이라고 생각합니다. 건강한 몸과 마음을 바탕으로 꿈을 따라가다 보면 여러분이 원하는 바를 꼭 이루실 것으로 믿습니다. 응원하겠습니다.”

특히 손흥민과 토트넘 핫스퍼 선수들은 배화여고 학생들과 2인 1조로 김밥을 만드는 프로그램도 진행했다. 미리 선발된 배화여고 학생 4명이 손흥민 등 토트넘 선수 4명과 짝을 이뤘다. 이들은 김밥을 함께 만들며, 건강과 축구를 주제로 대화를 이어 나갔다.

▲ 24일 오전 서울 배화여고에서 열린 'AIA생명 헬시 리빙 토크쇼'에 참석한 손흥민과 토트넘 선수들이 여고생들과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출처=AIA생명)

손흥민의 표현에 의하면 토트넘 선수들은 여고생들에게 ‘좋은 기운’을 받았다고 한다.

토트넘 핫스퍼 선수들은 배화여고 학생들과 음식을 함께 만들면서 한국의 문화를 체험해 볼 수 있었다. 네명의 선수들은 여고생들을 떠올리며 함박웃음을 지었다. 특히 손흥민의 웃음은 한동안 멈추질 않았다.

벤 데이비스는 “정말 큰 환영을 받았고 학생들에게 큰웃음 줘서 기뻤습니다. 우리도 크게 웃을 수 있어 정말 좋았으며, 앞으로도 좋은 기회 만들고 만나갔으면 합니다”라고 소감을 밝혔다.

손흥민은 한참을 웃다 진정하고 다시 말을 이어갔다. 이럴 때 보면 영락없는 20대 청년이구나 싶은 생각이 들었다.

“친구들 모두 외국선수들이라 한국 접할 기회 없었습니다. 여고는 저도 처음 가봤습니다. 행동 하나하나에 여학생들 함성을 질러주어 모두 좋아했습니다. 저한테도 색다른 기회가 됐습니다. 정말 어깨가 살아나게 됐습니다. 많은 팬분들이 응원한다고 보여줄 수 있어 너무 감사했습니다.”

▲ 24일 오후 서울 강서구 가양 레포츠센터에서 열린 'AIA 생명과 함께하는 토트넘 선수 방한기념 기자간담회'에 (왼쪽부터)캐빈 비머, 벤데이비스, 손흥민, 카일워커 선수가 입장하고 있다. 사진=이코노믹리뷰 박재성 기자

오후부터는 강서구 가양레포츠센터로 자리를 옮겨 축구를 좋아하는 뇌성마비 장애아동 30여명에게 축구의 기본 기술을 알려주는 ‘축구 클리닉’ 시간을 가졌다. 선수들은 장애아동들에게 패스, 드리블, 슈팅 등을 설명하고, 함께 미니게임을 진행했다.

손흥민은 드리블 하는 장애아동이 넘어지지 않도록 손을 꼭 잡고 함께 움직였다. 중간중간 ‘화이팅’, ‘잘했어’ 등 힘을 북돋아 주는 응원도 잊지 않았다.

골키퍼 역할을 맡을 때는 충분히 막을 수 있는 슛도 티나지 않게 골을 먹히는 센스까지 발휘했다. 

▲ 24일 오후 서울 강서구 가양 레포츠센터에서 열린 'AIA 생명과 함께하는 토트넘 선수 방한기념 기자간담회'에 참석한 손흥민 선수가 서울시립뇌성마비복지단 축구선수를 대상으로 일일축구클리닉을 진행하고 있다. 사진=이코노믹리뷰 박재성 기자

겸손하고 잘생긴 ‘분위기 메이커’

손흥민에 대한 토트넘 3인방의 평가는 어떨까. 케빈 비머는 ‘베스트 프렌드’라는 표현을 썼다.

비머는 “손흥민은 아시아 최고의 축구선수입니다. 공항과 여고에서 우리가 환영받은 것도 모두 흥민이 덕분입니다”라며 “선수경력이 많이 남아있기에 더 큰 선수로 성장할 수 있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그는 “흥민은 내 ‘베스트프렌드’입니다. 많은 도움을 줬고, 같은 클럽에 있다는 것 자체가 기쁩니다. 앞으로도 오랜시간 같이 선수생활을 하고 싶습니다”고 말했다.

데이비스는 손흥민의 외모가 잘생겼다고 추켜세웠다.

그는 “처음 입국할 때 공항에 많은 팬분들이 와줬습니다. 정말 손흥민이 한국에서 인기 많고 잘생겼다고 평가받는단 얘기가 많이 나왔는데 실제로 보니(확인하니) 신기했습니다. 자꾸 보니까 잘생긴 것 같네요”라고 밝혔다.

카일 워커는 손흥민의 최대 장점을 ‘겸손함’이라고 설명했다.

워커는 “손흥민은 정말 잘생겼습니다. 가장 특별하다고 여겨지는건 겸손함입니다. (단순히) 잘생겼을 뿐만 아니라 매일매일 훈련도 열심히 하는 좋은 선수입니다”라고 칭찬했다.

▲ 24일 오후 서울 강서구 가양 레포츠센터에서 열린 'AIA 생명과 함께하는 토트넘 선수 방한기념 기자간담회'에 참석한 손흥민과 절친 캐빈 위머가 골 세레머니를 하고 있다. 사진=이코노믹리뷰 박재성 기자

승리 세레머니 ‘핸드 쉐이크’에 대한 비하인드 스토리도 공개됐다.

비머는 “손흥민이 먼저 해줘서 계속 하게 됐습니다. 다른 선수랑은 또 다른 종류의 핸드 쉐이크를 하는데요. 이런 세레머니 자체가진짜 좋은 분위기를 유지하도록 하는 것 같습니다”고 말했다.

이들은 손흥민의 긍정 에너지가 팀에 큰 도움이 된다고 입을 모았다.

워커는 “흥민은 절대 다운돼 있지 않습니다. 항상 웃고 있어 긍정 에너지를 전달해줍니다. 저희가 다운될 때는 흥민이 웃고, 장난치고, 춤추고, 노래부르고 합니다. 이런걸 보면 같이 힘이 납니다”라고 말했다.

좋은 분위기를 이어가기 위해 선수들은 다음 시즌의 활약을 다짐했다. 특히 손흥민의 각오가 남달라보였다.

“토트넘이 좋은 시즌을 보냈음에도 많이 아쉬웠던 시즌이었습니다. 우승 트로피를 못 들었다는 점이 상당히 아쉬웠지만 작년 시즌보다 발전한 모습을 보여줬다고 생각합니다. 앞으로 더 좋은 모습으로 우승에 기여하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