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SDS가 ‘엔터프라이즈 이더리움 얼라이언스’(EEA)에 참여하면서 4차 산업혁명 수혜주로서의 명성을 높일 수 있을지 주목된다. 그간 실적보다는 삼성그룹 지배구조 개편 이슈에 삼성SDS의 주가가 민감하게 반응했으나 그 기대감이 사라진 만큼 주가도 하락해 거품은 해소된 상황이다. 이제는 실력과 실적에 따른 가치평가를 받을 시간이다.

삼성SDS는 기업형 글로벌 블록체인 연합체인 ‘엔터프라이즈 이더리움 얼라이언스’(EEA)에 참여한다고 지난 23일 밝혔다. EEA는 마이크로소프트(MS), 인텔, JP모건, ING 등 30여개 글로벌 기업들이 블록체인의 핵심 프로토콜인 이더리움 기술을 기반으로 기업형·블록체인 솔루션을 공동 개발하기 위해 출범한 단체다.

삼성SDS는 기업형 블록체인 플랫폼 ‘넥스레저’를 기반으로 디지털 신분증, 지급결제 서비스 등 개발 역량과 삼성카드 디지털 지급 서비스 적용 사례를 높이 평가받아 회원사로 선정됐다.

이더리움은 비트코인 기술에 자극을 받아 지난 2014년에 개발된 범용 블록체인 플랫폼이다. 모든 거래 참여자들이 동일한 거래 기록을 나눠 갖는 분산 원장 체계를 갖추고 있으며 네트워크에서 통용되는 독자적인 가상화폐 ‘이더’(ETH)를 사용한다. 비트코인이 ‘비트코인’(BTC)이라는 가상화폐를 사용하는 것과 같은 것이다.

그러나 기술적 측면에서 이더리움은 비트코인과 차이가 있다. 비트코인은 1MB로 블록 크기가 고정돼 있는 반면, 이더리움은 블록 크기에 제한을 두지 않는다. 이에 이더리움은 비트코인 거래시 항상 문제로 지적돼왔던 부분인 블록 크기 논쟁에서 벗어나고 블록 생성 주기를 약 12초까지 줄여 10분에 한 번 꼴로 블록 생성 과정이 일어났던 비트코인 대비 빠른 데이터 검증이 가능하게 됐다.

최초로 이더리움이 선을 보였을 당시, 이더리움은 비트코인을 대체하기보다는 비트코인 기능성을 확장해주는 보완적 플랫폼이라는 인식이 강했다. 그러나 이더리움은 비트코인이 가진 모든 기능성을 완벽히 다 가지고 있으며 비트코인으로 처리하기에 어려운 것들을 손쉽게 처리할 수 있도록 하는 등 비트코인을 뛰어넘을 수 있다는 생각으로 확대되기 시작했다.

최근 비트코인 가격이 개당 2300달러를 넘어서는 등 가파른 상승세를 보이면서 이더리움에 대한 관심도 높아지고 있다. 지난 3월부터 이더리움 가격은 본격 상승을 시작해 당시 개당 19달러에서 5월 23일(현지시간) 기준 180달러를 넘어서는 등 무려 10배 가까운 상승을 했다. 같은 기간 비트코인 가격은 약 2배 가량 올라 이더리움의 상승률이 월등히 높았다.

이렇게 이더리움이 시장의 주목을 받는 가운데 삼성SDS의 EEA 참여는 상당히 긍정적인 소식이라 할 수 있다.

실적보다 지배구조 개편 기대감에 휘둘린 삼성SDS...이제는 다르다

삼성SDS는 이전부터 ‘4차 산업혁명 수혜주’로 꼽혔다. 하지만 삼성SDS의 주가 추이를 보면 이러한 수식어가 무색하게 느껴진다. 삼성SDS는 지난 2014년 11월 14일 상장했다. 당시 공모가는 19만원이었으나 상장 당일 시작가는 무려 38만원을 기록했다. 하지만 이날 삼성SDS의 주가는 전일대비 13.82% 폭락한(장외 거래가격 대비) 32만7500원으로 장을 마쳤다.

또, 같은달 25일에는 42만8000원의 최고가를 기록해 삼성그룹 지배구조 개편 수혜주로서의 진가를 드러내는 듯 했다.

그러나 삼성SDS의 주가는 본격적인 내리막길을 걷기 시작한다. 2015년 말에는 25만4000원, 2016년말에는 13만9500원을 기록하는 등 하락세는 멈추지 않았다.

또 올해는 삼성전자의 지주사 전환 철회 및 자사주 소각을 발표소식에 삼성그룹 지배구조 개편 수혜주의 기대감도 사라지면서 더욱 암울해지기 시작했다. 그러나 모든 기대감이 사라진 순간이 주가의 바닥을 암시했던 것일까. 삼성전자 지주사 전환 철회 소식이 전해진 당일 삼성SDS의 주가는 전일대비 6.48% 급락한 13만7000원을 기록했으나 이후 꾸준히 상승해 24일 15만9000원으로 거래를 마치는 등 긍정적인 흐름이 나타나고 있다.

삼성SDS의 주가가 상승하는 이유로는 단연 실적과 밸류에이션을 꼽을 수 있다. 삼성SDS의 매출액(연결기준)은 2014년 7조8977억원, 2015년 7조8535억원, 2016년 8조1802억원, 영업이익도 같은 기간 5934억원, 5883억원, 6271억원을 기록하는 등 안정적인 흐름을 보이고 있다.

한편 삼성SDS의 주가수익비율(PER)은 2014년 55배, 2015년 44.77배, 2016년 23.27배로 점차 낮아졌으며 주당순자산비율(PBR)도 2014년 5.52배, 2015년 4.28배, 2016년 2.10배로 하락했다. PER과 PBR은 기업의 수익성 및 자산가치 대비 주가 수준을 진단하는 지표로 그 수치가 높을수록 고평가, 낮을수록 저평가됐다고 말한다. 그만큼 삼성SDS의 주가가 실적 상승대비 빠르게 하락한 것이다.

증권사들은 삼성SDS 목표주가를 점차 낮춰왔다. 아울러 목표주가와 실제 삼성SDS의 주가 괴리율도 최근 20%대 수준으로 낮아졌다. 목표주가 괴리율은 지난 2014년 말에도 20%대를 기록한 바 있다.

▲ 삼성SDS 주가 및 목표주가 괴리율 [출처:한국거래소, 와이즈에프앤]

한 증권사 연구원은 “2014년 말 삼성SDS의 주가가 워낙 고평가돼 있어 목표주가를 올리기 쉽지 않았기 때문에 목표주가 괴리율이 낮았다”며 “목표주가의 경우 후행적으로 움직이는데 최근 삼성SDS 주가가 상승하면서 괴리율이 낮아졌다”고 전했다.

그는 이어 “경험상 시장 밸류에이션이 상대적으로 저평가됐을 때, 목표주가 괴리율이 낮은 경우는 실적추정에 거품이 없다는 뜻으로 해석할 수 있다. 다만 고평가 구간에서도 목표주가 괴리율이 낮게 나타날 수 있다는 점은 주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삼성SDS의 주가가 2014년 말 이후 지속 하락해 현재는 거품이 해소됨과 동시에 증권사들의 눈높이도 낮아졌다는 평이다. 그만큼 투자를 하는 데 있어서 부담은 없다는 분석이다.

▲ 삼성SDS 주가 및 목표주가[출처:한국거래소, 와이즈에프앤]

그간 삼성SDS의 주가는 예측 불가능의 영역이었다. 주가가 펀더멘탈보다는 삼성그룹 지배구조 이슈에 더욱 민감하게 반응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현재는 지배구조 개편 이슈는 사라지고 이 시점에서 삼성SDS는 이더리움으로 주목받게 됐다.

특히 삼성SDS의 블록체인 플랫폼 넥스레저는 금융뿐만 아니라 다른 산업 영역에도 범용적으로 사용할 수 있다는 점에서 향후 기업 성장동력의 주축이라 할 수 있다. 물론 이에 대해 과도한 기대는 금물이다.

한편, 삼성SDS의 실적이 매년 꾸준히 증가하는 가운데 지난해에는 물류BPO(업무처리 아웃소싱) 부문이 북미와 유럽지역에서 큰 성과를 내기 시작하면서 효자 노릇을 했다. 큰 이변이 없는 이상 삼성SDS의 실적이 폭락할 가능성은 적은 셈이다. 향후 삼성SDS의 주가는 실적과 미래 성장동력에 대한 의존도가 높아질 전망이다. 4차 산업혁명의 수혜주로 그 명성을 높일지 귀추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