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산업기본법 제28조 제2항이나 민법 제669조는 발주자의 지시에 따라 시공한 경우 또는 목적물의 하자가 도급인이 제공한 재료의 성질 등에 기인한 때는 수급인은 하자 담보 책임을 부담하지 않는다는 내용을 정하고 있다. 이와 관련해서 문제되는 것이 설계상 하자의 판단 기준이라 할 것인데, 그 기준을 일률적으로 정할 수는 없고 건축물의 하자와 관련해서 명백히 위 기준을 제시한 사례도 많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비록 건축물의 하자 여부와 직접 관련된 것으로 볼 수는 없지만, 제조물책임법 제2조(정의) 제2호 나.목에서는 ‘설계상의 결함이란 제조업자가 합리적인 대체설계를 채용했더라면 피해나 위험을 줄이거나 피할 수 있었음에도 대체설계를 채용하지 아니해 해당 제조물이 안전하지 못하게 된 경우를 말한다’고 규정하며, 대법원 2014. 4. 10. 선고 2011다22092 판결은 제조물에 설계상의 결함이 있는지 판단하는 구체적 기준과 관련해서 ‘일반적으로 제조물을 만들어 판매하는 사람은 제조물의 구조, 품질, 성능 등에서 현재의 기술 수준과 경제성 등에 비추어 기대 가능한 범위 내의 안전성을 갖춘 제품을 제조해야 하고, 이러한 안전성을 갖추지 못한 결함으로 인해 사용자에게 손해가 발생한 경우에는 불법행위로 인한 배상책임을 부담하게 되는데, 그와 같은 결함 중 주로 제조자가 합리적인 대체설계를 채용했더라면 피해나 위험을 줄이거나 피할 수 있었음에도 대체설계를 채용하지 아니해 제조물이 안전하지 못하게 된 경우를 말하는 이른바 설계상의 결함이 있는지는 제품의 특성 및 용도, 제조물에 대한 사용자의 기대의 내용, 예상되는 위험의 내용, 위험에 대한 사용자의 인식, 사용자에 의한 위험 회피의 가능성, 대체설계의 가능성 및 경제적 비용, 채택된 설계와 대체설계의 상대적 장단점 등 여러 사정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사회통념에 비추어 판단해야 한다’고 판시한 바 있다.

또 책임감리업무를 수행하는 감리자가 시공 전 설계도서에 기술적인 문제가 있는지 검토해 발주청이 손해를 입지 않도록 할 주의 의무를 부담하는지 여부와 주의 의무를 위반했는지 판단하는 기준과 관련해서 대법원 2015. 2. 26. 선고 2012다89320 판결은 ‘책임감리 업무를 수행하는 감리자는 시공 전에 설계도서에 기술적인 문제가 있는지 검토해 문제가 있다고 판단되면 발주청에 이를 보고하고 설계자와 협의함으로써 이러한 기술적인 문제가 있는 설계로 인해 발주청이 손해를 입지 않도록 해야 할 주의 의무가 있다. 그리고 책임감리 업무를 수행하는 감리자가 위와 같은 주의 의무를 위반했는지는 당시의 일반적인 감리자의 기술 수준과 경험에 비추어 설계도서의 검토에 의해 설계상의 기술적인 문제를 발견하는 것이 기대 가능한 것이었는지에 따라 판단되어야 한다’고 판시해 분뇨 및 음식물쓰레기 처리시설 공사를 발주한 지방자치단체가 설계 오류 등으로 그중 음식물쓰레기 처리시설이 정상 가동되지 않자 책임감리계약을 체결한 회사를 상대로 설계 오류에 대한 감리업무 태만을 이유로 손해배상을 구한 사안에서, 위 회사가 설계 오류를 구체적으로 지적할 수 있었다고 단정하기 어려운데도, 위 회사가 설계 오류에 대한 감리업무를 태만히 했다고 본 원심 판결에 법리오해의 위법이 있다고 보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