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정관리 중인 기업에서 노사갈등이 심해지면, 채권자 등 이해관계인들은 채무자 회사의 회생가능성에 큰 의구심을 갖는다. 법정관리 중인 웨스팅하우스가 딱 그 모양새다.

도시바 산하 미국 원자력발전 자회사 웨스팅하우스(Westinghouse)는 미국 북동부 뉴햄프셔 부품공장 172명의 노조조합원과의 노사합의에 실패, 직장 폐쇄했다고 지난 23일 지지통신이 보도했다. 지지통신은 웨스팅하우스의 직장폐쇄조치가 회생절차에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웨스팅하우스 노조는 1년 전 만기된 단체협약을 갱신하고자 올 4월부터 협상에 나섰으나 이견을 좁히지 못했다. 웨스팅하우스는 “노조 중재에 실패했고 노조는 사측의 최종으로 제안한 최선의 합의안을 거절했다”고 말했다.

지지통신은 로이터 통신 보도를 인용하여 미연방파산 법원은 웨스팅하우스에 대해 약 4억 5000만달러(약 5천억원)의 DIP금융을 지원하는 결정을 내렸다고 밝혔다.

DIP금융(Debtor In Possesstion Financing)은 법정관리 기업에 자금을 융통해 주는 금융을 말한다. 부채가 동결된 상태에서 운영자금을 지원하여 회사가 회생할 수 있도록 하는 자금이다. 빚이 많은 기업에 자금을 융통하기 때문에 리스크가 있는 반면, 회사가 정상화되면 투자자가 우선적으로 높은 이율로 상환 받을 수 있는 장점이 있다.

웨스팅하우스는 이미 3억5000만달러(약 4000억원)의 대출이 승인받는등 현재까지 총 8억달러(약 9000억원)를 지원받았다.

웨스팅하우스는 지난달 지적 재산을 담보로 DIP금융을 시도했다. 이 과정에서 원전 건설을 발주했던 전력회사가 우려를 표명해 논란이 있었다. 당시 웨스팅하우스는 최첨단 원자로 ‘AP 1000’특허 등을 제 3자에게 담보로 제공하고 DIP금융을 요청했었다.

조지아에서 원전 2기를 수주한 웨스팅하우스는 지난 26일(현지시간) 뉴욕 연방 파산 법원에 제출한 문서에서 “대출 업체가 지적 재산권에 대한 담보권을 행사하면 원전 건설 계획이 혼란에 빠져 중단될 가능성도 있다는 주장을 발주업체가 하고 있다"고 주장하며 담보 제공을 방지하도록 요구한 바 있다.

도시바는 지난 2006년에 원자력 제조회사인 웨스팅하우스를 54억 달러에 인수했었다. 그러나 미국의 원자력 발전소 건설이 지연되면서 회사에 큰 손실을 안겼다. 2015년에는 회계 부정 사건으로 큰 소동을 겪었다. 최근에는 원전 건설 프로젝트로 발생된 손실을 메우기 위해 도시바 낸드 메모리칩 사업부를 매각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해 현재 인수전이 한창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