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씨소프트가 야심작 ‘리니지M’ 출시를 앞두고 고심에 빠졌다. 이용 등급 분류 문제가 걸린다. 원작의 핵심 콘텐츠 중 하나인 개인거래소 시스템을 구현할 경우 청소년에 유해할 수 있다는 지적이 존재하는 까닭이다.

시선이 엇갈린다. 과도한 규제 프레임으로 흥행 기대작을 옭아매지 말아야 한다는 의견이 있다. 자율 규제 시대로 완전히 가기 위해 업계가 책임을 다해 청소년 보호 정책을 제시해야 한다는 주장도 존재한다.

▲ 출처=엔씨소프트

24일 업계에 따르면 엔씨소프트는 리니지M 출시를 한달 남짓 남겨두고 자체적으로 이용 등급을 확정하지 못했다. 모바일 MMORPG(대규모다중접속역할수행게임) 리니지M은 사전예약자가 400만명에 달할 정도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내달 21일 정식 출시된다.

현재 국내에선 게임에 관해 자체 등급 분류 제도를 시행하고 있다. 게임사 스스로 게임 등급을 정하는 제도다. 문제 소지가 있는 게임에 한해 게임물관리위원회가 사후적으로 재분류 권고와 결정을 내린다.

리니지M의 원작인 리니지는 청소년이용불가(청불) 등급이다. 당초 엔씨소프트는 리니지M을 12세이용가로 선보이려 했던 걸로 알려졌다. 청불 등급으로 출시할 경우 사업적으로 불리한 측면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특히 모바일 플랫폼에선 더하다. 청소년 유저들을 배제해야 하는 것은 물론 아예 애플 앱스토어에서 게임 서비스가 불가능하다. 앱스토어 자체가 성인 인증 절차가 없는 까닭이다.

엔씨소프트가 신중한 이유는 앞선 사례가 있어서다. 지난 10일 게임물관리위원회는 넷마블게임즈의 ‘리니지2 레볼루션’ 등급을 기존 12세이용가에서 청불 등급으로 재분류 판정을 내렸다.

레볼루션 게임내 거래소 시스템을 문제삼았다. 유료구매 가능한 게임재화로 유저간 아이템 거래를 할 수 있는 시스템이 청소년들에게 사행성을 조장해 유해하다는 판단에서다.

▲ 출처=넷마블게임즈

넷마블은 게임 시스템을 개선하는 한편 법적 대응에 나섰다. 리니지M에도 개인간 거래가 가능한 통합거래소 시스템이 구현된다. 12세이용가로 등급을 결정하면 같은 논리로 레볼루션처럼 철퇴를 맞을 여지가 있다.

시선이 엇갈린다. 한 게이머는 게임물관리위원회의 판단을 비판했다. “개인간 거래는 사행성 조장보단 정당한 경제행위”라며 “오히려 모바일게임에 널리 퍼진 확률형 아이템이 더 사행성 시스템”이라고 꼬집었다.

이재홍 한국게임학회장(숭실대 교수)은 이번 계기로 업계가 시험대에 올랐다고 지적했다. “유료재화로 개인거래가 가능한 시스템이 청소년들에게 유해할 수 있다는 점은 배제할 수 없다”며 “업계가 스스로 청소년을 보호할 수 있느냐 없느냐 시험대에 오른 것”이라고 했다.

이어 “대책 없이 등급을 낮추겠다는 건 잘못됐다”며 “진정한 자율규제 시대로 가기 위해 청소년 보호 정책과 게임내 안전장치를 업계가 먼저 제시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엔씨소프트 관계자는 “개인거래 시스템은 MMORPG 이용자들이 선호하는 콘텐츠”라며 “(등급 분류는) 아직 결정된 것이 없고, 출시 직전까지도 고민하겠지만 게임물관리위원회를 비롯해 많은 유저들이 만족할 수 있는 방향을 찾을 것”이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