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MS 김영욱 부장. 출처=한국마이크로소프트

"기술이 발전하며 개발자들은 엄청난 기회와 더불어 엄청난 책임을 지게 됐습니다. 어떤 기술이든 기본적으로 사람에게 유리해야 한다는 게 마이크로소프트(MS)의 기본 철학입니다"

한국MS의 김영욱 부장은 지난 23일 서울 종로구 중학동 MS 본사에서 연례 개발자 컨퍼런스 '빌드 2017 미디어 디브리핑'을 열고 이같이 말했다.

빌드 2017은 지난 5월 10일부터 12일까지 미국 시애틀 워싱턴 컨벤션 센터에서 열린 개발자 컨퍼런스다. 2011년부터 시작된 행사로 올해 7회째다. 200만원이란 값비싼 입장료에도 불구하고 표를 못 구할 정도로 인기가 많다.

◇모바일 퍼스트, 클라우드 퍼스트

클라우드에 대한 패러다임이 '서비스 단위'로 바뀌고 있다. 김 부장은 "MS는 처음부터 플랫폼 기업"이라며 "플랫폼이 클라우드로 넘어오며 잠재력이 폭발하고 있다. 상승하고 있는 MS 주가가 이를 대변한다"고 강조했다.

MS는 인공지능(AI)을 기반으로 한 '인텔리전트 클라우드(Intelligent Cloud)'와 '인텔리전트 엣지(Intelligent Edge)'라는 클라우드 인프라를 기반으로 업계를 견인하고 있다.

빌드 2017에서는 멀티 디바이스, 인공지능, 서버리스(Serverless) 개념을 강조했다. 특히 서버리스는 클라우드 시장에서 일어나고 있는 패러다임 전환을 말한다. 서버리스는 컴퓨팅 단위의 클라우드 서비스에서 기능(Function) 단위의 서비스가 늘어나고 있는 클라우드 시장의 큰 흐름이다.

컴퓨팅 단위의 클라우드에서는 가상 머신과 자원의 소비를 예상하고 관리하는 것이 중요했다면, 서버리스에서는 잘 만들어진 서비스들을 레고 블록을 조립하듯 잘 연결해서 구현할 수 있다. 서버리스는 의도한 서비스의 구현에만 집중할 수 있기 때문에 비교적 적절한 자원으로도 다양한 시나리오에 대처할 수 있다.

이번 빌드 2017에서 발표된 AI, 사물인터넷, 데이터 서비스 등 거의 모든 서비스는 인프라의 개념이 아니라 서비스 단위로 호출해서 사용할 수 있는 서버리스로 볼 수 있다.  MS는 플랫폼 기업으로서 많은 기술과 서비스를 가지고 있다.

지난 1분기 MS 클라우드 사업부문 매출은 11% 증가한 67억6000만 달러를 기록했다. 클라우드 서비스 애저(Azure) 매출은 93% 급증했고, 상업용 클라우드 사업은 전년 대비 52% 증가해 152억 달러 수익을 올렸다.

MS는 클라우드 인프라를 중심으로 AI, IoT(사물인터넷) 등 4차 산업혁명시대의 핵심 기능과 서비스들을 제공할 계획이다.

▲ 서울 종로구 중학동 MS 본사에서 연례 개발자 컨퍼런스 '빌드 2017 미디어 디브리핑'. 출처=한국마이크로소프트

◇'인공지능' 민주화

사티아 나델라 MS CEO는 'AI 민주화'에 대해 "AI 기술의 사회적 영향력이 매우 커 사람에게 도움이 되는 방식으로 보편적으로 디자인되어야 한다"며 "신뢰할 수 있는 기술로 구현되어야 한다는 철학이 중요하다"고 밝힌 바 있다.

빌드 2017에서도 사티아 CEO는 다양한 AI 기술을 발표하기 전에 인텔리전트 클라우드와 인텔리전트 엣지를 언급했다. 인텔리전트 클라우드는 단순히 인프라를 제공하는 클라우드를 넘어, 클라우드를 중심으로 AI 기술과 MS의 기본적인 철학을 잘 녹여냈다.

김 부장은 'AI는 진입장벽이 생각보다 높은 분야'라고 설명했다. 그는 "AI가 잘 구현되려면 잘 만들어진 알고리즘, 이를 운영할 수 있는 강력한 인프라 등이 있어야 한다"며 "AI는 그냥 진화하는 게 아니라 학습시켜야 한다. 이를 위해 정확한 데이터가 필요하고, 어떻게 사용할 수 있을지 논의돼야 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정확한 데이터를 구축하는데 매우 많은 비용이 들어가고, 아직 사용할 수 있는 직군 자체가 적어 몇몇 소프트웨어 벤더들이 독점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MS는 인공지능을 어떻게 이용하고 있을까?

MS 그래프(Microsoft Graph)는 사람과 사람, 사람과 활동, 사람과 디바이스를 연결해 새로운 서비스를 만들어 낼 수 있는 AI 기반 서비스다. MS 그래프의 가장 좋은 예는 오피스 그래프(Office Graph)다. 12억명이 사용하는 오피스의 다양한 활동과 구성 요소를 연결해서 비즈니스에 필요한 인텔리전스와 인사이트를 제공한다.

AI 포 워크플레이스 세이프티(AI for Workplace Safety)는 AI 기반 안정장치다. AI가 현장에 설치되어 있는 여러 대의 CCTV에서 나오는 영상을 실시간으로 분석해 사전에 위험 요소 파악이 가능하다. 하인리히 법칙(또는 1:29:300의 법칙)은, 1명의 사망사고가 발생되기 전에 29명의 부상자가 생기고 300명의 부상 위험이 발생된다는 이론이다. 이는 작은 사고들이 반복되다 보면 큰 사고가 발생한다는 점을 강조한다.

AI 포 워크플레이스 세이프티는 영상 분석을 통해서 이러한 위험을 사전에 감지하고 알려줄 수 있다. 사진 속의 사람들이 적절한 권한을 가지고 작업을 하는지 해당 도구가 어디에 있는지 찾아주는 역할도 함께 한다.

AI 기반 코그니티브(인지) 서비스는 서비스의 양과 질, 한국어 지원 여부 등 MS가 경쟁사 대비 가장 앞서 나가고 있는 분야다. 이번에 새로 추가된 서비스는 '맞춤형 비전 서비스(Custom Vision Service)', '비디오 인덱서(Video Indexer)', '빙 맞춤형 검색(Bing Custom Search)' 이외에도 현재 실험적인 기능들을 테스트할 수 있는 '코그니티브 서비스 랩(Cognitive Service Lab)'과 개선된 '루이스(LUIS: Language Understanding Intelligent Service)’ 등이 함께 발표됐다.

코타나(Cortana) 서비스를 구동될 수 있는 하만 카돈 인보크(Invoke) 스피커도 커넥티드 카와 연계한 시나리오 기반 데모를 통해 선보였다. 올 가을 출시 예정이다. 코타나는 MS에서 개발한 지능형 개인 비서 소프트웨어다.  

이번 빌드 2017에서는 향후 MS 전 제품에 AI가 적용될 것임을 예견했다. 가라지(The Garage) 프로젝트 중 하나인 실시간 통역 파워포인트 애드-인 모듈을 통해 스페인어로 진행되는 발표의 영어 자막이 실시간으로 발표 화면 하단에 자동으로 추가됐다. 스마트폰으로 QR코드를 접속하면 중국어로도 자막이 나타나는 것을 시연하기도 했다.

에저 사물인터넷 엣지(Azure IoT Edge)는 사물인터넷에 AI 기술을 적용해 서비스뿐 아니라 디바이스에 배포되는 코드까지 한꺼번에 관리하고 배포할 수 있게 해준다. 이를 통해 사물인터넷 환경에서 발생되는 데이터를 수집하고 분석할 수 있다. 또한 데이터 분석과 머신러닝을 함께 적용할 수 있도록 한다.

에저 베치 인공지능 트레이닝(Azure Batch AI Training)은 딥러닝을 위한 새로운 서비스다. 개발자는 MS의 코그니티브 툴킷뿐만 아니라 구글의 탠서플로우(TensorFlow), 카페(Caffe) 딥러닝 프레임워크 등을 애저 상에서 사용할 수 있다.

◇MS의 특징 '오픈소스'

MS는 모든 걸 오픈소스로 공개하는 전략을 사용한다. 김 부장은 "오픈소스는 현재 가장 빠르게 성장하고 있는 영역"이라고 강조했다. 빌드 2017에서는 클라우드 환경을 이용하는 많은 개발자들이 오픈소스 환경을 선호하는 추세에 발맞춰, 개발자들이 가장 선호하는 오픈소스 데이터베이스인 MySQL과 포스트그레SQL(PostgreSQL)를 애저에서 서비스 형태로 지원한다고 밝혔다.

윈도즈(Windows) 스토어에서 우분투와 수세, 페도라 리눅스를 다운로드할 수 있게 됐다. MS의 모바일 퍼스트 전략은 Windows 뿐만 아니라 iOS, 안드로이드 등 모든 플랫폼을 대상으로 발전하고 있다.

빌드 2017에서는 'Windows 10 Fall Creators Update'가 소개되었고 새로운 디자인 가이드인 플루언트 디자인 시스템(Microsoft Fluent Design System)이 발표됐다. 플루언트 디자인 시스템은 빛, 깊이, 모션, 재질 및 스케일을 기반으로 다양한 디바이스에 맞는 새로운 UX를 제공할 예정이다. 특히 MR 환경에서도 적용 가능하기 때문에 디바이스를 연결하는 경험이 더욱 개선될 전망이다.

Windows 10 Fall Creators Update에 포함될 ‘Windows 스토리 리믹스(Story Remix)’라는 앱을 데모와 함께 소개하여 큰 호응을 얻었다. 이 앱은 AI 기능을 통해 멋진 장면들을 모아서 영상으로 만들어 주기도 하고 원하는 특정인을 중심으로 동영상을 재편집할 수 있으며 3D 객체를 추가해 영상을 제작할 수 있다.

원드라이브의 기능들도 업데이트될 예정이다. 클라우드를 이용해서 여러 디바이스를 넘나들며 복사, 붙여 넣기를 지원하고 기존의 원드라이브(OneDrive) 폴더 이외에도 원하는 폴더를 클라우드를 통해서 동기화할 수 있는 유연함이 추가되었다.

특히 애플 아이튠즈(iTunes)가 이제 Windows 스토어에 들어오게 될 것이라는 발표는 참가자들의 큰 호응을 얻기도 했다. 모든 플랫폼에 상관없이 모든 형태의 앱에 공통으로 사용할 수 있도록. NET Standard와 XAML Standard 1.0이 발표됐다.

◇혼합현실로의 초대, 홀로렌즈

빌드 2015에서 출시돼 시장에 큰 충격을 줬던 홀로렌즈(HoloLens)는 이번 빌드 2017 행사장 내에서 가장 쉽게 볼 수 있는 기기 중 하나가 됐다. 특히 '태양의 서커스'와 연계한 무대 기획 시나리오를 보여준 시연은 MR(혼합현실)의 새로운 활용 가능성을 보여줬다.

7곳의 제조사와 함께 발표된 Windows MR 장비들은 299달러란 가격에 뛰어난 몰입감을 자랑한다. 이미 가상현실 콘텐츠를 유통할 수 있는 Windows 스토어와 개발 툴, 하드웨어 제조사들까지 가상현실에 필요한 모든 생태계를 갖췄다. 현재 미국, 캐나다 스토어에서 사전 주문이 가능하다.

MS는 빌드 2017에서 발표한 내용을 보다 많은 개발자들과 나누기 위해 'MS 빌드 투어'를 서울을 포함한 전 세계 주요 8개 도시를 대상으로 진행한다. 이번 빌드 투어는 다양한 세션을 통해 빌드 2017에서 발표된 핵심 내용을 공개할 예정이다. 핵페스트(HackFest)도 함께 개최해 MS 개발자와 함께 직접 코딩할 수 있는 자리도 마련된다.

서울 행사는 오는 6월 13일 화요일 양재동 엘타워 6층 그레이스룸에서 개최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