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 구글과 우버는 피 튀기는 싸움을 전개하고 있다. 미국 샌프란시스코 연방 법원의 윌리엄 앨서프 판사가 지난 15일(현지시간) 우버의 자율주행 부문을 이끌고 있는 전 오토 대표 앤서니 레반다우스키의 자사 자율주행 프로그램 참여를 금지한다고 판결한 장면이 단적인 사례다. 무슨일이 벌어지는 것일까?

레반다우스키는 알파벳 자율주행 파트에서 일하다 퇴사, 이후 자율주행 스타트업 오토를 창립한 후 우버의 품으로 들어온 사람이다. 여기까지는 큰 논란이 없다. 하지만 그는 알파벳에서 근무하던 당시 9.7GB에 달하는 기밀자료를 유출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으며, 여기에는 알파벳 웨이모의 핵심기술인 ‘라이다(LiDAR)’ 회로 기판 디자인도 포함되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사실 이 문제는 구글과 우버의 오래된 앙금도 살펴야 한다. 사실 구글과 우버는 사업 초기만 해도 상당히 돈독한 관계를 유지했다. 2009년 우버랩이 출범하고 2011년 현재의 우버가 탄생한 후 구글은 2013년 구글 벤처스를 통해 우버에 2500만달러를 투자했으며, 데이비드 드루먼드 구글 부사장은 한 때 우버의 이사진이기도 했다.

하지만 구글이 2013년 인수한 웨이즈를 바탕으로 2015년 7월 카풀 서비스를 발표하자 우버와 냉랭한 기류가 감돌기 시작했다. 구글이 카풀 서비스를 출시하며 우버가 진출하고 있는 자동차 공유 시장에 출사표를 던진 장면은, 우버의 입장에서 배신행위나 다름이 없었기 때문이다. 일반적으로 구글이 자율주행차 개발을 통해 총체적 도로 인프라를 정비하면 우버가 이를 온디맨드적 관점에서 묶는 방식이 유력했기 때문에, 양사의 갈등은 그 자체로 업계의 이슈가 되기도 했다.

이후로는 난타전. 구글맵을 사용하던 우버는 당장 독자적 지도 서비스 개발에 돌입했으며 구글은 보란듯이 우버의 경쟁사인 리프트와 협력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깊어진 갈등의 골은 기어이 인력 및 기밀유출 논란으로 폭발하고 말았다.

▲ 출처=웨이모

으르렁거리는 구글과 우버...하지만 동질감도 있다?
구글과 우버가 자율주행차를 매개로 서로 으르렁거리고 있지만, 사실 두 기업은 자동차라는 영역에서만 보면 '경쟁자들의 극단적인 견제'에 시달리고 있다는 묘한 교집합이 있다.

현재 구글의 경우 자신이 주도해 만든 스마트카 동맹인 OAA(오픈 오토모티브 얼라이언스)에서 주로 활동하고 있다. 2014년 등장한 OAA에는 제너럴모터스(GM), 볼보, 폭스바겐, 현대차 등 완성차 업체를 비롯해 파나소닉, 엔비디아 등 글로벌 기업들이 포진해 있고 최근에는 국내의 쌍용차와 인도 자동차 업체인 마힌드라도 가입해 눈길을 끌기도 했다.

재미있는 점은 다른 스마트카 동맹에 구글의 이름이 보이지 않는다는 점이다. 실제로 제니비 연합(GENIVI Alliance)의 경우 2009년 출범해 완성차 및 자동차부품 업체 150여 개가 활동하며 강렬한 존재감을 보이고 있으나 구글은 쏙 빠져있다. 현재 제니비 연합은 영국 버밍햄 국제종합전시장(ICC)에서 이사회를 열어 초대 회장사인 BMW 인포테인먼트설계담당 피터 쉔넨버그(Peter Schönenberg)를 회장으로 추대하고, LG전자 VC스마트 SW플랫폼 담당 류경동 상무를 부회장으로 선출하기도 했다.

5GAA(5G Automotive Association)의 경우는 노골적인 반 구글 정서를 보여준다. 5G 기술 기반의 커넥티드카, 자율주행차량 등 미래 자동차를 연구하고 상용화하기 위해 지난해 9월 설립된 5GAA는 완성차 및 통신사 등 총 40개 이상의 기업이 참여하고 있으며, 현재 구축된 스마트카 동맹 중 가장 강력한 집단으로 여겨진다. 세계 최대 통신표준단체인 3GPP에 시장대표 협력 파트너(Market Representation Partner)로 합류하는 등 가장 넓은 스펙트럼을 보여주기 때문이다. 최근에는 삼성전자가 전장분야(Tier-1) 기업으로 이사회 멤버에 이름을 올리기도 했다.

▲ 출처=5GAA

결론적으로 구글은 글로벌 스마트카 시장에서 철저하게 배척을 받는 분위기다.

우버도 비슷하다. 최근 구글과의 분쟁은 물론 사내 폭언,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이민자 관련 행정명령 등에 따른 이슈를 비롯해 애플과의 추적앱 논란 등 어려운 시기를 겪는 상황에서 차량공유 업체들의 총공세를 감내하고 있기 때문이다.

일단 미국 본토의 경쟁자인 리프트가 자율주행차까지 아우르는 전략을 구사하는 한편, 중국의 디디추싱과 싱가포르의 그랩택시 등이 연합전선을 펴는 장면이 부담스럽다. 물론 이들이 매 순간 가시적인 성과를 거두며 우버를 압박하는 것은 아니지만, 물 밑 작업을 통해 우버에 맹공을 퍼부을 가능성이 열려있다는 점이 눈길을 끈다. 지난 2015년에는 리프트가 성명을 통해 싱가포르 그랩택시, 인도의 올라택시와 제휴를 맺고 리프트는 디디추싱의 전신인 디디콰이디와 손을 잡았던 사례가 의미심장한 이유다.

그 배후에는 손정의 소프트뱅크 회장이 있다. 디디콰이디가 리프트에 투자한 것을 전제로 판을 그리면 답이 보인다. 손정의 회장은 디디추싱과 그랩택시, 올라택시, 심지어 최근에는 중국에서 우버 차이나를 몰아낸 디디추싱에도 50억달러를 출자한 바 있다. 명백한 블록화다.

▲ 출처=우버

얻을 수 있는 인사이트는 무엇?
구글과 우버는 서로 으르렁거리고 있으나, 경쟁자의 집중적인 견제를 받는다는 점에서 교집합이 많다. 물론 구글의 경우 하드웨어 수직계열화까지 고려하는 거대 ICT 기업이기 때문에 이러한 견제를 스스럼없는 생태계 전쟁으로 받아들이는 반면, 우버의 경우 실제적인 위협으로 다가온다는 점은 다르다.

하지만 서로를 향해 칼을 휘두르는 양사가 자동차라는 영역에서 강력한 견제를 받고있는 것은 분명한 사실이다.

이 지점에서 얻을 수 있는 인사이트는 무엇일까. 우선 자동차, 즉 스마트카의 비전이 그 만큼 각광을 받고있다는 기본적인 사실관계를 확인할 수 있다. 자체적인 생태계를 구축하거나 서로 다른 생태계에 연결되는 한이 있어도 나름의 방법을 찾아야 한다는 절박한 플레이어들의 행보다.

구글과 우버가 스마트카 영역에서 집중견제를 받을 정도의 '강자'라는 점도 새삼 확인할 수 있다. 구글은 말이 필요없는 곳이고 우버는 온디맨드의 방향성을 스마트카의 방법론으로 일찌감치 고민하는 한편, 나름의 물류 인프라 장악도 타진하는 수준이기 때문이다.

마지막으로 스마트카를 넘어 다양한 ICT 생태계를 고려할 경우, 결국 어떤 방식으로든 합종연횡의 묘수가 초연결 시대를 결정하는 중요한 변수라는 점이 재차 확인된다. 손정의 회장의 비전펀드 출범의 배경에도 비슷한 전제가 깔려있다. 이는 구글과 우버가 차세대 플랫폼으로 각광받는 스마트카 영역에서 치열한 다툼과 치열한 견제를 받는 이유는 분명히 있다는 결론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