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市場)’은 지역주민의 소통공간입니다. 전통시장에는 그 지역의 사연이 고스란히 담겨있습니다. 서민들의 애환과 함게 희망이 묻어나는 곳입니다. 시장에 가면 그래서 살만하다고 합니다. 실의에 찬 분들도 시장에서 원기를 충전합니다. 생생한 서민들의 삶속에서 용기라는 힘을 얻습니다. 젊은이들이 보는 전통시장은 또 다른 의미입니다. 젊은 기자들이 직접 전통시장 순례를 시작합니다. 맛과 멋을 찾아가는 젊은 기자들의 시선을 멈추게 한 핫 플레이스를 담아보겠습니다.

구로시장에 이어 여섯 번째로 찾아간 곳은 서울 강북구에 위치한 수유마을시장이다.

3개 시장이 이룬 하나의 장터, ‘수유마을시장’ 

▲ 개점 초기의 수유시장. 출처= 수유전통시장 상점가 진흥사업협동조합
▲ 개점 초기의 수유시장(골목). 출처= 수유전통시장 상점가 진흥사업협동조합

수유마을시장은 서울 강북구 도봉로71길 23(수유동 54-4)에 위치한 전통시장이다. 재미있는 것은 우리가 흔히 ‘수유시장’이라고 부르는 곳은 3개의 시장이 합쳐진 대형 상권 중 한 곳을 의미하며 이를 포함해 인접한 2개의 시장을 아우르는 이름은 ‘수유마을시장’이다. 수유시장은 현재 상권의 모태가 되는 곳이며 이후 강북구 지역 수요가 늘어남에 따라 수유시장 인근의 상권이 확장되면서 생겨난 시장이 ‘수유재래시장’과 ‘수유전통시장’이다. 건물형 시장인 수유시장은 공산품이 주로 판매되며 그 외 골목형 시장인 전통/재래시장에서는 신선식품 혹은 식료품, 먹거리들이 판매된다. 

수유마을시장 인근에는 서울 지하철 4호선 수유역, 미아역, 길음역이 있어 시장은 서울시 최대 주거단지들이 밀집된 강북구, 성북구를 아우르는 교통 요충지에 위치해 있다. 수유시장은 1966년 3월 서울시로부터 시장개설허가를 받아 지금의 강북구 수유동에 세워진 건물형 시장 수유시장(주)로 시작됐다. 당시 수유시장은 서울시내 10대 재래시장의 규모(도매시장포함)로 초창기 상권은 경기도 의정부~서울 성북구에 이르는 광역 생활권 시장으로 이름이 알려졌다. 

변화를 통해 성장하는 시장 

수유시장은 전통시장들 중에서도 유독 다양한 시도를 통해 변화를 지향한 시장으로 알려져 있다. 2003년 전통시장 환경개선사업을 통해 엘리베이터, 냉난방 시설을 갖추면서 건물형 시장의 편의성을 높였다. 이후 시장 상인들이 입점한 마트인 ‘파워마트’와 시장 순환형 셔틀버스를 운영하는가 하면, 많은 전통시장이 상관 잠식을 우려해 반대하는 SSM을 유치함으로 소비자 유입을 늘려 상생의 모델을 보여주기도 했다.

▲ 건물형 시장 수유시장 내부. 사진= 이코노믹리뷰 박재성 기자
▲ 골목형 시장 수유전통시장 전경. 사진= 이코노믹리뷰 박재성 기자

이후, 문화체육관광부가 선정하는 ‘문화를 통한 전통시장 활성화 시범사업’ 대상 시장으로 선정돼 문화 공간으로써의 전통시장의 모습을 가다듬었으며, 2012년에는 LED 가로등, 전광판, 멀티비젼 그리고 시장 내 온도조절 시스템을 갖추는 등으로 발전을 거듭해왔다. 여기에는 안일한 대처로 그 명을 다해가는 전통시장이 아닌 변화를 통해 소비자들을 오도록 만들고자 하는 상인들의 노력이 반영돼있다. 

수유마을시장 명소 숙이네, 참치 앤 스시, 만두명가 

수유마을시장은 3개 시장이 모여있는 만큼 맛집들도 즐비하다. 시장 어느 곳을 찾아가도 값싸고 맛좋은 맛집들이 있어 먹는 즐거움만큼은 서울시내 최고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 중에서도 시장의 상인들이 손님들에게 특별히 추천하는 곳은 숙이네, 참치 앤 스시, 그리고 만두명가가 있다.  

숙이네는 수유시장 건물 안에 위치한 음식점이다. 냉면, 쫄면, 비빔밥 등 간단하게 한 끼를 해결할 수 있는 메뉴들을 판매하는데 음식 맛이 좋아 시장 상인들뿐만 아니라 일부러 이 곳을 찾아오는 단골들이 많을 정도다. 특히 인기가 많은 메뉴는 열무물냉면이다. 맛도 맛이거니와 5000원이라는 저렴한 가격을 감안했을 때 그 양도 많다. 시원한 육수, 그리고 주인이 직접 담근 열무의 아삭한 맛은 여름철 떨어진 입맛을 찾게 해 준다. 시장의 음식점답게 메뉴들의 가격도 매우 착하다. 가장 비싼 메뉴는 냉콩국수(6000원)다.

▲ 수유시장 맛집 숙이네의 인기 메뉴 '열무물냉면'. 사진= 이코노믹리뷰 박재성 기자

잔치국수(4000원), 열무물냉면, 비빔냉면, 비빔국수, 만둣국, 떡국, 비빔밥(5000원), 냉콩국수(6000원)

 

수유시장 건물에 숙이네가 있다면, 전통시장에는 독특한 콘셉트의 맛집 ‘참치 앤 스시’가 있다. 점포의 이름에서 짐작할 수 있듯 초밥과 회 등을 판매하는 곳인데, 흔히 우리가 떠올리는 전통시장에 위치하기에는 뭔가 조금 튀는 구석이 있는 그런 곳이다. 그러나 깔끔하게 줄맞춰 진열된 신선한 회 세트, 그리고 고급 일식집의 회전 초밥집을 떠올리게 하는, 주인이 직접 만들어주는 초밥을 맛보면 이곳에 왜 이런 매장이 있어야 하는지 납득이 간다. 심지어 초밥도 맛있다! 주인의 말을 빌리자면, 깔끔하게 정돈된 일본 전통시장에 있는 노점 초밥집에서 아이디어를 얻어 이를 우리나라의 시장에 접목해 누구나 쉽게 오고가는 곳에 초밥집을 열었다 한다. 독특한 콘셉트 덕분에 꽤 알려져서 이제는 일부러 이곳을 방문하는 이들이 있을 정도가 됐다. 

▲ 사진= 이코노믹리뷰 박재성 기자
▲ 사진= 이코노믹리뷰 박재성 기자
▲ 주문받은 초밥을 즉석에서 만들어 주는 참치 앤 스시. 사진= 이코노믹리뷰 박재성 기자
▲ 사진= 이코노믹리뷰 박재성 기자

새우 초밥(2P, 2000원), 연어, 광어, 참치 초밥(2P, 2500원), 왕새우, 모듭초밥(8000원), 그 외 모듬회 포장세트 5900원~2만원대

 

한편, 수유재래시장에는 맛집의 상징적 조건과 같은 ‘백종원 3대천왕’이 소개한 맛집 ‘만두명가’가 있다. 주인이 직접 빚어 만든 김치, 고기만두 그리고 도넛과 꽈배기가 이 집의 주력 메뉴다. 우리가 일반적으로 접하는 교자형 만두나 둥글게 접힌 만두와는 조금 모양이 다르다. 모양은 오히려 찐빵에 가깝다. 바로 튀겨 나온 도넛과 꽈배기의 고소하면서도 달콤한 맛은 간식으로 딱이다. 

▲ 수유재래시장 맛집 만두명가의 만두와 찐빵. 만두명가 사진= 이코노믹리뷰 박정훈 기자

고기/김치만두(10개, 2500원), 왕만두(3개, 2000원), 찐빵(2개, 1000원), 꽈배기(2개, 1000원), 찹살도넛(3개, 1000원) 

한 마디로 정리하면, 수유마을시장은 '다이나믹한 변화로 숨쉬는 열린 장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