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부업법상 법정 최고금리를 20%까지 낮추겠다는 문재인 대통령의 공약이 논란 조짐이다. 서민경제를 살리겠다는 취지에서 마련된 공약이지만, 다른 문제도 있다는 게 전문가와 업계 관계자들의 의견이다.

애써 낮춘 법정 최고금리는…대부업체 영업이익은 ↑

문 대통령의 법정 최고금리 인하 공약은 제윤경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지난해 12월 발의한 법안이 기초가 됐다. 당시 제 의원은  “대부업 최고금리가 35% 수준에서 27.9%로 떨어졌음에도 대부업체들의 영업이익은 오히려 늘어났다”며 발의배경을 설명했다. 

제 의원 측에 따르면, 대부업체가 법정 최고금리 인하 압박으로 영업상의 어려움을 느끼고 있다는 것은 사실과 달랐다. 계속적인 최고금리 인하에도 일부 대부업체는 2006년부터 2015년까지 10년간 이자수익과 영업이익이 매년 꾸준히 상승해온 것으로 나타났다.

러시앤캐시는 지난 2006년 707억원의 이자수익(매출)을 거뒀는데, 2015년에는 6615억원으로 10년사이 이자수익이 9배 이상 늘었다. 이 기간동안 총 4조6235억원의 이자수익을 벌어들였다. 영업이익은 2006년 299억원에서 2015년 1195억원으로 4배 상승해 10년간 총 1조2268억원의 영업이익을 올렸다.

이 기간동안 대부업법상 최고금리는 66%(2002년)에서 49%(2007년)→44%(2010년)→39%(2011년)→34%(2014년)→ 27.9%(2016년)으로 낮아졌다.  

산와대부는 지난 2006년 1856억원의 이자수익(매출)을 거뒀고, 2015년에는 5840억원으로 10년 새 이자수익이 3.2배 이상 늘어 총 3조7801억원의 이자수익을 벌어들였다. 영업이익도 2006년 1176억원에서 2015년 1539억원으로 1.3배 상승했고, 10년간 총 1조4398억원의 영업이익을 올렸다.

▲ 2006년~2015년 러시앤캐시와 산화대부(산화머니) 대출채권 이자수익 및 영업이익 표. 자료=더불어민주당 제윤경 의원 의원실
▲ 2006년~2015년 러시앤캐시와 산화대부(산화머니) 대출채권 이자수익 및 영업이익 그래프. 자료=더불어민주당 제윤경 의원 의원실

고금리를 챙기는 일은 두 업체뿐만이 아니다. 지난 2016년 3월 법정 최고금리가 27.9%까지 낮아진 이후, 2016년 10월말 기준 국내 10대 대부업체 이용자중 52%가 여전히 27.8%를 초과하는 고금리 대출을 적용받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법정 최고금리 27.9% 이상을 적용받는 이용자들은 원금을 상회하는 이자를 내고도 여전히 연체상태였다. 금리가 낮아졌음에도 영업이익이 증가한 두 대부업체는 일본에서 자금을 평균 6% 금리에 빌려오는 것으로 제윤경 의원측은 확인했다. 업체는 빌려온 돈을 이용해 국내에서는 최고금리인 27.9%를 넘어 30%이상의 고금리영업을 해 차익을 챙기는 방식을 취하고 있다는 것이 제 의원측 설명이다.

주빌리은행 관계자는 “법정 최고금리를 낮춰도 이미 계약했던 기존 채무는 이자율 추가제한에 영향받지 않는다”며 “이 때문에 정부가 탕감 정책도 함께 추진하는 것”라고 말했다. 채무 탕감 대상은 대부분 10년 이상 장기채무자이다.

이어 “문제는 탕감 대상자는 아니지만, 고리에 걸려있는 악성 채무자”라며 “이 부분을 해결하기 위한 정책 수립이 시급하다”라고 주장했다.

대부업체가 마진을 내는 곳은 따로 있다?

법정 최고금리를 낮추면 대부업이 수익성 악화로 생존 위협을 받을까. 실제 음성적인 대부시장 관계자들은 크게 신경쓰지 않는게 현실이다.  불법 대부업자를 <이코노믹 리뷰>가 직접 만나 인터뷰했다.  

익명을 요구한 불법 대부업 관계자는 “저축은행과 불법대부업체는 법정 최고금리 감소 폭이 크다면 당장 경영에 타격을 받겠지만, 사실 규모가 워낙 커 큰 문제가 없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일부 대부업체에서는 대출 상품에 일명 ‘꺾기’라는 방법을 이용해서 마진율을 채우고 있다”고 주장했다.

금융권에서 일컫는 ‘꺾기’는 일종의 대출 조건이라 할 수 있다. 금융기관이 대출을 실행하면서 예금이나 적금, 펀드 등 금융상품 가입을 강요하는 영업 행위를 말한다. 고객이 금융권에서 대출할 때 이러한 금융상품 등에 가입해야만 대출을 내주기도 한다.

이름을 밝히길 거부한 은행권 관계자는 “금융감독원에서 이를 금지해도 빠져나올 구멍이 워낙 많다”며 “금지할 지  안할지에 대한 여지를 남겨두어서 문제”라고 지적했다.

꺾기는 불법 사금융에선 조금 다르다. 대출 조건이 아닌 대출 상환 조건을 손본다. 예를 들어 100만원 이하 소액을 대출해준 뒤, 이후 상환 계약 기간을 일주일로 짧게 잡고 1일 연체 이자를 원금에 포함하는 방식이다. 예를 들어 100만원을 25% 이자로 빌려준뒤, 1주일 상환 조건을 지키지 못하면, 원금과 상환이자가 다시 원금으로 불어나고 이에 다시 이자가 붙는 것이 반복된다.  

실제로 지난 22일 부산경찰청 광역수사대에 검거된 조직폭력배 46명은 이 방법으로 2235~7821%의 이자를 챙긴 것으로 알려졌다. 

또 다른 문제

강압적인 추심이 진행되면, 심리적 압박을 느낀 채무자가 또다른 채무를 일으키게 돼 악성 채무자가 된다는 지적도 있다.

불법 대부업 관계자는 “아무래도 이쪽(사금융)까지 오게 된 사람은 신용 등급이 낮은 경우가 많아 연채율이 높다”며 “불법 추심을 당한 채무자들이 다른 사금융에서 돈을 빌려와 채무를 갚는 경우가 왕왕 있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백주선 한국파산회생변호사회 초대 회장(법률사무소 상생 변호사)도 “불법 추심을 통해 채무자가 채무에 대한 부담감이 커지자 다른 사금융을 이용하면서 악성 채무를 겪게 된다”라며 “이러한 악순환은 계속되고 있다”고 말하기도 했다.

백 변호사는 민변 민생경제위원회에서 활동하면서 관여한 법률 중의 하나로 '채권공정추심에 관한 법률'이 있다. 그는 이 법률에서 악성채무자가 겪는 고통을 방지하기 위해 채무자의 대리인 도입을 적극적으로 추진했다.

경제민주화를 위한 민생연대의 송태경 사무처장은 법정 최고금리를 낮추는 현안에 대해 “대부업 법정 최고금리를 20%까지 낮추는 건 아주 소극적인 조치에 불과하다”며 “당연히 추진해야할 조치이지만, 이 정도로 서민금융안정을 기대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송 처장은 “간단한 조건만 충족하면 대부업 등록이 가능한 점이 문제”라며 “이러한 조건은 불법사채업자들이 대부업에 기생하고 대출사기나 보이스피싱, 통장 사기 등이 난립할 수 있는 기반이 됐다”며 허술한 서민금융정책을 질타했다. 

그는 이어 “불법 추심부터 소송구제, 이와 관련된 불합리한 제도들이 복합적으로 연결되어 있는데, 이를 종합적으로 파악해서 체계적으로 대응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송 처장은 “최고금리 인하 정책을 악성채무에 노출된 채무자 입장에서 봐야 한다”며 “악성채무를 조정하는 것이 아니라, 사회보장제도를 통해서 도움을 주어야 한다”는 말도 덧붙였다.

현재 채무 탕감 대상이나 고금리에 노출된 대상을 파악해보면 주로 저신용·저소득층이다. 말 그대로 생활상 빈곤으로 인해 고금리 대출에 노출된 사람들이다. 생계비나 부모 부양비, 자녀 양육비 등에 의해 대출을 시도한다.

그는 “저신용·저소득층은 악성채무에 노출되어 있고 이걸 갚기 위해 추가 대출을 받는 다중채무자로, 악성채무에 노출된 사람이 채무자 전체에 60%에 차지한다”며 “이 사람들은 추가대출이 필요한 게 아니라, 개인회생이나 파산 등 다양한 유형의 채무조정제도를 통해서 도움 줄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