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서 생활할 때는 집 안에서 키친타월을 사용하는 일이 거의 없었다. 프라이팬이나 그릴 등에 고기를 굽고 남는 기름을 제거할 때 키친타월로 한두 번 미리 닦아내고 버리는 것이 대부분이라서 키친타월 한 롤을 사다놓으면 몇 달은 족히 이용하곤 했다.

음식물을 쏟거나 음료수를 엎지르는 등의 문제는 부엌이라면 행주를 사용하거나 바닥이라면 걸레가 이용됐다. 하지만 미국에서 생활하다 보니 미국 사람들은 키친타월을 주방에서뿐만 아니라 모든 곳에서 활용하고 있었다.

한국에서라면 주방에서는 행주를 사용하고 마루에서는 걸레를 사용하겠지만, 미국인들은 손쉽게 뜯어 쓸 수 있는 키친타월을 행주나 걸레의 용도로 사용하고 있었다. 처음에는 행주가 없는 주방이 어색했지만 키친타월을 뜯어 쓰는 편리함에 빠지다 보니 행주는 전혀 필요가 없었다.

설거지를 마치고 난 후의 물기를 닦을 때도 키친타월로 두서너 번 문질러 주고 젖은 키친타월은 쓰레기통으로 직행하면 그만이었다. 마루 바닥에 음식물을 떨어뜨렸거나 음료수를 쏟았을 때도 걸레를 찾기보다는 키친타월로 쓱싹 문질러서 버리게 됐다.

걸레나 행주는 이용하고 나면 다시 빨고 말려야 하는 불편함이 있었는데 키친타월은 한번 사용하고 쓰레기통에 버리니 간편하고 힘도 덜 들었다.

미국인들은 키친타월을 주방의 곳곳에서 사용한다. 바쁜 아침, 식사를 하고 접시를 치우고 설거지를 할 시간이 없다면 접시 대신 키친타월을 한 장씩 깔아놓고 아침을 먹는다.

한국 음식처럼 국이나 밥을 먹어야 한다면 불가능하겠지만, 간단하게 아침에 토스트를 먹는 이들은 키친타월 위에 식빵을 올려놓고 잼이나 버터를 발라 먹은 후 남은 빵부스러기는 키친타월로 싹 닦아서 버리면 청소까지 끝이다.

물론 점심 도시락에 키친타월 한두 장이 냅킨을 대신하기도 한다. 가끔씩 커피 필터가 떨어졌을 때는 키친타월이 비상용 필터로 이용되기도 한다. 미국인들은 가정에서 커피메이커를 이용해서 커피를 내려먹는 경우가 많은데 이 매번 갈아야 하는 커피 필터가 마침 떨어진 경우 질기고 탄탄한 키친타월을 이용해서 커피를 내릴 수 있다.

집안의 유리창을 닦거나 냉장고, 가스레인지 등의 주방기기를 닦을 때도 키친타월이 사용된다. 자동차에 묻은 흙먼지나 진흙 등을 닦아낼 때 사용하기도 하고 물론 손을 씻고 난 후에 수건 대신 사용하기도 한다.

손쉽게 쓰고 버릴 수 있는 편리함 때문에 인기가 높은 것인데 이 때문에 미국의 가정은 평균적으로 1주일에 2롤의 키친타월을 사용한다고 한다. 1년으로 환산하면 연간 무려 104롤의 키친타월을 사용하는 셈이며 돈으로도 연간 수백달러를 온전히 키친타월에 쓰는 셈이다.

시몬스 내셔널 컨슈머 서베이에 따르면 키친타월(손을 닦을 때 사용하는 페이퍼 타월 포함)을 사용한다고 답변한 미국인의 숫자가 전체 미국인의 인구와 비슷한 3억1100만명으로 사실상 모든 미국인이 키친타월을 사용하고 있다.

더 큰 문제는 키친타월이 마구 버려짐으로 인해서 생기는 환경오염이다. 한 해 동안 미국에서만 버려지는 키친타월(페이퍼 타월 포함)의 양은 무려 130억파운드로 이는 미국인 1명당 연간 45파운드(약 20.5㎏)의 종이타월을 내다버리는 셈이다.

환경오염을 막기 위해서 키친타월의 사용을 줄이자는 홍보도 꾸준한데 우선 한번에 사용하는 키친타월의 사이즈를 줄이려는 노력이 시도된다. 물이 조금 엎질러졌는데도 큰 사이즈의 타월을 모두 사용하지 말고 절반 크기로 접어서 사용하라는 것으로, 최근에는 용도에 따라 사이즈를 잘라서 사용할 수 있는 제품도 나왔다.

무엇보다도 종이 타월 대신에 스폰지나 걸레를 사용하라고 적극 권장한다. 한국의 가정에서는 행주나 걸레를 많이 이용함으로써 키친타월의 사용이 적으니 이미 환경보호에 동참한 셈이다.

다만 편리함에 길들여진 미국인들이 얼마나 행주나 걸레로 손을 뻗을지는 미지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