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랫폼의 근원적 가치에 대한 토론은 차치해도, C-P-N-D(콘텐츠-플랫폼-네트워크-디바이스)의 연쇄적 사슬구조에 대한 고정가치에 대한 판단을 후순위로 밀어둔다고 해도, 최근 글로벌 ICT 기업의 흐름만 봐도 플랫폼의 가치가 얼마나 중요하고 핵심적인 매력 포인트인지 잘 알 수 있다. 물론 모든 가치에 플랫폼이 앞선다는 뜻은 아니지만, 최소한 플랫폼은 콘텐츠의 가치를 고조시키고 이를 모으고 재조합하는 다양한 방법론의 틀을 가지고 있다.

▲ 플랫폼. 출처=위키미디어

"모여라"
플랫폼에 사람만 북적이면 그 어떤 사업이라도 할 수 있다는 말이 진리처럼 여겨지던 때가 있었다. 판을 깔아주고 사람들이 모이면 이를 바탕으로 실질적인 비즈니스 모델을 세울 수 있다는 뜻이다. 다만 여기에서 말하는 비즈니스 모델은 1차적인 광고,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었다.

멋진 광장을 만들어 사람들이 모이면 이들에게 커다란 전광판으로 기업의 홍보영상을 틀어주는 방식. 그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수익이 발생하는 구조다. 지금도 이러한 방식은 기본적인 플랫폼 전략으로 꼽힌다.

하지만 페이스북 '좋아요'가 1만을 넘겨도 실제 플랫폼을 좋아하는 사람이 1만은 커녕 100도 되지 않는다는 사실을 깨달으며 문제가 복잡해진다. 다양한 프로모션으로 트래픽을 발생시켜도, 해당 플랫폼의 내부에 다양한 객체를 조합할 수 있는 여지가 생긴다 해도 실질적이고 확실한 생태계는 요원했기 때문이다.

그런 이유로 다수의 플랫폼 사업자들은 투트랙 전략을 고민하게 된다. 사람을 모으는 것은 어쩔 수 없는, 반드시 실시해야 하는 기본적인 마케팅의 전제조건으로 밀어두고 그 이상의 가치를 창출하는 쪽을 전략에 포함시키게 되었다는 뜻이다. 이는 중장기적 관점으로 반드시 선결되어야 하는 플랫폼 사업자의 숙제로 부상했다.

가장 먼저 시도된 방식은 브랜딩의 가치에 힘을 더한 사용자 경험의 확장이다. 애플이 이에 해당된다. 애플은 아이폰이라는 하드웨어 디바이스에 소프트웨어 감성을 덧댄 사용자 경험 확장으로 강력한 팬덤을 끌어냈기 때문이다. 계량 및 측정이 가능한 하드웨어 디바이스는 플랫폼의 기본적 가치로 작동하지만 소프트웨어 감성은 트래픽을 일으키는 사람의 주관적인 견해가 개입될 수 밖에 없고, 당연히 스토리텔링의 중요한 연극무대가 될 수 있었다.

중국의 샤오미는 애플의 방식을 적극적으로 체화하면서도 방향성을 비틀어버린 독특한 케이스다. 플랫폼의 매력을 강화시키기 위해 사용자 경험을 확장하는 방식은 동일하지만 권력의 방향이 위에서 아래가 아닌, 아래에서 위를 향하도록 지향했기 때문이다. 샤오미의 팬덤인 미펀은 철저하게 자발적이고, 아래에서 만든 사용자 경험을 위로 올리게 만드는 구조다.

하지만 이런 방식도 분명 한계가 있다. 일단 사용자 경험을 확장하는 것 자체가 규모의 경제가 소요되는 부분인데다, 성공하기에 무척 어려운 방식이기 때문이다. 이를 성공시키려면 강력하고 매력적인 스토리텔링이 필요하지만 모든 기업이 이러한 강점을 가졌다고 보기에는 어렵다.

그렇다면 어떤 방법이 있을까. 자체적인 플랫폼의 기능을 강화하는 방식이 남는다. 정말 다양한 방법이 있다. 먼저 다른 플랫폼으로의 연결을 돕는 방식.

네이버는 글로벌 사업진출을 시도하며 자사의 플랫폼을 활용하는 콘텐츠 사업자에게 다른 플랫폼으로의 이동을 보장해 눈길을 끈다. K-1 펀드를 매개로 유럽시장으로의 진출을 독려하고, 또 유럽의 콘텐츠를 국내에 소개하는 역할을 자임하기 때문이다. 네이버의 브이는 한류 콘텐츠의 파괴력을 바탕으로 이종 플랫폼의 교류를 돕는 방식이기도 하다.

다이아 TV도 마찬가지다. 플랫폼의 기능을 글로벌 시장으로 연결해 다양한 크리에이터의 눈길을 사로잡고 있다. 크리에이터 관점에서 보면 이러한 플랫폼 사업자의 방식은 다양한 사업적 성과를 보장할 수 있다는 점에서 매력적이다.

자체적인 플랫폼의 강점을 살리는 방식의 연장선에서, 합종연횡을 구사하는 방식도 있다. 아마존의 에코는 다양한 서드파티를 적극적으로 체화해 그 자체를 대단위 통합 플랫폼으로 키우고 있다. 필요하다면 스포티파이, LG전자 등과 협력해 자신이 가진 플랫폼 영역을 '다른 플레이어'의 손을 빌어 확장시키는 방식이다. 이들 서드파티가 모이면 모일수록 에코 생태계는 강력하고, 팽창될 수 밖에 없다.

소프트뱅크의 비전펀드가 흥미로운 이유도 여기에 있다. 손정의 회장은 자신이 추구하는 4차 산업혁명의 비전을 큰 그림으로 설정하고 다양한 객체들을 입맛에 따라 모을 것으로 보인다. 이렇게 모인 각자의 존재감은 비전펀드라는 거대한 플랫폼적 가치에서 구동된다.

기술의 발전으로 플랫폼 객체들의 이탈을 막아서는 방식은 네이버가 제대로 지향하고 있다. 네이버는 기술기반 플랫폼 기업이라는 노골적인 캐치프라이즈를 바탕으로 다양한 객체들을 모으기 때문이다.

물론 네이버 외 페이스북과 애플, 구글 등도 동일한 방식을 구사한다. 특히 애플과 구글은 모바일 운영체제의 강점을 고스란히 초연결 인프라 시대로 옮겨가 자신들의 세상이 더욱 확장되기를 바라고 있다. 이 과정에서 인공지능은 플랫폼 객체들이 보기에 자신들의 서비스를 키울 수 있는 효과적인 수단이 되고, 또 마케팅 포인트가 된다.

어떤 의미로는 진정한 오픈소스 생태계의 완성이다. 자율주행차 이상의 가치를 추구하는 ICT 기업에게 있어 이러한 기술의 발전과 생활의 전환은, 그래서 더욱 중요한 가치가 된다.

▲ 페이스북 F8. 출처=페이스북

기본적인 사용자 경험을 확장하는 방식으로 보면, 방금 설명한 기업들의 전략은 특별할 것이 없는 방법론이다. 이런 측면으로 접근하면 역시 사용자 경험을 확장하는 다양한 방식이, 생각보다 낮은 진입장벽으로 존재하는 것도 사실이다. 쿠팡의 로켓배송의 경우 라스트마일 자체에 방점을 찍어 소비자의 만족이라는 기본적인 성과에 집중한 방식으로 볼 수 있다. 이 역시 플랫폼 강화적 측면에서 벌어지는 유의미한 시도로 볼 수 있다.

플랫폼과 플랫폼의 만남, 즉 이들의 교집합에 의한 융합의 시너지적 관점에서 살피면 최근 O2O 기업이 가진 스타트업 중심의 플랫폼 집합도 살펴볼 가치가 있다. 자동차 수리 스타트업 카수리와 500볼트 에너지세븐의 만남은, 각자가 가진 플랫폼의 가치를 마치 퍼즐처럼 연결해 사용자 경험의 상승을 원스톱 패키지 솔루션으로 잡아내는 방식이다. 작은 규모의 의미있는 플랫폼이 만나 하나의 플랫폼을 조성, 스스로의 장점을 부각하고 단점을 상쇄하는 방식은 총체적 플랫폼 인사이트의 단면으로 이해할 수 있다.

나아가 플랫폼이 콘텐츠의 강렬한 존재감을 확보, 이를 통한 수직계열화에 나서는 방식도 있다. 넷플릭스의 오리지널 콘텐츠 제작과 페이스북의 라이브 및 오리지널 콘텐츠 제작이 대표적이다. 이러한 방식은 콘텐츠의 유통경험이 풍부한 기업들이 직접 콘텐츠 제작에 나서는 방식을 취함으로서, 더욱 효과적인 플랫폼 강화 전략을 펴는 것으로 이해된다.

▲ 다양한 멀티플랫폼의 흐름. 출처=이코노믹리뷰

"이제 고민해야 하는 것"
사람을 모으고, 그들의 열망을 진지하게 끌어내는 한편 이를 온전히 플랫폼의 입맛에 맞게 구현하는 것은 또 다른 문제다. 하지만 여기에서 가장 중요한 전제는 역시 플랫폼의 가치를 올리는 것. 이를 통해 객체의 확장을 거듭하며 새로운 플랫폼과 연결되는 등의 실험이 전개된다.

이 지점에서 흥미로운 대목은 파생되는 부과적 가치다. 빅데이터를 모으고 스마트데이터로 정제하며, 나아가 종합적인 ICT 방법론을 펼쳐야 한다는 당위성이다. 마윈 알리바바 회장이 지난해 "전자상거래라는 단어가 사라질 것"이라는 멘트를 남긴 이유도 따지고 보면 총체적 플랫폼을 구성할 수 있는 강자의 여유에서 비롯되었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결국 모으고 모아서 가치를 만들어 플랫폼의 강점을 가다듬는다. 이어 파생되는 다양한 데이터의 향연으로 초연결 사회를 지향해 플랫폼 이상의 생태계를 창출한다. 플랫폼이 모든 것의 중심이 될 수 없지만, 최소한의 가치판단기준이 될 수 있다는 점은 중요하다는 뜻이다. 네트워크의 강자 통신사가 무거운 엉덩이를 움직여 ICT 기업의 플랫폼 전략을 경계하고, 또 따라가는 방식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물론 폐쇄적 생태계의 애플이 텐센트와 충돌하는 등, 각자의 영역에서 포기할 수 없는 충돌이 생기는 것은 불가피하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이제 세상이 변하고 있다는 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