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마니아인 P 씨는 한 달에 서너 번씩 영화관을 찾는다. 일반 상업영화를 보기도 하지만 CGV압구정에 위치한 아트하우스를 주로 들르곤 한다. 특히 매달 열리는 <이동진의 라이브톡> 프로그램은 가능하면 빠지지 않고 참여하는 편이다. 영화를 본 후 영화평론가 이동진이 진행하는 영화 해설을 듣고 나면 해당 영화에 대한 이해도가 깊어짐을 느낀다. 지금은 그 누구와 영화에 관한 얘기를 나누더라도 막힘없이 자신의 생각을 표현하는 해박한 스스로를 발견하곤 놀랄 때가 많다.

영화를 좀 본다 하는 관객들은 다양성영화의 즐거움을 잘 안다. 열이면 열, 백이면 백, 각자의 독특한 색채로 개성 충만한 영화들, 다양성영화에는 그 안에서만 느낄 수 있는 묘한 감동이 있다. 그 매력에 빠지면 일반 상업영화가 매우 시시하게 느껴지기도 한다.

CGV는 예술영화나 독립영화를 통해 관객들에게 새로운 영화 세계를 선보이겠다는 꿈을 안고 일찌감치 전용관을 열었다. 현재 ‘CGV아트하우스’로 이름 붙여진 상영관들이다. 2017년 현재 전국 17개 극장에 21개 전용관이 관객들과 호흡하고 있다.

CGV아트하우스의 시작은 2004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다양성영화라는 용어가 생기기도 전부터 독립예술영화를 상영할 목적으로 CGV강변, 상암, 서면 등 3개 극장에 ‘인디영화관’을 설치했다. 국내 멀티플렉스 최초의 독립예술영화 전용관이었다. 일반 상업영화에 비해 관심이 떨어지지만 작품성 있는 좋은 영화들을 발굴해 지속 소개함으로써 영화시장의 다양성을 꾀하기 위해서였다. 2007년부터는 기존 ‘인디영화관’이란 브랜드를 ‘CGV무비꼴라쥬’로 전환했다. 영화를 가리키는 ‘무비’와 미술 용어 ‘꼴라쥬’를 조합해 만든 용어다. 각양각색의 영화를 모아 다양하게 선보인다는 의미를 담았다. 몇 년간의 운영을 통해 관객들의 사랑을 확인한 CGV는 2009년부터 7개의 전용관을 추가로 확충해 총 10개 전용관을 운영했다. 이어 2013년에는 또 다시 이를 늘려 19개의 전용관을 확충했다.

2014년 CGV무비꼴라쥬는 또 한 번의 전기를 맞았다. 기존 명칭을 ‘CGV아트하우스’로 전격 변경하고 좀 더 장기적인 발전을 도모한 것이다. 이에 맞춰 예술영화의 산실로 거듭난 CGV압구정 신관을 예술영화 전용 극장으로 변신시켰다. 곧이어 CGV명동역에 역시 2개의 독립예술전용관과 함께 ‘씨네라이브러리’를 설치했고, 서울을 벗어난 지방에도 독립예술영화의 거점이 필요하다는 판단 하에 CGV서면에도 전용 극장을 설치했다. 한 발 더 나아가 2016년에는 한국영화에 대한 존경과 감사의 마음을 담아 CGV서면과 압구정에 각각 임권택, 안성기 헌정관을 개관했다.

10년이 넘는 기간 동안 단순히 양적인 성장만을 추구한 것은 아니었다. 관객 저변 확대를 위해 독창적 프로그램을 지속적으로 개발해 온 것도 주목할 만하다. 영화평론가의 해설이 함께하는 ‘이동진의 라이브톡’을 비롯해 각종 톡 프로그램들이 대표적인 사례다. 관객이 직접 영화를 선택해 극장에서 상영하는 ‘주문형극장 TOD’, 한 달에 한 번 아트하우스 영화를 일반 극장으로까지 확장해 상영하는 ‘아트하우스 데이’ 등은 예술영화의 대중화에 기여했다. ‘스탠리 큐브릭 기획전’, ‘히치콕 특별전’, ‘아카데미 기획전’, ‘스크린 문학전’ 같은 특별한 기획전, CGV 씨네 라이브러리에서 선보이고 있는 영화와 책에 대한 다양한 주제의 ‘아트하우스 클래스’ 역시 관객들의 큰 호응을 얻었다.

CGV아트하우스가 우리나라 영화시장의 다양성에 크게 기여했다는 공감대 하에 CGV는 장기적으로 이를 꾸준히 늘려나가겠다는 방향성을 갖고 있다. 하지만 이에 따르는 고민도 많다. 여전히 CGV아트하우스는 일반 상영관에 비해 객석점유율이 현저히 떨어지는 편이다. 일반 상업영화관은 1년 평균 30% 초반대의 객석점유율을 보이지만, 아트하우스관은 이보다 5~10%P 정도 낮아 20%대에 머문다. 바꾸어 말하자면 아트하우스관은 운영하면 할수록 고스란히 적자가 쌓이는 구조다. 다른 멀티플렉스들이 다양성영화 전용관 설치에 주저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지역별로 객석점유율의 차이가 큰 것 또한 고민거리다. 대체로 서울에 비해 지방에 있는 극장의 객석점유율이 크게 낮은 것으로 나타난다. 그만큼 아트하우스의 지방 확장에 어려움이 따른다.

하루 속히 CGV아트하우스의 상영관 객석점유율이 일반상영관 수준까지 올라설 날을 기다린다. 지방 관객들도 다양성영화의 즐거움에 푹 빠져 반복해 극장을 찾을 날을 기다린다. 이런 날이 온다면 모든 멀티플렉스들은 다양성영화 전용관을 설치하지 말라고 아무리 말려도 앞다퉈 나서게 될 것이다. 그만큼 영화시장 다양성 확장의 길은 빨라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