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3일 경기도 부천시에 위치한 의약품유통업체 '여명약품' 사옥 앞에 채권자들이 서성이고 있다. 사진=이코노믹리뷰 유수인 기자

의약품시장의 대형 유통업체인 '여명약품'이 사실상 폐업하고 자진정리에 나섰다. 23일 경기 부천시 송내동에 위치한 여명약품 사옥 앞에는 몇몇 제약사, 도매상 등 채권자들이 사실을 확인하기 위해 서성이고 있었다. 사옥에는 최장 5일이 지난 우편물이 쌓여있었다. "괜찮을 것 같으냐"는 기자의 물음에 한 채권자는 “부도 어음을 받으면 된다”며 태연한 모습을 보였다. 하지만 사실상 파산 직전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어 어음은 휴지조각이 될 가능성이 높다.

여명약품은 지난 22일 돌연 회사 문을 닫았다. 백승선 대표이사와도 연락이 두절되면서 부도설에 휩싸였다.

▲ 경기도 부천 소재 '여명약품' 사옥의 셔터가 내려져 있다. 몇몇 채권자들은 사실 확인을 위해 철창 앞에서 서성였다. 사진=이코노믹리뷰 유수인 기자

그간 업계에서는 여명약품의 자진 정리 및 부도설이 나돌았는데, 최근 경영 악화로 25일자 어음을 막을 수 없어 회사가 자진 정리 수순을 밟기로 했다는 관측이 우세하다.

특히 세무조사를 받으며 수십억원대의 추징금을 낸 것과, 한 병원급 의료기관의 의약품 입찰 과정에서 큰 손실을 입은 것이 가장 큰 원인일 수 있다고 보고 있다.

23일 여명약품은 사옥에 안내문을 붙이고 “오는 25일(목)~26일(금) 이틀간 창고에 보관돼 있는 재고의약품에 대한 반품을 진행한다”고 밝힌 상태다. 거래제약사와 의료소모품사, 그리고 유통업체를 대상으로 재고약 반품에 나선 것이다. 하지만 여명약품 창고에 재고약이 얼마만큼 쌓여 있는지는 확인이 되고 있지 않다.

▲ 사진=이코노믹리뷰 유수인 기자
▲ 여명약품 사옥에 비치된 재고의약품 반출 명단. 5월 23일까지 제약사 명단은 총 6쪽에 걸쳐 기재되어 있다. 사진=이코노믹리뷰 유수인 기자

제약사중에 보령제약은 ‘내용증명’을 요청한 상태이며, 한미약품, 명문제약, 구주제약, 명인제약, 대웅바이오, 현대약품, 대원제약, 유나이티드제약, 일동제약, 동국제약, 종근당 등 다수 제약사가 반출 명단에 기재되어 있다.

채권자들은 “부도 어음을 받으면 된다”, “의약품 납품이 되지 않아 확인하러 왔을 뿐이다”, “괜찮다” 등의 반응을 보이기도 했지만 수 시간동안 사옥 앞을 떠나지 않았다.

전문가들은 여명약품의 자산이 파악되지 않은 상태에서 실질적인 어음 회수 가능성은 낮다고 봤다. 또 담보내 거래를 했다면 피해가 적을 수 있지만, 담보가 없는 채권자는 일명 ‘빚잔치’에 놓일 수 있어 법적 조치를 통해 재고를 회수하는 것이 나을 수 있다고 말했다.

한편 여명약품은 1991년 설립됐으며, 지난해 370억원의 매출을 기록했다. 영업이익은 15억원, 당기순이익은 5억8000만원대로 집계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