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약품시장의 대형 유통업체인 '여명약품'이 사실상 폐업하고 자진정리에 나섰다. 23일 경기 부천시 송내동에 위치한 여명약품 사옥 앞에는 몇몇 제약사, 도매상 등 채권자들이 사실을 확인하기 위해 서성이고 있었다. 사옥에는 최장 5일이 지난 우편물이 쌓여있었다. "괜찮을 것 같으냐"는 기자의 물음에 한 채권자는 “부도 어음을 받으면 된다”며 태연한 모습을 보였다. 하지만 사실상 파산 직전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어 어음은 휴지조각이 될 가능성이 높다.
여명약품은 지난 22일 돌연 회사 문을 닫았다. 백승선 대표이사와도 연락이 두절되면서 부도설에 휩싸였다.
그간 업계에서는 여명약품의 자진 정리 및 부도설이 나돌았는데, 최근 경영 악화로 25일자 어음을 막을 수 없어 회사가 자진 정리 수순을 밟기로 했다는 관측이 우세하다.
특히 세무조사를 받으며 수십억원대의 추징금을 낸 것과, 한 병원급 의료기관의 의약품 입찰 과정에서 큰 손실을 입은 것이 가장 큰 원인일 수 있다고 보고 있다.
23일 여명약품은 사옥에 안내문을 붙이고 “오는 25일(목)~26일(금) 이틀간 창고에 보관돼 있는 재고의약품에 대한 반품을 진행한다”고 밝힌 상태다. 거래제약사와 의료소모품사, 그리고 유통업체를 대상으로 재고약 반품에 나선 것이다. 하지만 여명약품 창고에 재고약이 얼마만큼 쌓여 있는지는 확인이 되고 있지 않다.
제약사중에 보령제약은 ‘내용증명’을 요청한 상태이며, 한미약품, 명문제약, 구주제약, 명인제약, 대웅바이오, 현대약품, 대원제약, 유나이티드제약, 일동제약, 동국제약, 종근당 등 다수 제약사가 반출 명단에 기재되어 있다.
채권자들은 “부도 어음을 받으면 된다”, “의약품 납품이 되지 않아 확인하러 왔을 뿐이다”, “괜찮다” 등의 반응을 보이기도 했지만 수 시간동안 사옥 앞을 떠나지 않았다.
전문가들은 여명약품의 자산이 파악되지 않은 상태에서 실질적인 어음 회수 가능성은 낮다고 봤다. 또 담보내 거래를 했다면 피해가 적을 수 있지만, 담보가 없는 채권자는 일명 ‘빚잔치’에 놓일 수 있어 법적 조치를 통해 재고를 회수하는 것이 나을 수 있다고 말했다.
한편 여명약품은 1991년 설립됐으며, 지난해 370억원의 매출을 기록했다. 영업이익은 15억원, 당기순이익은 5억8000만원대로 집계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