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유명한 식물학자 출신의 의사 앤더슨 웨일(Anderson Weil) 교수는 인체의 독자적 적응성은 1+1=2가 아니고 3, 4가 될 수 있다고 했다. 그 예로, 코카콜라의 원료인 코카 잎이 어떤 사람에게는 설사를 멈추게 하지만 어떤 사람에게는 변비를 치료하기도 한다는 것이다. 이처럼 인체는 독특한 독자적 시스템을 유지하고 있기 때문에 같은 약물에서도 다른 반응을 일으킬 수 있다. 그 이유는 장내 박테리아가 사람마다 조금은 다른 생태계를 유지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본다.

서양의학에서는 사람을 물질의 집합체로 보고 질병은 부분 이상이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육체를 장기, 세포, 단백질, 유전자 등으로 세분화해서 어디에, 어떻게 이상이 있는지를 혈액검사나 영상 등으로 진단해 병명을 결정한다. 이러한 과정을 거쳐 결정된 병명에 맞추어 특정 부위에 작용하는 약을 처방해 치료하게 된다.

그에 반해 한의학에서는 환자를 있는 그대로 외부에서 관찰하고 평가해서 질병을 전체의 이상 또는 균형(Balance)의 붕괴로 인식한다. 즉 환자를 보고 듣고 혀를 보고 배를 눌러 보고, 맥을 보아 환자의 체질과 유형을 분류하고 정보를 취합(辨證)해 처방과 치료를 결정(施治)한다. 예로 갈근이 감기에 좋다고 하지만 태음인에게만 감기 초기의 코가 맹맹하고 뒷목이 뻣뻣한 증상에 기가 막히게 잘 듣지만 다른 체질에게는 별로다. 또 한약은 같은 성분이지만 양의 많고 적음에 따라 전혀 반대 방향으로 작용(拮抗作用)한다.

따라서 한약은 조합과 용량을 환자에 따라 엄격하게 잘 맞는 것을 찾아 처방해야 한다. 그래서 한약으로 병을 치료하는 것은 양복점에서 양복을 맞출 때 정확하게 재단하고 재봉질을 잘 해야 하는 것처럼 ‘맞춤의학’이라고 본다. 한약재는 대부분이 신경계통, 면역계통, 내분비 대사계통에 체질에 따라 각기 다른 반응을 일으킬 수 있다고 본다. 한약은 환자가 앓고 있는 국소 부위의 질병 한 가지에만 작용하는 것이 아니라 식욕, 수면, 대변, 소변 등의 자율신경계의 기능도 개선하기 때문이다.

한약이 ‘증(證)’에 딱 맞는 경우에는 서양의학적으로 서로 이해관계가 없어 보이는 여러 가지 증상이 하나의 처방으로 광범위하게 개선되기도 하기 때문이다. 이는 인체의 장내 박테리아의 생태계와 두뇌 시스템의 적응성이 관여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본다.

특히 태음인은 내분비·대사 계통의 문제점으로 고혈압, 고지혈, 비만, 심장병, 당뇨계통의 질환에 잘 걸린다. 그래서 ‘청심연자탕’ 같은 처방을 내분비·대사 질환에 쓰면 긴장성 심장증후군으로 가슴이 두근두근하고 답답하며 진땀이 나는 증상이나 변비, 과민성 대장증후군, 두통, 생리불순 등의 자율신경증상도 개선된다.

소음인은 신경계통의 문제점을 잘 일으켜 신경성 불면증, 우울증, 소화불량, 장 궤양, 위경련, 설사 등에 잘 걸리기 쉬운데 ‘보중익기탕’을 쓰면 피곤한 것도 개선되고, 저혈압, 냉증을 해소 할 뿐만 아니라 뇨의 빈삭, 비염도 개선한다.

소양인은 면역계통의 문제점을 잘 일으켜 암이나 바이러스 등의 병원균에 약하다. 여기에 ‘팔미지황환’을 처방하면 면역을 증진시켜 피로 권태를 개선할 뿐만 아니라 요통, 야간 빈뇨, 발기부전, 백내장, 편도선염 등에 다양한 효과를 나타낸다.

 

이처럼 서양의학과 달리 한의약은 하나의 기관이나 장부에 영향을 미치는 것이 아니라 인체의 계통적·시스템적 기능인 신경·내분비·면역 등 전체적인 통제 기능에 영향이 하부 조직이나 기관은 유기적 시스템을 가동해 균형을 맞추어 질병을 물리치고 건강한 신체와 정신을 이끌어 가도록 한다. 그래서 암병동 같은 곳에서 의료사고와 원내감염을 양방에서 주력하며, 양양지원과 심리적 지원을 한방과 협력하고, 다양한 육체적 정신적 증세에 대해 증상을 한의약적으로도 완화하면 환자의 기운도 찾게 해주는 환상적 조합이 될 것이다.

결국 21세기에는 서양의학의 구조적 분석과 한의학의 시스템적 분석을 잘 조화시킨 새로운 통합의학적 맞춤의학의 출현을 전 세계의 환자들은 갈망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