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행성 질환으로 여겨졌던 다양한 척추 질환들이 최근 생활습관의 변화와 역동적인 활동들로 인해 다양한 연령층에서 발생하고 있다. 특히, 척추 질환의 가장 대표증상인 요통은 앉아있는 시간이 긴 만큼 경험할 확률도 높아지는데, 앉은 자세가 허리에 많은 부담을 준다는 사실은 수많은 언론매체를 통해 이미 많은 사람들이 알고 있는 사실이다.
또한 다양한 척추 질환에 대한 정보도 조금의 노력만 있다면 쉽게 찾아보고 내가 겪고 있는 증상과 비교하며 특정 질환을 대입해보기도 하지만 잘 알려져 있지 않은 척추 질환으로 요통에 시달리는 경우도 있다. 요통이 발생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질환은 허리디스크라 불리는 ‘디스크 탈출증’이지만 실제로는 ‘디스크 내장증’이라는 질환이 많은 요통환자의 원인이 되고 있다. 특별한 외상 경험이 없고 앉아있는 시간이 긴 20~30대 젊은 층의 요통은 물론 만성적인 요통환자의 40%가 디스크 내장증이란 말이 있을 정도로 흔하게 발생하는 척추 질환인 것이다.
디스크란 척추에서 뼈와 뼈 사이를 이어주는 연골 구조물로 섬유륜이라는 질긴 섬유조직이 젤리 같은 수핵을 둥글게 감싸고 있는 구조이며, 척추에 가해지는 충격을 흡수하는 역할을 한다. 이러한 디스크는 퇴행성 변화를 거치면서 수핵에서는 수분이 빠져나가고 수핵을 감싸고 있는 섬유륜은 탄력을 잃어 척추에 전달되는 충격을 충분히 흡수시키지 못해 통증이 발생하게 된다. 퇴행성 변화를 시작한 디스크에는 외부 충격이나 압력에 의해 변성되는데 이때 디스크 자체의 성질이 달라지거나 내부에 문제가 발생한 질환이 디스크 내장증이다. 디스크 탈출증과 비교해보면 더 쉽게 이해할 수 있다.
디스크 질환의 가장 대표적인 디스크 탈출증은 디스크를 구성하는 섬유륜이 어떠한 충격에 의해 찢어져 안에 있던 수핵이 빠져나와 신경을 누르면서 통증이 발생하는 질환이다. 때문에 신경을 압박하면서 요통보다 오히려 다리의 저린 느낌이나 감각이 마비된 느낌, 근력 저하 등의 증상이 나타나는 특징이 있고 눌린 신경의 위치에 따라 증상이 다양하게 나타날 수 있다. 반면 디스크 내장증은 찢어진 섬유륜 사이로 수핵이 흘러나오는 형태는 발견되지 않고 MRI를 찍어보면 정상적인 디스크가 하얗게 보이는 것과 다르게 까맣게 탄 것처럼 나타난다.
즉 디스크의 외형은 유지되고 있는 상태에서 내부적인 손상이 발생한 것이다. 이러한 이유로 X-ray나 CT검사에서는 확인이 어려워 진단을 놓치기 쉽고 척추를 중점으로 진료하는 병원이 아닌 경우에는 MRI를 찍고도 통증의 원인을 밝혀내지 못하는 경우도 많다. 신경이 눌리는 질환이 아니기 때문에 요통이 주요 증상인데 오래 앉아있을 때 허리 통증이 심해지거나, 오래 앉아있다 일어나면 허리가 펴지지 않아 손으로 허리를 받치게 된다든지, 한 자세를 오래 유지하기 힘들어지는 등의 증상이 나타나고 다리가 저리거나 마비증상이 있는 신경통은 발생하지 않는 경우가 많다.
디스크 내장증의 요통은 2~3년 이상 지속되기도 하고 아물어가는 디스크에 충격이 가해지는 일이 반복되다 보면 쉽게 재발하기 때문에 자칫하면 만성요통으로 이어질 수 있어 세심한 관리와 치료가 필요하다. 보통 급성요통의 경우 특별한 치료를 받지 않더라고 6주 이내에 증상이 호전되는 경우가 흔하지만, 만성요통은 4~6개월 동안 꾸준한 치료에도 불구하고 통증이 사라지지 않고 지속되는 경우를 말하며, 이때는 보존적 치료보다 더 적극적인 치료를 필요로 한다. 최근에는 다양한 비수술적 치료법이 개발되어 90% 이상은 수술 없이도 증상호전을 기대할 수 있으므로 치료에 대한 겁부터 먹을 필요는 없다. 대신 충분한 효과를 얻기 위해서는 스스로의 노력도 반드시 필요하다.
다른 척추질환과 달리 발생 연령층이 넓은 질환이므로 남녀노소 할 것 없이 항상 바른 자세유지, 잘못된 생활습관 개선, 꾸준한 스트레칭과 근력운동이 필요하며, 특히, 디스크의 충격 흡수 기능이 저하되어 있는 상태이기 때문에 척추에 부담을 줄 수 있는 활동을 자제해야 한다. 몸의 한쪽을 과도하게 사용하게 되는 테니스, 골프와 같은 운동이 이에 해당하고 무거운 공을 들었다가 굴려야 하는 볼링 같은 운동 또한 허리에 부담을 주는 활동이므로 피하는 것이 좋다.
만성요통을 방치하면 원활한 일상생활이 힘들어지면서 우울증에 빠지거나 사회생활에 악영향을 미친다는 연구결과도 보고된 바 있다. 요통의 원인은 다양하기 때문에 가벼워 보이는 증상이라도 단순 요통이라고 단정짓기보다는 정확한 진단을 받아 마음의 병까지 얻는 일은 없도록 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