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人事)가 만사(萬事)라고 했다. 취임 초기 문재인 대통령과 청와대는 이 격언을 정확히 이해하고 있는 듯 하다. 적재적소라는 인사의 원칙을 통해 전문성을 강조하면서 대탕평, 대통합이라는 상징성까지 전달하고 있다. 특히 인사 과정에 대한 소통의 자세는 이전 정부와 달리 더욱 돋보인다. 주요 요직의 경우에는 인선 배경과 의미, 그리고 이들 인사가 추진하게 될 정책의 방향성을 대통령이 직접 설명하면서 국민들의 호평을 받고 있다.

지난 5월 21일 단행한 일부 내각과 청와대 경제 및 외교안보라인 인사 발표에선 보기 힘들었던 독특한 소통 방식도 등장했다. 문재인 대통령의 인사 발표 직후 조현옥 청와대 인사수석비서관이 강경화 장관 후보자에 대한 자녀 국적문제와 위장전입 사실을 먼저 밝힌 것이다. 역대 정부에서 장관 후보자가 지명된 후 언론보도로 약점들이 공개되고 해명했던 일반적 순서와는 다른 방식이었다.

위기관리 커뮤니케이션에서 가장 중요하다고 이야기하는 것 중에 하나는 투명성에 기반을 둔 진정성이다. 그런데 그 진정성은 종교적이고 교조적인 진정성만을 이야기 하지 않는다. 조직의 위기관리 커뮤니케이션에서 이야기하는 진정성은 거짓이 아닌 사실을 어떻게 이야기 할 것인지가 가장 중요하다. 좀 더 자세히 말하면 어떤 종류의 이야기를 언제, 어느 정도로 이야기 할 것인지에 대한 판단과 결정이 필요한 것이다. 이는 커뮤니케이션 하고자 하는 이슈의 형태와 타이밍, 그리고 범위와 수준에 대한 이야기이다. 이번 강경화 장관 후보자에 대한 청와대의 소통 속에는 이런 원칙이 담겨 있다.

현대 사회는 숨거나 감출 수 있는 영역이 사라진 사회다. 이렇게 변화된 환경 속에서 민감한 이슈와 관련된 사실관계의 경우 내가 나의 의지로 말할 것인가? 아니면 타인의 폭로로 인해 내가 강제로 말할 것인가?를 선택할 수 밖에 없다. 그래서 위기관리 커뮤니케이션의 경우 제3자 검증이 가능한 모든 것들은 거짓 없이 공개할 것을 권고하고 있다. 그것이 억지로 떠밀려 이야기하는 방식보다 진정성을 전달하는데 상대적으로 낫기 때문이다.

자녀 국적문제와 위장전입 이슈는 제3자 검증이 빠른 시간 내 가능한 이슈다. 때문에 청와대는 최초 인사 발표 시점에 선제적으로 해당 이슈를 공개했다. 인사 원칙에는 어긋나지만 당시 후보자의 상황과 역량에 비춰볼 때 다퉈볼 여지가 있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더불어 취약점을 먼저 드러내 사전에 해당 이슈의 영향력을 완화하려 했다. 타인의 의지가 아닌 나의 의지로 이야기를 함으로써 민감한 이슈의 주도권을 행사했으며 청문회 전후 검증 과정에서 예상되는 논란을 사전에 최소화하려 했다. 이는 위에서 이야기 한 커뮤니케이션 하고자 하는 이슈의 형태와 타이밍에 대한 판단과 결정이다.

마지막으로 커뮤니케이션의 범위와 수준에 대한 부분이다. 청와대는 장관 후보자의 약점을 먼저 이야기하면서 그 약점을 솔직히 이야기 하는 그 자체에만 중점을 둔 것이 아닌 청와대와 대통령의 철학과 가치를 유지하기 위한 행동이란 것에 방점을 찍었다. 이점은 매우 중요한 요소다. 위기관리 커뮤니케이션은 항상 철학과 원칙에 기대어 전달되어야 한다. 그 과정을 통해 이해관계자에게 커뮤니케이션의 방향성과 본질을 이해하는데 도움을 줘야 한다. 결국 국민들의 관심과 시선이 장관 후보자의 약점에 매몰되지 않고 청와대 검증 시스템이 잘 작동되고 있으며 과정의 공정함과 투명성을 강조하는 대통령의 철학과 의지를 한번 더 전달한 셈이다.

청와대의 커뮤니케이션은 다분히 전략적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