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트제조를 하나의 글로 끝내기 아쉬워서 이어서 적어봅니다.

중국 스마트제조의 맏형은 누가 뭐래도 화웨이죠. 글로벌 특허출원 1위 기업. 통신장비업계의 글로벌 선도기업. 스마트폰 글로벌 출하량 삼성, 애플 다음의 3위 기업. 중국인의 가슴에 자랑스런 기술 기업으로 제대로 자리잡은 첫번째 기업은 바로 화웨이인 것입니다. 여기엔 창업주 화웨이 임정비 회장의 애국주의적 언행도 한 몫을 하죠. 군인 출신인 임정비 회장에 대해서 서구권 언론의 의심어린 시선과 견제는 중국내에서 화웨이 감싸기 여론에 더 좋은 재료가 됩니다. 주요 언론에서 화웨이의 성능을 너무 대놓고 찬양해서 이게 광고인가 기사인가 헷갈릴 때도 있을 정도에요. 어쨌든 화웨이는 특허 인해전술의 전략으로 통신 기술 분야의 세계적 강자가 된 것은 인정해야 합니다. LG유플러스도 화웨이 장비 쓰니까요. 삼성 내부에서도 화웨이의 기술력은 인정한다는 후문입니다.

화웨이가 집중 포격을 날리는 대상은 애플, 삼성이 아니고 샤오미였죠. (요즘 샤오미는 화웨이의 포격 대상이 아니게 되었지만…ㅜ.ㅜ) 샤오미는 기술력도 없으니 사라져야 할 기업이라고 대놓고 비난을 날렸던 임정비 회장.

실제 샤오미는 스마트폰 영역에서 과거에 비해 성장 동력을 많이 잃었죠. 오히려 샤오미의 진가는 스마트홈에서 힘을 발휘하고 있습니다. 샤오미 폰은 없어도 중국인 집집마다 샤오미 스마트홈 기기가 없는 집은 없을 겁니다. 스마트 콘센트나 공기청정기 하나라도 있죠. 심한 경우엔 샤오미 미홈(Mihome) 앱에 스마트홈 기기가 수십개 깔려있는 것을 확인했습니다. 비결은 바로 극강의 가성비죠. 스마트홈 기기에 뭔 브랜드가 그리 필요합니까. 잘 작동되고 스마트하게 알려주면 그만이죠. 그래서 샤오미의 극강의 가성비로 빠르게 새로운 스마트 기기를 소비자에게 전달하는 전략이 스마트홈 분야에서 딱 맞아 떨어졌죠. 어쩌면 샤오미는 기업 스스로 이윤을 실현하지 못하고 있어서 기업 차원에선 어려운 상황에 처했다고 볼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중국 인민의 입장에서 샤오미는 축복입니다. 싸게 편리한 스마트홈 제품을 마구 뿌려주니까요.

그리고 한가지 더 주목해야할 사실이 있습니다. 샤오미의 레이쥔 회장이 인민대표 금배지를 달고 있다는 사실이죠. 사업이 다소 주춤해도 여전히 레이쥔 회장의 정치력은 힘을 지니고 있습니다. 창업가이자 엔젤투자자로서 시진핑 정권의 “만인의 창업”이란 캐치프레이즈에 좋은 롤모델로 자리잡은 레이쥔 회장은 아마도 정권 차원에서 망하지 않게 보호 육성해주어야 할 대상일지도 모릅니다. 그래서 샤오미는 앞으로 쭈욱 인민의 스마트한 삶에 기여할 수 있는 기업으로 계속 성장해나갈 수도 있겠다는 기대를 하게 됩니다.

자, 이제 스마트제조의 마지막 기업입니다. 바로 칭화홀딩스. 반도체굴기의 상징적 기업이죠. 마이크론 인수하겠다고 몇 십 조원 떡하니 질렀다가 미국 국회에서 반대해서 무산되었죠. 앞으로도 칭화홀딩스의 메가톤급 기술 인수 건에는 미국, 일본할 것 없이 초경계 모드로 반대할 가능성이 큽니다. 메가톤급 인수 못하게 한다고 칭화홀딩스가 반도체 굴기를 접지는 않을 겁니다.

이미 인텔, 퀄컴 모두 중국 반도체 기업들과 이렇게 저렇게 합작회사 설립하고 반다리 걸치기에 여념이 없습니다. 미국 기업들은 언제나 그렇듯 냄새를 빠르게 맡고 대처하죠.

중국 반도체 굴기에 물론 절대 필요한 시간은 소요되겠지만 언젠가 어느 정도 수준의 경쟁력은 분명히 갖출 겁니다. 이유는 단순해요. 세계에서 반도체 가장 많이 소모하는 단일 국가인 중국(60% 차지)이 반도체를 자체 생산 안 할 것이란 가설이 오히려 이상한 거죠. 반도체 굴기는 중국 스마트제조 2020 로드맵에 핵심중에 핵심입니다. 모바일 기기, 자율운행차량, 스마트공장, 스마트홈 이런 모든 변화의 중심에 반도체가 담겨져 있죠. 그 동안 중국이 소모한 반도체의 총량보다 앞으로 필요로 할 반도체의 숫자가 몇 십 배나 많을 것이란 건 너무나 당연한 유추이겠죠.

중국이 한 해 수입하는 반도체의 가격이 200조원에 달합니다. 몇 십 조원 투자해서 이러한 기술 의존에서 벗어날 수 있다면 반드시 투자를 과감하게 해야겠죠. 놀랄 일이 전혀 아니고, 어찌 보면 중국의 반도체 굴기는 중국의 장기적 무역수지에 대한 이야기고 나아가 중국의 기술 안보에 관련된 이야기인 것입니다. 문제는 이러한 중국의 반도체 굴기에 대한민국의 반도체 산업이 주요한 타겟이 되고 있다는 겁니다. 제아무리 중국이래도 돈과 규모만으로 절대 우리를 따라올 수 없어”라고 치부하기엔 너무 큰 이슈라서 좀 더 장기적 시각의 공생의 해결책을 찾아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결국은 장비/부품/소재 이런 분야에 집중해야 하지 않나는 다소 큰 방향성이 떠오르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