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가 지난 2015년 10월, 주주환원 정책 시행계획을 발표한 이후 주가가 안정적인 흐름으로 상승하고 있다. 삼성전자 주식 가격은 주주환원을 발표한 다음 날인 2015년 10월 30일 종가 기준 137만2000원이었으나, 올해 5월 22일 종가 기준 225만5000원을 나타내고 있다.

▲ 3년간 삼성전자 주가 움직임. 출처=삼성전자 홈페이지 투자자 정보.

삼성전자는 지난해 10월, 향후 3년간 배당에 중점을 두고 주주환원을 진행하되, 잔여재원 발생 시에는 자사주 매입을 실시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구체적인 계획으로 삼성전자 측은 “연간 발생하는 잉여현금흐름(Free Cash Flow)의 50%를 배당 및 자사주 매입 방식으로 주주환원에 활용할 것이며, 매입한 자사주는 전량 소각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삼성전자가 이같이 주주가치 극대화에 주력하게 된 배경에는 여러 가지 의견이 있지만, 전문가들은 공통적으로 글로벌 기업으로 구축하는 단계에 본격적으로 돌입했다고 해석하고 있다.

◇ 지주사 전환 포기, 삼성전자가 지향하는 방향 분명해졌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에 따르면 삼성전자가 주주환원 계획을 발표한 시점부터 올해 4월 27일까지 보통주는 1303만5421.5주 우선주는 360만7423.5주가 소각됐으며, 소각을 위해 취득한 자기주식은 약 21조142억7600만원에 달한다. 이와 함께 삼성전자가 지난달 27일 이사회에서 지주회사로 전환하지 않기로 결정하면서 장기적으로 주주가치 증대를 위한 큰 그림이 그려졌다.

▲ 출처=금융감독원 전자공시

특히 올해 4월, 이사회가 삼성전자 지분의 약 13.3%에 달하는 자사주 보유분을 내년까지 소각하기로 하면서, 지주사 전환을 통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경영권 승계 작업이 현실적으로 어렵게 됐다.

지주사 전환을 위해 마련했던 자사주를 소각키로 하자 시장도 놀랐다. 주주환원 계획을 통해 주가 가치 상승효과뿐만 아니라 이건희 회장의 소유경영 체제가 지워지고 전문경영 중심. 주주 중심의 경영이 본격화될 것으로 예고됐기 때문이다.

지주사 전환법에 따르면 지주회사는 자회사 주식을 20% 이상 반드시 보유해야 한다. 삼성전자가 자사주 13%를 보유하고 있는 상태에서 지주사 전환을 하게 된다면 삼성물산이 가지고 있는 삼성전자 지분 4.25%와 특수관계인 지분을 합하면 딱 20%가 넘는 지분이 형성되기 때문에 과거부터 지주사 전환에 활용될 것으로 해석했지만 이사회가 이를 포기한 것이다.

이에 대해 흥국증권 이민희 연구원은 "삼성전자의 이런 계획은 글로벌 기업을 구축하려는 추세에도 부합한다"고 밝혔다. 이 연구원은 "그동안 엘리엇 등 외국인 주주들이 삼성전자에 요구하던 것들이 받아들여지지 않다가, 지난해부터 본격적으로 주주환원을 강화하면서 주주들에게 주가를 통해 보답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고 덧붙였다.

삼성전자는 자사주 소각뿐만 아니라 배당도 확대하면서 주주 중심의 경영 체제를 확립하고 있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에 따르면 2015년부터 2016년까지 배당한 금액은 총 7조606억2900만원에 달하며, 배당성향도 지난 2012년 5.2%에서 지난해 17.8%로 12.6% 포인트 급증했다.

▲ 출처=금융감독원 전자공시

이 연구원은 “외국의 글로벌 기업들이 잉여현금흐름의 50%에서 70%까지 배당이나 자사주 소각을 한다”고 밝혔다. 삼성전자가 잉여현금흐름의 50%를 주주들에게 환원하겠다는 계획, 영업 변동성 때문에 기업들이 기피하던 분기배당까지 실행하는 점 등은 글로벌 기업처럼 장기적으로 주주 중심 경영을 강화하겠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아울러 자사주 소각을 통해 보유했던 주식수가 줄어들면서 주당순이익(EPS)도 동시에 증가했다. 1주당 이익에 대한 주식가치를 나타내는 EPS는 삼성전자가 자사주를 소각하기 전인 2014년에는 15만3105원이었지만 지난해는 15만7967원으로 4862원 증가했다. 올해 진행된 대규모 소각까지 반영된다면 EPS는 이보다 더 증가할 것으로 전망된다.

▲ 출처=금융감독원 전자공시

전문가들은 EPS 증가와 동시에 실적이 유지되면서 주가가 상승하는 움직임이 지속된다면 주주가치는 앞으로 더 증대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 지주사 전환 포기, 삼성물산 입장에도 악재 아니다

한편 일각에서는 삼성물산 최대주주인 이재용 부회장의 경영권 승계 구도로 계획했던 삼성전자의 지주사 전환 포기가 삼성물산 입장에서도 악재가 아니라는 주장도 제기된다.

백광제 교보증권 연구원은 “지주사 전환을 통해 삼성전자가 인적분할을 한다면 삼성물산과 합병을 해야 가능하다”면서 “합병을 가정한다면 삼성전자 홀딩스와 삼성물산의 합병 비율이 정해질 텐데 현재 삼성전자의 주식 가격이 많이 오른 상태이기 때문에 지금 합병을 했다면 오히려 삼성물산 주주 입장에서 불리한 합병이 됐을 것”이라고 밝혔다.

▲ 출처=금융감독원 전자공시

만약 삼성전자가 현재 지주사로 전환 후 지주사인 홀딩스와 삼성물산이 합병된다고 가정한다면, 삼성전자 주식가치가 최근 너무 올라서 합병 시 삼성물산 주주가 불리해지게 된다.

백 연구원의 논리는 삼성물산과 삼성전자 지주사가 현재 합병을 한다면 삼성전자 지주사의 삼성전자 지분가치는 33%에 달할건데, 현재 삼성전자 시총이 약 300조원이므로 여기에 3분의1을 곱한다면 지주사의 시총은 100조원이 된다.

하지만 현재 삼성물산의 시총은 약 20조원에 불과하기 때문에 이대로 현물출자가 진행된다면 삼성물산과 삼성 지주사의 주식교환비율은 1대0.2로 교환된다. 이에 따라 현재 이재용 부회장의 삼성물산 지분 17.2%는 3.4%로 줄어들게 되면서 경영권 방어에는 더 취약할 수 있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또한 장기적으로 자사주 소각이 이뤄진다면 앞으로 삼성물산의 주식가치가 증가하면서 합병비율이 점차 완화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백 연구원은 “최근 자사주 소각을 통해 삼성물산과 오너일가, 삼성생명이 가지고 있는 삼성전자 지분들이 19%까지 급증했다"며서 “18% 초반대였는데 지금 삼성전자가 발표한 자사주 소각 계획대로라면 삼성 계열사가 가진 지분은 23%까지 올라온다”고 밝혔다.

자사주 소각을 통해 삼성물산 등 계열사가 가지고 있는 삼성전자 지분이 증가하면서, 향후 삼성전자가 자사주를 추가적으로 매입하지 않아도 추후에 지주사 전환이 충분히 가능하기 때문에 삼성물산 주주 입장에서도 장기적으로 긍정적이라는 분석이다.

업계는 이 부회장의 공백에도 불구하고 삼성전자 주식 가치가 올라가고 있고, 주주 중심의 경영전략으로 삼성전자의 이미지가 개선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삼성전자 측은 “앞으로도 장기적 성장과 지속적인 주주가치 제고를 기본 원칙으로 삼을 계획”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