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자료사진(출처=이미지투데이)

국제회계표준(IFRS17) 기준서가 발표되면서 보험사들의 자본 확충 필요성이 더욱 확대되고 있다. 부채평가 방식 변경으로 인해 현재보다 부채가 늘어나고 지급여력비율(RBC)이 하락함에 따라 최대 30조원에 육박하는 자본을 추가로 준비해야 한다는 분석이 나온다. 다행히 신종자본증권과 후순위채 발행과 유상증자가 순조롭게 진행돼 연착륙이 가능하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신종자본증권‧후순위채 발행…유상증자도 단행

보험업계에 따르면 지난 18일 국제회계기준위원회(IASB)는 원가로 평가하던 보험부채(고객에게 보험금을 주기 위해 보험사가 마련하는 책임준비금)를 2021년부터 시가로 평가해야 한다는 내용을 담은 IFRS17 기준서를 발표했다.

지금까지 우리나라는 보험부채를 현재 시점의 가치(시가)가 아닌 과거 보험을 판매했을 시점의 원가로 평가했다. 만일 기준서대로 변경될 경우 과거 판매했던 금리확정형 상품의 경우 보험부채 규모가 커지게 된다.

실제 지난해 6월 기준 생보사의 금리확정형 상품 비중이 43%, 이중 금리가 5% 이상의 상품 비중이 31%로 집계됐다. 한국은행은 지난해 생보사의 부채가 IFRS17 적용 이후 22조∼33조원 늘어날 것으로 추정했다.

보험부채가 커지면 그만큼 준비금도 더 쌓아야 한다. 이로 인해 RBC도 떨어지게 된다.

IFRS17 대비를 위해 보험사들은 신종자본증권·후순위채권 발행과 더불어 유상증자를 통해 자본확충에 나서고 있다.

신종자본증권이란 주식처럼 만기가 없거나 매우 길고, 채권처럼 매년 일정한 이자나 배당을 주는 금융상품을 의미한다. 주식과 채권의 특성을 모두 갖춰 안정적인 수익을 올릴 수 있다.

한화생명보험은 5000억원 규모의 신종자본증권을 발행했으며 교보생명은 해외에서 5억달러(5600억원) 규모의 신종자본증권을 발행하기로 했다.

후순위채는 채권 발행기관의 부도나 파산 시 다른 채권이나 예금자들의 부채가 모두 청산된 뒤 마지막으로 상환받을 수 있는 채권이다. 일반 채권보다 금리가 높은데다 자기자본으로 인정되기 때문에 보험사들이 자본확충 목적으로 사용하기도 한다.

동부화재는 오는 25일에 7년물 1500억원과 10년물 1500억원, 5년 콜옵션 10년 만기 1000억원 등 후순위채 총 4000억원을 발행할 계획이다.

현대해상의 경우 26일 7년물 1000억원, 10년물 1000억원, 콜옵션이 부여된 10년물 1000억원 등 3000억원 규모 후순위채를 발행할 예정이며, NH농협생명은 3000억원 규모의 후순위채권을 상반기에 발행한다는 방침을 세웠다.

자금 조달을 위한 유상증자도 시행되고 있다.

KDB생명의 경우 200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가 검토되고 있다. RBC비율 상승을 위해서라는 분석이 나온다. 앞서 동양생명과 알리안츠생명은 대주주(안방보험)로부터 각각 5283억원, 218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단행했다.

“지나치게 우려할 필요 없다”

반면 전문가들은 업계의 우려와는 달리 상황이 개선될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있다.

김도하 SK증권 연구원은 “수입보험료를 전부 매출로 인식하는 현행과 달리 IFRS17에서는 수익 및 비용에서 투자요소를 제외하고 보험계약의 보장서비스에 수반되는 대가만을 인식할 전망”이라며 “투자요소가 수익과 비용 모두에서 제거되므로 이익의 감소를 의미하는 것은 아니며, 계약서비스마진(CSM) 상각에 따른 수익 인식으로 손익변동성은 축소될 수 있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김 연구원은 “외형은 축소되지만 이익은 안정적으로 인식할 전망”이라고 덧붙였다.

이병건 동부증권 연구원은 “IFRS17 세부사항은 앞으로 확정돼야할 것들이 많고 IFRS17시행이 곧 회사들의 자본부족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라며 “보험사들의 자본확충 노력이 큰 무리없이 실행되고 있어 지나치게 우려할 필요가 없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