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동대문 밖 창신동 23-315번지 일대 약 3만4000㎡에 있는 채석장 자리에는 일제강점기 역사의 질곡(桎梏)이 고스란히 남아 있다. 1910년부터 서울 시내에 조선은행(현 한국은행), 경성역(현 서울역), 조선총독부 등의 대형 석조 건축물을 지어야 했던 일제는 1924년 흥인지문 옆 창신동 돌산을 경성부 직영 채석장으로 만들어 건축용 석재와 골재를 채집했다. 조선시대부터 이름난 이곳의 화강암은 질이 좋았고 바로 서울 성곽 밖이라 운송도 편리했다.

▲ 서울 창신동 채석장 일대. 사진=이코노믹리뷰 박재성기자

창신동 돌산은 광복 후에도 미군 등에 의해 관리를 받으며 한동안 채석장으로 쓰이다 중단된 이후 한국전쟁과 도시화 바람으로 사람들이 들어와 살기 시작했다. 현재 동대문시장의 배후 산업지로 봉제공장이 들어찬 창신동에는 채석장 절개지 4곳이 여전히 남아 있다. 채석장에는 자원회수시설과 청소차량차고지, 무허가주택, 경찰기동대 등이 난립해 있다.

낙산 비탈에 자리 잡은 채석장 인근 창신동 지역은 기형적인 건축물과 가파른 계단, 복잡한 골목, 높은 축대 등이 어지럽게 들어서 있다. 창신동은 앞서 2007년 창신‧숭인 뉴타운지역으로 선정돼 전면 철거 방식으로 재개발이 진행될 계획이었으나 2013년 6월 지역주민의 반대 등에 부딪혀 뉴타운 해제됐다. 창신‧숭인 지역은 2014년 5월 국토교통부 도시재생선도지역으로 지정된 바 있다.

그러나 이 지역은 역사가 오래된 만큼 노후한 주거환경을 개선할 필요가 대두되고 그 방향에 대해서 서울시도 고민 중이다. 서울시는 지난해 7월 이곳에 야외 음악당을 만들겠다고 밝혔다. 1만9000m²의 땅을 공원으로 만들고 절개지 아래에 종로구가 사용하고 있는 쓰레기 차고지와 기동경찰대 건물, 창신아파트 등은 야외 음악당으로 꾸민다는 계획이다.

▲ 서울 창신동 채석장 일대. 사진=이코노믹리뷰 박재성기자

당시 박원순 시장은 직접 기자들에게 “창신·숭의 지역에 채석장이 있는데 완전히 버려진 공간이 돼 이 자리엔 쓰레기 적환장도 있고 경찰기동대도 있다”며 “야외 음악당도 만들고, 종합 음악당 등 음악 관련 시설을 만들 생각”이라고 설명하기도 했다.

주민들은 곧장 화색을 표했다. 장기간 방치되고 버려진 도심 지역이 서울시의 야외 음악당 등으로 꾸며지면 도로와 마을의 환경개선과 일대 개발도 가능해질 것이라는 기대감 때문이다.

서울시는 이달 채석장 일대를 재생하는 ‘창신·숭인 채석장 일대 명소화 사업’과 관련해 시민과 대학생의 아이디어를 공모한다고 알렸다. 시는 대상지 특성을 고려해 버려진 채석장에 모노레일이나 경사엘리베이터 등을 설치해 서울시민을 위한 명소로 재생하는 방안을 찾는다고 했다.

채석장의 특징과 역사성을 되살려 관광자원으로 활용할 계획도 유력하게 거론된다. 서울시 도시재생본부 관계자는 절개지 위에 도시경관을 볼 수 있는 전망대를 설치하고 재활용처리시설 등 자원재생센터를 세우고 문화 커뮤니티를 만드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고 전했다.

▲ 서울 창신동 채석장 일대. 사진=이코노믹리뷰 박재성기자

창신동 C공인중개업소 관계자는 “이 지역은 경사가 급해서 낙상 사고도 잦은 빈도로 일어났고 도로나 주거환경 개선에 대한 주민들의 갈망도 큰 편”이라면서 “공기가 좋고 도심 접근성이 좋은 데 비해 집값은 저렴해 서울시의 개발사업이 진행되면 상승 여력이 있다”고 분석했다.

KB부동산시세에 따르면 창신동 아파트의 면적 1m²당 매매가는 407만원으로 같은 면적 기준 서울시 평균 매매가 578만원이나 종로구의 평균 매매가에 크게 못 미친다. 최근 도심이 다시 부각되면서 종로구와 중구 등의 아파트 가격이 꾸준히 상승 중이라는 점도 창신동 일대를 주목해볼 만한 이유가 된다.

부동산 정보업체 부동산114에 따르면 지난 10년간 서울 자치구 25곳 중 평균 아파트값이 가장 많이 뛴 지역은 서초구와 마포구에 이어 구도심인 종로구였다. 특히 새 정부 출범과 함께 문재인 대통령의 공약사항인 도시재생 뉴딜사업이 노후화 및 공동화되는 도시지역의 개선이라는 점도 고무적인 요인으로 인식된다.

다른 공인중개업체는 “창신 쌍용아파트 1차의 경우 매매가가 꾸준히 상승 중이다. 준공된 지 20년이 넘었지만 6호선 창신역이 5분 거리에 있고 정남향으로 배치돼 살기가 쾌적하다는 평가”라면서 “다만 일대가 낙후됐고 창신동 일대가 다 그렇지만 단지도 경사가 있다”고 말했다. 창신 쌍용 1차 아파트의 전용면적 76.03m²의 매매가는 평균 3억2000만~3억3000만원대에 거래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