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자가 컨설턴트로 활동하면서 가장 많이 받는 질문 중 하나가 기업 CRM의 성공요소가 무엇인가이다. 사실 시중의 많은 CRM 서적을 보면 분석부터 기획, 실행 그리고 다시 분석에 이르는 사이클의 각 단계가 모두 중요하다. 물론 기업이 성공적인 CRM을 하려면 프로세스 전반을 체계적으로 운영할 수 있는 내부적 역량이 필요하지만, 필자는 가장 중요한 것으로 VOC(Voice of Customer 고객의 목소리)와 매출(Sales)을 꼽으며, 그 이유는 CRM의 정의에서도 발견할 수 있다.

지난 3회 동안의 칼럼을 통해 필자는 CRM의 정의를 기술했는데, 정리하자면 매출의 근원이 되는 고객의 정보를 지속적으로 업데이트해, 해당 데이터들을 기반으로 기업의 성과창출에 기여할 수 있는 마케팅 활동이다.

이러한 정의는 데이터 분석을 중심으로 하는 협의의 관점이고, 좀 더 포괄적 개념의 CRM을 표현하자면 커뮤니케이션이라는 단어로 요약된다. 즉, CRM을 위한 모든 활동들은 결국 고객들과 공감대가 형성될 수 있는 정교화된 의사소통에 기반하며, 최종적으로 그들이 지갑을 열고 충성도를 가지게 함으로써 자발적으로 입소문을 내게 하는 것까지 목표로 한다.

CRM은 커뮤니케이션이라는 광의의 정의를 가장 잘 실행하고 있는 기업 중 하나가 스타벅스이다. 마이 스타벅스 아이디어(My Starbucks Idea)라는 온라인 사이트는 스타벅스가 소비자들과 함께 소통하는 가장 대표적인 채널로, 커피나 음식과 같은 제품 또는 주문과 지불 등의 경험적인 아이디어를 공유하는 곳이다. 스타벅스는 이곳에 등록된 많은 의견들을 수집하고 선별해 다시 고객 서비스에 활용함으로써 자연스럽게 브랜드 충성도뿐만 아니라 매출액도 상승시키는 CRM 전략을 실행하고 있는 것이다.

이렇듯 CRM은 고객과의 소통을 통한 공감대 형성이 가장 중요한데, 이를 위한 가장 일반적이지만 중요한 자원이 기업 내부에 보유하고 있는 VOC 데이터이다. CRM은 광고와 같이 단방향 커뮤니케이션이 아니라 상호 간의 소통을 통해 기업은 고객에게 적합한 혜택을 제공하고, 고객은 기업에게 금전적 가치를 제공하는 쌍방향의 형태를 띠고 있다. 따라서 고객들의 의견은 CRM의 핵심요소이지만, 실제로는 많은 기업들이 추가적인 비용을 지불하면서까지 빅데이터와 같은 외부 정보들은 확보하려 하면서도 내부에 산재되어 있는 VOC 자료들은 단순히 처리해야 하는 불만사항으로만 치부해버리는 경향이 강하다.

하지만 고객들과의 소통을 위한 공감대 형성에 가장 좋은 소스는 그들이 우리 제품이나 서비스를 경험하면서 느꼈던 생생한 후기나 개선사항(Pain Point)이므로 VOC 데이터는 CRM 전략수립에 필수적이다. 만일 얼마나 고객들과 소통하고 있는지, 그리고 VOC를 잘 활용하고 있는지 확인하고자 한다면 회사 홈페이지의 FAQ를 확인해보기 바란다. 1:1 커뮤니케이션 방식인 Q&A와 달리 FAQ는 고객들이 기업에 대해 가장 많이 궁금해 하는 내용을 선별해 미리 정보를 제공함으로써 편의성과 효율성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을 수 있는 기능이다. 이와 같이 회사 홈페이지에 등록되어 있는 FAQ 항목들에 대해 최근 6개월 동안의 클릭 수를 추출한 후 가장 고객들의 관심이 많았던 것은 무엇인지 확인하고, 해당 사항들을 중심으로 커뮤니케이션 주제를 선정하면 된다. 반대로 클릭 수가 거의 없는 항목들은 내부 VOC의 빈도 분석을 통해 가장 많이 접수된 내용들을 FAQ에 반영하고 6개월 후에 다시 고객들의 반응을 확인해야 한다.

CRM은 커뮤니케이션이고 이를 위한 외부 고객과의 소통 채널이 VOC라면, 내부 고객과의 공감대 형성을 위한 요소는 매출이다. 결국 CRM은 기업의 성과 창출에 기여한다는 것이 입증되고, 관련된 전략 수립과 실행에 대해 전사적 필요성을 느낄 때 자연스럽게 조직 간의 소통은 시작된다.

필자의 경우 CRM 업무를 처음 담당했을 때, 조직 내부적으로 우리 부서의 가치와 효용에 대해 공감대를 형성하고 타 부서와 전략수립에 대한 원활한 커뮤니케이션을 하는 데 상당한 시간이 걸렸다. CRM 활동이 실질적으로 매출에 긍정적 영향을 미치기보다는 타 부서의 마케팅 활동에 대한 문제점을 발견하고 이를 위한 개선사항을 제시하는 컨설팅과 유사한 업무 성향을 가졌기 때문이었다.

결국 CRM은 고객과의 소통을 위한 정교한 커뮤니케이션 전략이며, 이를 성공적으로 실행하기 위해서는 우리가 보유하고 있는 소중한 자산인 VOC를 세부적으로 분석하고, 관련된 모든 활동의 시작과 끝을 매출과 연관시켜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