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IT업계에서 키즈 시장이 확대되며 이를 콘텐츠와 플랫폼의 가치로 이해, 비즈니스 모델로 구축하려는 시도가 전방위적으로 벌어지고 있다. 여기에는 사업 자체의 매력과 확장성에 대한 기대를 비롯해 콘텐츠 및 플랫폼의 가치로 생태계를 조성하려는 전략적 판단이 깔려있다는 것이 중론이다.

▲ 출처=마스카랜드

ICT 플랫폼의 키즈 사랑
최근 ICT 플랫폼의 키즈 사랑을 강렬하게 보여준 곳이 구글 유튜브다.

유튜브는 지난 16일 국내에서 어린이 동영상 앱 유튜브 키즈를 정식으로 출시하며 나름의 바람을 일으키고 있다. 자녀와 부모를 모두 고려한 기능을 고루 갖춘 동영상 앱이라는 설명이다. 아이들에게는 풍부한 콘텐츠를 통해 호기심을 채우는 것은 물론 영어, 과학 등의 교육 콘텐츠를 재미있게 접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고, 부모들에게는 아이의 시청 환경을 직접 설정할 수 있도록 더 많은 권한을 부여하는 것이 핵심이다.

유튜브 키즈 앱의 콘텐츠는 프로그램, 음악, 학습, 탐색 등 4개 카테고리로 구성되어 다양한 콘텐츠를 제공한다. 또 어린이에 맞게 최적화된 디자인을 적용했으며 큰 이미지와 눈에 띄는 아이콘을 사용해 빠르고 간편하게 동영상을 시청할 수 있다. 음성 검색까지 지원한다.

부모들에게 자녀의 동영상 시청 환경을 직접 설정할 수 있는 권한을 부여해 일말의 우려도 덜어낸다. 초등학교 입학 전의 영유아와 입학 후의 어린이로 구분하여 자녀의 나이에 맞는 콘텐츠를 감상할 수 있도록 설정할 수 있으며, 시청 시간을 제한할 수 있는 ‘타이머’ 기능을 활용할 수도 있다. 나아가 섬색 설정도 가능하다는 후문이다.

돈 앤더슨(Don Anderson) 유튜브 아태지역 패밀리 앤 러닝 파트너십 총괄은 “온라인에서 자녀를 보호하는 일은 우리 모두의 책임이다. 유튜브 키즈는 부모들이 각자 가족의 상황에 맞추어 시청 환경을 설정할 수 있도록 더 많은 권한을 제공한다. 호기심 많은 아이들에게 한국을 포함한 전 세계의 재미있고 교육적인 콘텐츠를 제공함으로써 유튜브 키즈가 더할 나위 없는 놀이 및 교육 공간이 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 유튜브 키즈. 출처=유튜브

유튜브는 이번 유튜브 키즈 출시를 계기로 아이코닉스, 스마트스터디, 캐리소프트, 브라운TV, 로이비주얼 등 인기 어린이용 콘텐츠 제작사는 AR로 펼쳐지는 ‘내 손안에 뽀로로’, 새로운 구조활동 스토리를 스톱모션으로 담아낸 ‘로보카 폴리 스톱모션 시리즈’와 같이 유튜브에서만 즐길 수 있는 250편 이상의 유튜브 전용 키즈 콘텐츠 시리즈를 공개할 예정이다.

스마트스터디 박현우 부사장은 “유튜브 키즈 앱에서는 아이가 보고 즐기는 콘텐츠의 재미는 기본이고 아이들의 생활 습관부터 영어, 숫자, 도형학습, 나아가 명화나 과학 영역을 아우르는 핑크퐁의 교육적 콘텐츠 또한 많이 찾아볼 수 있다”며, “유튜브 키즈를 통해 부모들이 유튜브를 누구에게나 열려 있는 학습의 장으로 더욱 잘 활용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유튜브 키즈는 미국, 영국, 아일랜드, 캐나다, 호주, 뉴질랜드, 멕시코 등 약 26여 개 국에서 사용 가능하다. 매주 8백만 명의 사용자가 이용하는 유튜브 키즈는 2015년 2월 해외에서 첫 출시된 이후 지금까지 약 300억 회 이상의 조회수를 기록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유튜브 키즈의 국내 공략이 시작된 셈이다.

국내 포털 업계도 키즈 사랑을 보여주고 있다. 다음키즈짱을 종료하고 한동안 손을 놓고있던 카카오는 지난 4월 카카오키즈를 새롭게 공개해 눈길을 끌었다. 카카오의 유아 콘텐츠 전문 자회사인 블루핀의 손에서 탄생한 카카오키즈는 키즈월드의 브랜드 리뉴얼 서비스다. 2013년 3월 출시된 키즈월드는 현재까지 미주, 유럽, 아시아 등 글로벌 누적 다운로드수가 3000만건에 달하고, 제공하는 콘텐츠가 2만 여종이 넘는 세계 최대 유아 콘텐츠 플랫폼이라는 설명이다.

▲ 카카오키즈 출시. 출처=카카오

카카오페이지, 키즈노트 등 카카오 콘텐츠 및 키즈 서비스와의 시너지를 모색하고, 카카오가 보유한 다양한 기술과 서비스 인프라를 통해 서비스 경쟁력도 끌어올릴 예정이다. 4월말부터 ‘카카오키즈’ 중국어 버전 서비스를 중국 내 로컬 안드로이드 앱마켓인 360, 바이두, QQ에서 선보이고 있다.

미주, 유럽, 아시아 등 글로벌 시장에는 현재 애플 앱스토어와 구글플레이스토어를 통해 200여 개국에 서비스중인 영어 버전을 중심으로 시장확대에 나서는 중이다.

최근에는 국내외 인기 TV 애니메이션 6종을 새롭게 서비스한다고 밝히기도 했다.

전통의 쥬니어네이버는 여전히 순항하고 있다. 1999년 문을 열었던 쥬니어네이버는 국내 키즈 시장의 강자로 완전히 자리매김했다는 평가다. 이 외에도 통신사 및 IPTV 업체도 키즈 사업에 매진하고 있다. 일찌감치 키즈 사업에 주목해 특화 상품을 서비스하고 있으며, 이를 바탕으로 일부 콘텐츠에 대해서는 독점권까지 확보해 움직이고 있다.

케이블TV도 마찬가지다. 전국 케이블TV 사업자가 공동출자해 케이블 TV에 VOD 콘텐츠를 독점으로 공급하고 있는 케이블TV VOD는 지난 16일 제작에 직접 투자한 유아전문 영어동요 학습시리즈 위키즈(Wekiz) 서비스를 시작하기도 했다. 위키즈는 국내외 마더구스의 인기 동요 30곡을 담은 교육용 영상 콘텐츠로 영어와 한국어 두가지 버전으로 제작되었으며 창의력 및 표현력 증진에 방점을 찍었다는 설명이다.

황부군 케이블TV VOD 대표는 “키즈 콘텐츠가 유료방송 업계의 킬러 콘텐츠로 떠오르고 있다”며 “케이블TV 키즈 콘텐츠 경쟁력 강화의 일환으로 위키즈 투자 및 독점 출시를 하게 됐다”고 말했다.

▲ 위키즈. 출처=케이블TV VOD

시장의 매력, 확장성, 플랫폼 강화
키즈 업계에 따르면 새로 태어나는 신생아의 경우 2011년 47만명에서 2015년 43만명으로 다소 줄었으나, 오히려 키즈 시장은 2011년 1조2000억원에서 2015년 2조4000억원으로 수직상승했다. 2000년대가 시작되며 소위 골드키즈라 불리는 새로운 풍조가 자리를 잡으며 "아이를 적게 낳는 대신 최대의 노력을 기울인다"는 분위기가 정착했기 때문으로 이해된다.

이를 바탕으로 기본적인 키즈 유통업계는 호황을 거듭하고 있다. 각 백화점의 아동관련 상품 매출 증가율은 계속 증가하고 있으며 유안타증권은 2012년 27조원 규모에 불과하던 키즈 산업이 지난해 39조원대에 육박, 40조원 돌파 초읽기에 나섰다고 전하기도 했다.

자연스럽게 포털 및 방송, 인터넷 플랫폼들이 속속 키즈 콘텐츠 강화에 나서는 이유가 설명이 된다. 이들은 불황이 지속되는 경제상황에서 그나마 시장이 꾸준하게 확대되는 지점을 노려 나름의 성과를 얻는다는 방침이다. 기본적인 방법론이다.

여기에 국내 시장 특유의 상황이 연결된다. 중국의 경우 장기간 유지하던 1가구 1아동 정책이 사실상 폐지되며 뻐링허우 시대가 열리고 있지만, 국내의 경우는 정반대의 양상을 보이고 있다. 재미있는 대목은 이 지점에서 키즈 시장이 급속도로 커지며 시장의 과실이 늘어나는 대목이다.

나아가 국내의 경우 1인 크리에이터를 중심으로 MCN 사업이 부상하며 키즈 시장에 대한 니즈도 커지고 있다. 대표적인 사례가 캐리 소프트다. 현재 캐리 소프트는 아이들의 대통령으로 불리는 캐리 캐릭터를 통해 한국의 디즈니가 되겠다는 야심찬 꿈을 꾸고 있다.

결론적으로 국내 키즈 사업 지형도는, ICT 플랫폼 사업자 입장에서 본연의 강점을 적절하게 풀어낼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되었다는 뜻이다.

IP와 관련된 사업의 확대적 측면도 고려된다. 키즈 콘텐츠의 경우 IP가 강력한 영향력을 발휘하기 때문이다. 포켓몬고의 경우 닌텐도의 포켄 몬스터라는 IP사 없었으면 생겨날 수 없는 사업이며, 텐센트가 미국의 마텔과 협력해 IP를 활용한 사업에 나서는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다. IP만 있으면 다양한 신사업을 펼칠 수 있으며, 이와 관련된 다양한 수익사업도 전개할 수 있다.

'글로벌'이라는 키워드도 중요하다. 특히 포털 및 ICT 플랫폼의 경우 상대적으로 국가 간 진입장벽이 낮기 때문에, 이들 플랫폼을 통해 서비스되는 콘텐츠는 전방위적인 확장 정책을 펼쳐나갈 수 있다.

아이코닉스의 정동수 이사는 “이미 유튜브 키즈가 출시된 미국, 영국, 호주 등에서 타요가 신작을 공개할 때 마다 좋은 성과를 거두고 있다”며, “지난 4월 타요 시즌 4 영어 버전을 유튜브에 공개했는데 유튜브 키즈 앱에서 발생하는 조회수가 전체 조회수의 75%까지 높아졌다”고 밝혔다.

▲ 캐리소프트 중국 진출. 출처=캐리소프트

이러한 포인트는 키즈 콘텐츠 사업을 전개하는 사업자 입장에서 상당한 매력이다. 최근 캐리소프트는 자사의 영상 콘텐츠가 중국 진출 10개월 만에 155만 명의 구독자를 확보하고, 조회수도 6억 6000만 회를 돌파하는 등 중국에서 선풍적인 인기를 끌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그리고 이러한 로드맵에 강력한 플랫폼 사업자는 큰 힘이 되어줄 수 있다. 나름의 윈윈 전략이다.

하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역시 콘텐츠 및 플랫폼 확장을 통해 확보할 수 있는 생태계 전략이다. 키즈 사업을 중심이 아닌, 일종의 생태계 조성의 수단으로 이해하면 편하다. 부상하고 있는 시장의 매력 포인트를 거대한 자사 생태계로 연결해 이를 바탕으로 대단위 전략을 내세울 수 있다는 점이 중요하다. 결국 콘텐츠의 날카로운 매력이 플랫폼의 강점에 큰 힘을 보태주는 최근의 사례와도 적절하게 맞아 떨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