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출처=닥터키친

국내 당뇨 환자는 500만명에 육박했다. 최근에는 20~30대 젊은 층에서도 당뇨 발병률이 급격히 높아지는 등 증가 추세는 앞으로도 가속될 전망이다. 당뇨 약에만 의존할 경우 췌장 기능이 손상을 입을 수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 전문가들이 식이요법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이유다.

당뇨병 환자 대부분은 식단 관리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당뇨 관리를 위해서는 자극적이지 않은 저염식을 꾸준히 먹어야 하고 건강식단에 대한 공부도 소홀할 수 없다. 건강을 위해 먹는 즐거움을 포기할 수밖에 없다는 뜻이다.

 

“당뇨환자도 맛있게 먹을 권리 있어”

당뇨 식단 프로그램 전문 연구업체 닥터키친은 기존의 고정관념을 뒤집었다. ‘당뇨환자도 맛있게 먹을 권리가 있다’는 슬로건을 내세우며 혁신적인 메뉴를 제시하고 있다. 이들은 고객을 붙잡아 두기보다 스스로 식단 관리를 할 수 있도록 유도하고 있다.

닥터키친은 지난 2015년 7월 박재연 대표가 설립했다. 현재 총 17명의 직원이 근무하고 있다. 지난해 1월 시범 서비스를 개시, 같은 해 4월 공식적으로 서비스에 나섰다. 호텔 출신 셰프진이 직접 개발한 400개 이상의 레시피는 건강에만 초점을 맞춘 여느 당뇨 식단과 달리 맛에 차별화를 뒀다. 국내·외에서 발굴한 대체 식재료와 조리법을 활용했다.

박 대표는 “사업을 시작했을 때는 고객들을 위해 레시피와 셰프 명단을 공개했다”면서도 “그러다 보니 전문 식음료기업들이 유사 제품을 만들어 출시하는 사례가 있었다. 이후 레시피와 셰프진을 외부에 알리지 않게 됐다”고 설명했다.

가격은 한 끼당 8000원~1만원 수준이다. 식단은 2·4주로 나뉘며 각 식단별로 하루 한 끼를 먹을지 두 끼를 먹을지 선택할 수 있다. 메뉴는 △가자미 조림, 백찜닭, 돈목살 김치찌개, 꼬막비빔밥 등 한식메뉴 △일본식 생각 불고기 덮밥, 해물 아스파라거스 볶음, 홍합 귀리 리조또 등 세계메뉴. 그리고 당뇨 환자에게 금기시되던 닥터키친 짜장, 닥터키친 짬뽕, 닥터키친 디저트 등 일탈메뉴로 분류된다.

박 대표는 “한 번은 회원들을 대상으로 닥터키친이 만들어주길 바라는 메뉴에 대해서 설문조사를 진행했다”며 “그 결과 1위 짜장면, 2위 떡볶이, 3위 디저트가 나왔다. 그래서 일반식과 유사한 맛을 가진 일탈메뉴를 개발하게 됐다”고 말했다. 이어 “떡볶이는 떡과 고추장에 발목을 잡혀 연구 단계에 머물러 있다”고 덧붙였다.

이어 “당뇨는 장기적인 관리가 필요한 질환”이라며 “환자들은 일상에서 뿌리치기 어려운 유혹을 받게 된다. 순간적인 일탈로 죄책감에 빠지거나 식단 관리가 무너지는 경우도 있다”고 전했다. 그는 “일탈메뉴는 말 그대로 안전한 방향으로 일탈을 유도하는 식단”이라며 “치료에만 목적을 둔 특이한 메뉴보다 대중적인 메뉴를 건강하게 만드는 방법을 연구하고 있다”고 했다.

닥터키친은 대한당뇨병학회(KDA), 미국당뇨병학회(ADA) 등 선진 연구기관의 연구 결과에 기초해 의학적, 영양학적 기준을 준수하고 있다. 지난해 초 진행한 자체 테스트 결과, 참여 환자의 90% 이상의 혈당이 안정권으로 관리됐으며 최대 30%까지 혈당이 감소한 환자도 나왔다.

더불어 당뇨 식단의 안전성과 효과를 검증하기 위해 업계 최초로 당뇨병 센터와 임상시험을 진행했다. 서울삼성병원과는 표준당뇨식을, 분당서울대병원과는 유전적 특성에 따른 맞춤식에 대한 임상시험을 실시했다. 유의미한 결과를 도출했고 올해 하반기 논문으로 발표될 예정이라고 업체 측은 부연했다. 이에 지난해 8월에는 오스트인베스트먼트, 케이큐브벤처스, HG이니셔티브 등 투자 전문기관으로부터 14억원의 투자금 유치도 성공했다.

▲ 닥키버거(출처=닥터키친)

눈길을 끄는 점은 닥터키친이 고객을 대하는 태도다. 2~3개월이면 누구나 닥터키친을 ‘졸업’하고 혼자서도 능숙하게 식이요법을 실천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닥터키친으로부터 독립할 수 있도록 고객을 돕겠다는 것. 닥터키친의 배송박스 내용물을 살펴보면 쉽게 이해할 수 있다. 배송박스의 구성은 크게 메인메뉴, 밥과 밑반찬, 레시피 카드로 이뤄져 있다. 메인메뉴는 식재료를 용도에 맞게 세척·절단·가공돼 있다. 반조리 상태로 고객이 직접 조리해야 하는 게 특징이다. 밥은 완조리된 후 냉동, 반찬은 완조리 상태로 냉장 배송된다. 식재료, 음식 등과 함께 동봉돼 발송되는 레시피 카드는 식재료별 보관 방법부터 요리 순서, 원산지 정보까지 표기돼 있다. 어떤 식재료를 어떻게 사용할지 적혀 있는 것. 고객은 조리를 하면서 매일 홀로서기를 위한 당뇨 식단 공부를 하게 되는 셈이다.

닥터키친은 실물 식단을 제공하는 서비스에 집중하는 한편 콘텐츠 영역으로 사업을 확장할 방침이다. 자체 스터디와 노하우에 기반에 둔 저술, 강의 활동과 식이진단 툴(Tool)을 개발하고 있다. 당뇨환자의 식이요법 실천율과 향후 당뇨병의 추이를 예측하는 프로그램 ‘DDRT(Diabetes Diet Risk Test)’의 베타 버전 개발을 마친 상태다. DDRT는 환자들의 당뇨 식습관을 진단하는 테스트다. 환자 스스로가 식습관 상태를 파악할 수 있고 이를 바탕으로 전문가와 무료상담을 받을 수 있다. 닥터케친은 카톨릭대학 성모병원 내분비내과 교수와 1000여명 환자를 대상으로 DDRT의 진단 알고리즘의 정확도를 고도화하고 있다.

향후에는 축적해온 연구결과 및 데이터를 활용해 유전자에 기반에 둔 맞춤형 식이요법, 고지혈증‧고혈압‧비만‧암 등 타 질병군으로의 서비스를 확장할 예정이다.

박 대표는 “식이요법 전반에 대해 이야기하고 싶다”며 “마트에서 적절하게 장보는 방법이나 편의점 혹은 명절 귀성길 휴게소에서 당뇨 환자에게 적합한 군것질거리 추천 등은 닥터키친이 할 수 있는 일”이라고 말했다. 이어 “당뇨는 ‘부자병’이라는 편견을 갖고 있지만 저소득층에서도 발병률이 높다”며 “취약계층에게 저렴하게 식단을 제공할 수 있는 방법도 찾고 있는 중”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