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출처:셔터스톡

최근 핀테크업체들이 결제수단을 넘어 비트코인을 환전수단으로 사용하고 있다. 비트코인을 이용한 해외 송금은 원화를 비트코인으로 환전 후 이를 해외 비트코인 거래소에 보내 다시 해당국 통화로 2차 환전하는 방식을 이용한다. 비트코인의 특성상 해외송금에 있어서 은행을 이용하는 것보다 빠르고 수수료도 저렴하다는 것이 장점이다.

아울러 자국의 정치 및 경제 시스템이 불안한 나라들의 경우 비트코인은 매우 적절한 지급결제 시스템이다. 정경불안으로 인플레이션이 발생하면 해당국 화폐의 구매력이 떨어지지만 반대로 비트코인은 그 가격이 오히려 상승하기 때문이다.

또 비트코인 가격 변화에 영향을 미치는 가장 큰 요소로 중국을 배제할 수 없다. 중국의 비트코인 구애는 지난 2013년 말부터 시작됐는데 당시 키프로스 사태와 함께 비트코인 가격을 끌어올리기 시작했다.

▲ 비트코인 가격 추이와 주요 이슈 [출처:NH투자증권]

NH투자증권에 따르면 작년 중국거래소의 비트코인 거래 비중은 평균 96%였으며 글로벌 TOP3 비트코인 거래소도 모두 중국 소재다. 또 비트코인 채굴 작업도 3분의 2 이상이 중국에서 이뤄지고 있다. 반면 비트코인 네트워크상에서 중국의 노드 점유율은 3~4%에 불과하다. 노드란 비트코인 네트워크에 참여해 활동하는 개별 참여자의 개념으로 이는 중국의 비트코인 거래가 실제 비트코인 사용을 위한 수요가 아니라는 점을 뜻한다.

비트코인은 위안화 가치하락에 대한 효과적인 헷지수단으로 인식됐으며 위안화를 통해 구입된 비트코인은 달러 등 다른 통화로 환전하는 매개체 역할을 담당한 것이다. 지난 2016년 한 해 동안 비트코인 가격의 폭발적 상승은 위안화 약세에 자극을 받은 비트코인 수요 증가가 초래한 결과다.

 

이는 비트코인이 가진 구조적 한계, 즉 P2P 네트워크형 화폐지만 결국 각국 정부 제도에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는 것을 말한다. 실제로 지난 1월 인민은행이 비트코인 거래소에 대한 조사에 착수함과 동시에 비트코인 가격은 개당 1200달러 수준에서 800달러대까지 폭락했다.물론 최근에는 이에 대한 리스크도 존재한다. 중국 매체들은 인민은행이 비트코인 거래 관리감독 방안을 공개할 예정이라고 지난 5월 16일 보도했다. 인민은행이 비트코인 거래에 대한 규제를 강화하려는 것은 비트코인을 이용한 투기 및 돈세탁의 부정적 요인과 함께 최근 랜섬웨어 공격 등을 부작용으로 지적하는 목소리가 높아진 결과다.

하지만 이후 비트코인 가격은 재차 상승해 최근에는 이전 고점을 넘어 5월 22일 기준 2000달러대에서 거래되고 있다. 이는 무엇을 뜻하는가.

비트코인, 가상화폐의 대표주자일 뿐… 미래는 아니다

<이코노믹리뷰>는 지난 5월 4일 ‘금 가격 넘어선 비트코인… 비싼 이유는 분명하다’ 제목의 기사를 통해 비트코인 가격 상승은 ‘간접적 공식화폐’로 인정받았다는 점과 함께 비트코인 코어(BTC) 집단이 지지자들로부터 신뢰를 얻었기 때문이라고 보도했다.

후자의 경우는 비트코인 자체 그리고 가격에 사실상 더욱 중요한 문제다. 비트코인은 현재 가상화폐의 대표주자일뿐, 비트코인이 가상화폐의 미래를 말하는 것이 아니다. 비트코인을 대체할 수 있는 가상화폐가 있다면 단연 비트코인의 가격은 떨어진다.

최근 비트코인 가격의 급상승 배경으로 여러 가지가 지목되지만 그중에서도 BTC의 지지자들이 늘어난 것이 가장 직접적인 원인이라 할 수 있다. 지난 3월 비트코인 가격이 주춤했던 이유는 비트코인 기반 기술인 블록체인의 크기가 2종류로 나뉘게 될 것이라는 우려감 때문이었다.

▲ 출처:셔터스톡

최근 BTU는 노드 여러 개가 한꺼번에 종료되는 등 버그가 발생하면서 그 실력에 대한 의구심이 커졌다. 이에 BTC가 힘을 얻게 되고 비트코인 가격은 급격히 상승한 것이다.이러한 우려감을 확산시킨 주체는 다름 아닌 비트코인 언리미티드(BTU)로 이들은 BTC의 대항세력이라고 생각하면 된다. 앞서 언급한 것처럼 비트코인은 여러 가상화폐 중 하나기 때문에 BTU의 힘이 강해지면 이들이 주력으로 삼는 가상화폐의 가격이 상승하고 비트코인 가격은 하락한다.

현재 비트코인 가격을 움직이는 요인들은 크게 각국 정부의 움직임, 헷지수단, BTC 지지자들의 증가 등을 꼽을 수 있다. 기간별로 보면 시장불안 등에 따른 헷지수단으로서의 기능이 비트코인 가격변동을 이끌고 이후 BTC에 대한 높아진 신뢰가 비트코인 가격의 상승추세를 이끌었다고 볼 수 있다.

한편, 비트코인에 대한 각국의 움직임은 특정 시기보다는 가상화폐에 대한 연구를 통해 일부 긍정적 인식이 확대되면서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현재 각국은 비트코인에 대해 상이한 입장을 취하고 있는데 이는 각국의 현행법상의 차이점에서 기인한 것도 있지만 비트코인 자체가 매우 다양한 측면을 지니고 있기 때문이기도 하다. 예를 들면, 비트코인을 화폐로 볼 것인지 혹은 실물자산으로 볼 것인지 여부에 따라 과세 방식이 달라지는 것이다. 화폐의 성격도, 실물의 성격도 지니고 있어 쉽게 결정을 내리기 어려운 것이다.

 

한편, 중국이 비트코인에 대한 부정적 시선을 보내고 있지만 이미 각국의 중앙은행들은 법정 디지털통화 발행을 위한 실험단계에 잇달아 돌입하고 있다. 가상화폐인 비트코인은 디지털통화와는 엄밀히 말해 다르지만 유럽중앙은행(ECB)은 가상화폐는 ‘규제되지 않은 디지털 화폐의 한 가지 유형’으로 정의하고 있다. 또 특정한 가상 공동체 안에서 인정받고 사용된다고 전한다.

세계에서 역사가 가장 오래된 스웨덴 중앙은행은 올해 3월 중 자국통화 크로나의 디지털판인 e-Krona의 도입을 위한 3단계 추진 과정을 발표했다. 홍콩금융관리국도 지난 4월 홍콩달러 지폐를 발행하는 HSBC 등 3개 금융기관과 디지털통화의 도입 가능성에 대한 검토를 개시한다고 밝힌 바 있다.

또 캐나다 중앙은행은 이미 캐나다 달러(CAD)의 디지털통화인 CAD Coin을 은행 간 거래에서 이용하는 검증작업을 시작했다. 한편, 싱가포르 중앙은행은 블록체인 기술을 활용한 새로운 전자결제수단의 개발에 착수했다.

이러한 상황에서 비트코인은 ‘규제되지 않는 디지털 화폐’ 중 하나로 자리를 잡고 있다. 다만 비트코인은 여타 디지털 화폐와는 다르게 화폐인지 실물인지 정확히 구분하기 어려운 성격만큼이나 ‘다양성’을 존중하는 듯한 모습이다.

비트코인이 추구하는 ‘다양성’은 비트코인 자체에도 부정적인 요인이 된다. 말 그대로 다양성을 추구하지만 이는 비트코인의 입지를 위협할 수 있는 가상화폐가 언제든 출현할 수 있다는 뜻이다. 그러나 다양성의 존중은 한쪽으로의 ‘쏠림’ 현상을 방지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오스트리아학파의 주장과 유사한 성격을 가진 비트코인. 비트코인은 다양성이라는 특성을 통해 시장의 위험을 견제하는 역할을 하게 될지도 모를 일이다.

현재 비트코인의 적정가격을 추정하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다. 그러나 비트코인이 갖고 있는 다양성을 고려하면 현재 비트코인의 가격의 상승은 경계해야 하는 상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