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layG: Vol.4
[셀카왕자 리뷰보스] ‘라이카 8×20 쌍안경’ 대격돌
[데스매치: 스피커] B&O 베오릿17 vs 보스 사운드링크 리볼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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잔악무도한 외계생명체가 끔찍하기보단 친숙했다. 스타크래프트에 나오는 히드라리스크를 닮아서만은 아니다. 외계 괴물 에이리언(간혹 에일리언, 에어리언, 에얼리언 등으로도 불린다) 얘기다. 1979년 첫 개봉된 영화로부터 시작된다. 이후 시리즈물로 발전했다.
제때 챙겨보진 못했다. 에이리언이 유명해질 대로 유명해진 후에야 내게로 왔다. 며칠 사이에 1편부터 4편까지 몰아봤다. 특이한 점은 편마다 감독이 다르다는 거다. 시리즈가 긴밀하게 연결되기보단 색깔이 다 달랐다.
에이리언이란 대상을 어떻게 해석하느냐 차이였을 거다. 해석에 따라 기존 내용이 뒤집어지고, 완전히 다른 느낌의 에이리언이 태어나기도 했다. 이런 과정을 거치면서 에이리언이 입체적인 매력을 갖게 됐단 생각이 든다.
분명한 건 맥락을 알아야 해석이 보인다. 얼마 전 에이리언 커버넌트를 봤다. 첫편 감독이었던 리들리 스콧이 돌아왔다. 개인적으로 시리즈 중에 1편을 가장 좋아한다. 특유의 절제된 연출로 공포를 극대화하는 방식이 마음에 들어서.
SF 명작 블레이드러너도 그가 감독이었다. 그는 이름만 들어도 기대감을 품게 되는 사람 중 하나가 됐다. 커버넌트는 에이리언 첫편과 스타일이 달랐다. 철학적인 화두는 유지한 채 시각적 잔인함을 스펙타클로 받아들였달까.
원작을 비틀고 전복시키다
커버넌트 얘기가 하고 싶은 게 많다. 아직 ‘절찬상영 중’ 영화니까 스포일러는 그만 하겠다. 그보단 정주행이라 불리는 행위를 권하려고 이걸 쓰고 있는 거다. 콘텐츠 소비 방식으로서의 정주행. 다른 말로는 몰아보기.
시리즈 속편이나 원작을 활용한 2차 콘텐츠의 재미는 어디로부터 오는가. 일관된 코드를 유지하면서도 그안에 새로운 해석을, 때로는 완전한 전복을 도모한 걸 발견하는 데서 오지 않나 싶다. 팬들 기대치를 기어넘고 무너트리고 비틀어버리는 과정을 거치면서 그 세계가 확장된다. 이 여정을 따라가다 보면 자연스럽게 그 세계에 빠져들게 된다.
내가 본 에이리언은 총 5편이다. 1~4편부터 이번에 본 커버넌트까지. 1979년 첫편이 나왔으니 사람 나이로 치면 에이리언은 내년 40줄에 접어든다. 러닝타임을 고려하면 그 40년을 우린 정확히 하루 안에 다 소화해낼 수 있다. 한번 보면 아쉬우니 두고두고 반복 시청할 수도 있고.
에이리언의 세계관은 리들리 스콧을 비롯한 유명 감독들에 의해 만들어졌다. 2편 감독은 아바타로도 잘 알려진 제임스 카메론이다. 에이리언2가 인지도나 흥행수익 면에서 가장 성공했다. 3편은 데이비드 핀처, 4편은 장 피에르 죄네가 감독을 맡았다. 각자 전작에 얽매이지 않고 확실한 색깔을 냈다. 해석의 차이가 빛난다.
에이리언 시리즈는 원작의 저주로부터 자유로웠던 걸까. 에이리언 시리즈 프리퀄 격인 프로메테우스도 흥행했다. 이 영화 감독도 리들리 스콧이다. 그가 프로메테우스와 에이리언1 사이 벌어진 일을 다룬 게 커버넌트다.
시리즈 번외편도 있다. 에이리언과 프레데터의 대결을 다룬 에이리언vs프레데터가 그런 작품이다. 이 영화도 2편까지 나오긴 했는데 원작 시리즈보다 평이 나쁘다. 에이리언2020이란 영화도 있는데 원래는 피치블랙이란 작품이다. 한국에 개봉되면서 저런 이름이 붙었다. 만듦새과 괜찮은데도 아류작 취급을 받았다.
도망치거나 숨거나 죽어버리거나
영화 다 봤다고 정주행이 끝난 건 아니다. 에이리언 게임도 잔뜩 존재하니까. 생각해보자. 인간과 외계 괴물과의 사투. 이 얼마나 게임으로 만들기 좋은 소재인가. 게임 역시 여러 해석이 나붙을 수 있는 장이다.
최근 나온 타이틀은 에이리언 아이솔레이션이다. 2014년에 출시됐으며 PC와 콘솔로 즐길 수 있다. 에이리언 판권을 사들인 세가가 퍼블리싱을 맡았다. 대개 영화를 게임화하면 원작 팬들이 실망하는 경우가 많다. 아이솔레이션은 이런 징크스를 벗어난 걸로 보인다.
게임 배경은 2137년이다. 에이리언1으로부터 15년 후다. 에이리언2보다는 42년 전이다. 에이리언1에서처럼 에이리언이 죽일 수 없는 존재로 나온다. 유저는 도망치거나, 숨거나, 죽어버리는 수밖에 없다. 서바이벌 스텔스 호러 장르를 표방한 셈인데 공포감이 영화와 맞먹는 수준이다.
2013년엔 에이리언 식민지 해병대란 게임이 나왔다. LV-426 행성에서 실종된 USS 술라코호와 해병대들을 구조하기 위해 투입되는 식민지 해병대원의 이야기다. 아이솔레이션과는 달리 유저는 에이리언을 몰살해야 하는 입장이다. 모바일로는 캐주얼한 슈팅게임이 있기는 한데 원작을 정식으로 계승하는 건 아니다.
영화와 게임을 섭렵했다면 도서나 피규어로 눈을 돌려보는 건 어떨까. 특히 피규어가 매력적이다. 박제된 에이리언 느낌으로, 퀄리티가 좋은 건 수십만원에 달한다. 진짜 에이리언처럼 살아움직이는 불상사는 일어나지 않을 거다. 여기서도 다른 해석이 등장한다. 핫토이즈에서 만든 에이리언걸이란 게 있다. 에이러언 스타일 코스튬을 입고 있는 여성 피규어다.
끔찍함에서 친숙함으로
혹자는 그랬다. 콘텐츠 사업 핵심은 원작을 다양하게 활용해 부가가치를 창출하는 거라고. 포켓몬이든 스타워즈든 미키마우스든 무한하게 확장하고 있다. 간혹 원작의 가치를 훼손하는 2차 콘텐츠가 등장하기도 한다. 그런 측면에서 에이리언은 무작정 개방 없이 원작 아우라를 잘 간직하고 있는 IP(지식재산권)에 속한다.
커버넌트를 통해 처음으로 에이리언을 접하는 사람도 있을 거다. 공포는 대개 막연함으로부터 나온다. 에이리언의 파생물들을 따라가다 보면 어느새 에이리언이 친숙해질 거다. ‘무섭고 끔찍하다’는 감정이 ‘피규어 귀엽네, 집에 하나 둘까?’란 생각으로 바뀔지 누가 알겠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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