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본시장에서는, 누군가의 불행이 또 다른 누군가의 행운일 때가 종종 있다. 글로벌 금융위기가 닥쳤던 2008년 자금난으로 법정관리에 들어갔던 기업은 365건이었다. 그러나 지난해엔 936건이나 됐다. 경제규모가 커졌다고 하더라도, 금융위기 때보다도 3배 가까운 기업들이 도산한 것이다.

기업이란 본래 흥망성쇠의 길이 있기 마련이다. 자금난에 닥친 기업의 선택지는 많지 않고, 법정관리 신청은 그중 하나다.

이렇게 어려워진 회사를 좋아하는 기업도 있다. 법정관리에 들어간 기업들 중 회생 가능성이 높은 기업들은 ‘미인대회’에 참가한 모델처럼 각광을 받는다.

성장에 목마른 기업들은 새 회사를 설립하기보다는 이미 기술력을 갖춘 회사를 인수·합병(M&A)하는 데 관심이 많다. 이들 중엔 특히 M&A 대상으로 법정관리 중인 회사를 선호하기도 한다. 빚더미에 올라간 도산 회사는 어떤 매력이 있는 것일까.

반대로 잘못 인수했다가 인수한 모회사마저 위험해지지는 않을까. 회계 장부에 없는, 전 임직원이 숨긴 우발채무가 튀어나오지는 않을까. 도산한 회사는 다시 또 도산할 가능성이 있을 텐데, 인수가격은 너무 높지 않을까. 이런 걱정이 드는 게 사실인데도, 이들은 왜 법정관리 기업을 사려 하는가? 법정관리 기업의 M&A는 일반 기업 M&A와 어떻게 다른지 알아본다.

 

법정관리는 법원이 회사를 관리하는 것이다. 은행이 회사를 관리하는 워크아웃보다 더 강력한 구조조정이 이뤄진다. 구조조정은 기업의 비생산적 자원을 제거하는 한편, 무수익 자산 등을 처분해 회사 경영의 효율성을 높이는 활동이다. 일부 대기업들이 상시 구조조정이라며 비효율을 제거하려 하지만 노조의 반발, 경영진의 무능, 현금 유동성 부족 등에 직면하면 제대로 이행하지 못한다.

외부 힘에 의한 구조조정은 자율협약과 워크아웃, 법정관리 등 세 가지 방법이 있다. 자율협약은 채권금융기관의 협의를 통해 이루어지는 구조조정 방법이다. 보통 영업이익은 발생하고 있으나 과도한 이자 비용 때문에 현금흐름에 문제가 생긴 기업들이 주로 자율협약으로 구조조정을 수행한다.

워크아웃은 자율협약보다는 한 단계 강도가 높은 구조조정 방법이다. ‘기업구조조정촉진법’에 따라 자금난에 빠진 대기업에 대해 채권단의 강제적 구조조정이 이뤄진다.

법정관리는 법원에서 직접 구조조정을 주도, 가장 강력한 구조조정 방법이다. 법정관리에 들어간 기업의 운명은 법정관리를 신청한 원인과 사후관리, 기업의 경쟁력에 따라 엇갈리는데, 채무 상당부분을 탕감받고, 나머지 채무를 성실히 상환할 수 있는 기업은 법원 관리에서 벗어난다.

반면 아예 청산하는 경우가 아닌, 법원이 회생 가능성이 있다고 판단하는 회사에 대해서는 외부에 경영권을 매각하는 M&A를 진행하기도 한다. 법정관리 기업은 M&A를 통한 매각 대금으로 채무를 일시에 변제하고 재무구조를 획기적으로 개선하게 된다.

법정관리 기업의 M&A는 변제자금을 효과적으로 조달하고 책임 있는 경영주를 확보하려는 노력들과 합쳐지면서, 최근에는 이들 기업의 효과적인 기업 정상화 수단으로 자리 잡고 있다.

STX 팬오션, 동양시멘트, 팬택 등도 지난해부터 M&A를 통해 회생에 성공한 대표적인 기업들이다. 지난해에는 SM그룹(삼라마이다스그룹)이 법정관리 상태인 성우건설을 인수한 것을 시작으로 두바이투자청이 쌍용건설을, 세운건설은 극동건설을 품에 안는 등 M&A가 활발했다. 안창현 법무법인 대율 대표변호사는 “법정관리절차에 있어서 M&A는 도산기업이 기업 가치를 투명하고 공정하게 평가받아, 조기에 회생하는 데 적합한 구조조정 수단”이라고 평가했다.

 

일반 M&A 對 법정관리 M&A

그렇다면 ‘일반 M&A’와 ‘법정관리 M&A’는 어떻게 다를까. 통상 법정관리 M&A 과정은 경제 및 산업 여건 등 여러 요소에 따라 정형화하기에는 어려움이 있지만 일반적으로 ▲매도인과 매수인 간의 M&A 거래 의사 일치 ▲M&A 거래 의향 교환 ▲거래 실사 ▲조건 협상 ▲거래 종결이라는 5가지의 큰 틀 안에서 7가지 절차로 나뉜다. 

기본적인 절차는 일반 M&A와 법정관리 M&A가 서로 비슷하지만, 법정관리 M&A는 절차 시작부터 종료에 이르기까지 법원의 감독을 받게 된다는 점이 큰 차이다. 회생계획 변경이 수반되는 등 일반 기업 M&A와 다르다.

법정관리 M&A의 가장 큰 장점은 회생계획 인가에 따른 채무소멸 등의 효과에 있다. 이로 인해 우발채무가 생길 염려가 거의 없어, 일반기업 M&A에서 발생할 수 있는 예측하지 못한 손실 발생과 갈등 소지를 대부분 없앨 수 있다. 아울러 법원의 감독 아래 이루어지기 때문에 절차의 공정성·투명성·확실성이 보장된다는 점도 큰 매력이다.

반면 절차에 관여하는 모든 이해관계인의 이익을 고루 만족시켜야 하는 점 때문에 일반 M&A에 비해 진행이 더디다. 일반적으로 법정관리 M&A 절차 진행방식은 통상 6개월에서 1년 정도 기간이 소요된다.

결과가 좋지 않게 끝나는 경우도 종종 있다. 단기적인 시세차익을 노리는 매수 희망자가 개입하는 경우다. 인수된 회생회사의 재산을 담보로 그 인수대금을 조속히 회수해 버리거나 회사의 재산을 유용하는 등 예기치 못한 문제가 발목을 잡기도 한다.

 

그들은 왜 법정관리 기업을 노리는가

법정관리 기업 인수에 유독 관심이 많은 큰손들이 있다. SM그룹(삼라마이더스)이 법정관리 MA&시장에서 대표적인 큰손이다. SM그룹은 법정관리에 들어간 기업만 인수를 노리며 몸집을 불려왔다. SM이 인수한 기업으로는 진덕산업과 남선알미늄, 우방, 신창건설 등이 있고, 지난해에 인수한 성우종합건설과 동아건설산업도 모두 법정관리 기업이었다. 여기에 지난해 법정관리에 돌입한 한진해운의 자산 일부와 영업망을 SM상선을 통해 인수했으며, 대한해운을 통해 삼선로직스를 사들였다.

SM그룹은 법정관리 매물 인수를 통해 사세 확장은 물론, 법정관리 중인 건설사를 인수해 시공능력평가순위를 한 단계 끌어 올렸다. 이는 건설사업 수주에서 우위를 점하기 위해 SM그룹만이 선택한 전략이기도 하다.

법정관리 등 구조조정을 겪고 있는 기업의 경우, 일반적인 기업 매물보다 가격이 저렴하다. 기업의 경영 및 재무상황이 좋지 않기 때문에 적은 투자금이라도 회수 가능성이 적을 때도 있다. 법정관리 기업을 인수함으로써 채무 감면 및 이월결손금 채무 면제 등의 장점이 인수 이후 회사 경영에 긍정적으로 작용하기도 한다. SM그룹이 인수한 법정관리 기업은 인수 이후 사업실적도 꽤 좋았다. 2007년 편입된 남선알미늄과 우방, 신창건설 등을 비롯해 구조조정 중인 기업 대부분은 별다른 구조조정 없이 흑자전환을 했다.

그 덕에 2000년대 초반 700억원에 불과하던 SM그룹의 자산 규모는 지난해 상반기 기준 4조5000억원까지 늘어났다. 이 과정에서 부채비율은 200% 미만을 유지하고 있다. 매출액과 순이익 규모도 크게 성장했다. SM그룹은 약 10년 만에 매출액이 700억원에서 2조5000억원으로, 순이익 규모도 약 50억원에서 1400억원으로 늘었다.

SM그룹뿐만이 아니다. 법정관리 절차를 겪은 (주)동양의 지분을 시장에서 매입한 유진기업은 1분기 영업이익이 전년 동기와 비교하면 50% 이상 늘었다.

반면 일반 M&A는 위험에 더 노출되어 있는 편이다. 인수 희망 기업은 M&A 진행 과정에서 나타날 수 있는 돌발 상황을 우려한다. 실사과정에서 나타난 다양한 이유로 인수전 협상이 파기되기도 하며, M&A 이후에 두 회사가 다시 쪼개지기도 한다. 인수 경쟁자로 인해 인수가격이 급등, 인수 기업이 과다한 빚을 지는 이른바 ‘승자의 저주’에 빠지는 경우도 흔하다.

글로벌 회계‧컨설팅 법인 어네스트앤영(Ernst&Young)이 최근 발표한 2017년 자본신뢰지수(Capital Confidence Barometer) 보고서에서 ‘지난 12개월간 계획된 인수를 완료하거나 취소 혹은 합의하지 못한 적이 있는가’라는 설문에 대해 경영진 76%가 거래에 실패한 적이 있다고 대답했다.

실패 사유 중 ‘거래실사에서 폭로된 기업 문제’가 43%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했다. 기업 문제로 우발채무를 비롯해 탈세, 재산 횡령, 뇌물수수, 노조 방해, 부당해고 등 온갖 비리들이 나타나기도 한다. 이는 인수나 매각하는 회사 차원에서 M&A를 결정하는 중요한 사항이다. 이와는 달리 법정관리 기업에 대한 M&A는 법원이 매각을 최종 허용하는 결정을 하기 때문에, 법원 손에 의해 기업 내부 문제가 대부분 해결되어 있는 매물들을 대상으로 하는 장점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