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과도한 스트레스를 느끼면 배가 '찌릿'하며 변의를 느끼는 '과민성대장증후군'을 호소하는 현대인이 늘고 있다. 특히 사회생활을 시작하는 20대 후반에 발병되는 경우가 많다. 사진=이미지투데이

#2년차 직장인 A씨는 아침마다 통근을 위해 1시간 거리를 차에 꼼짝없이 앉아있는 것이 몹시 스트레스다. 바로 직장생활 1년 이후 얻게 된 ‘과민성대장증후군’ 때문. 회사에 출근하면 처리해야할 쌓인 일들을 생각하면 급격하게 배가 아파온다. 지사제를 복용하는 것도 잠시뿐, 최대한 변의를 줄이기 위해 좋아하던 야식을 끊고 아침밥도 거르고 있다.

과민성대장증후군(Irritable Bowel Syndrome, IBS)은 주로 배꼽주위에서 복통이나 복부 불편감, 복부 팽만을 호소하고 설사 또는 변비같은 증상을 나타내는 질환이다.

내시경 검사나 초음파, 복부 CT검사에서 특별한 이상이 발견되지 않고 원인이 명확하지 않아 치료에 어려움이 있다. 완치할 수 있는 치료제는 없고 어디까지나 증상을 완화시키는 지사제 등의 약제만 처방될 뿐이다.

미국식품의약국(FDA)의 위장학자인 타라 알테피터(Tara Altepeter) 박사는 최근 IBS 환자를 IBS를 위한 새로운 치료법을 개발할 필요성이 크다고 밝혔다.

특히 IBS 환자들의 증상을 관리하기 위해 약물이 아닌 식이요법과 운동 등 생활습관의 변화를 우선적으로 시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사회생활 시작하는 20대 후반 발병 잦아

FDA에 따르면 IBS는 사회생활을 시작하는 20대 후반부터 발병되는 경우가 많았다.

45세 미만의 사람들에게 가장 많이 발생하고 대개 20대 후반에 증상을 경험하는데, 가족력이 있는 경우 증상을 경험할 가능성이 더 크고 남성보단 여성들이 더 많이 걸린다.

심리적인 원인은 IBS의 중요한 한 원인으로 지목되고 있다. 국내에서도 IBS는 특히 수능을 앞둔 수험생이나 업무스트레스에 시달리는 직장인이 자주 호소하는데 이 시기를 지나면 자연스레 치유되는 경우가 많다.

IBS를 앓는 직장인 A씨는 “잠깐 이직을 위해 일을 쉰 적이 있었는데 신기하게도 매일 아침 나를 괴롭혔던 과민성대장증후군 증상이 사라졌다”고 말했다.

이어 “실제로 업무적으로 스트레스인 상황이 닥치거나 그에 대한 생각을 했을 때 배에서 ‘찌릿’하는 통증이 오면서 가스가 차고 변의를 느껴 화장실을 찾게 되는 걸 보면 심리적인 원인이 큰 것 같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알테피터 박사는 우울증, 불안 및 기타 심리적인 문제가 IBS환자에게 일반적이더라도 항우울제 처방은 IBS의 치료법이 아니라고 설명했다.

심리치료를 받는 것이 스트레스 관리에 도움이 되지만 직업에 종사하는 직장인이 실제로 시간과 돈을 투자해 심리요법을 받는 것은 무리가 따른다.

일상적으로 실천할 수 있는 스트레스 관리법은 ‘운동’이 제격이다. 장시간 의자에만 앉아 업무에 시달리다보면 체력이 약해지는데, 같은 강도의 스트레스라도 신체가 건강할 때보다 약할 때 더 심하게 느끼기 때문. 주말에 단 1~2시간만이라도 시간을 내 자신이 좋아하는 운동을 즐기고 평일에는 점심시간을 활용해 식사 후 산책을 하는 것이 도움이 될 수 있다.

과민성대장증후군 식이요법

특정 음식은 일부 환자에서 IBS 증상을 유발할 수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대표적으로 ▲탄수화물 ▲매운 음식 ▲지방이 많은 음식 ▲유제품 ▲카페인이 들어간 음식 ▲술 등이 있다.

설사형 IBS 환자가 피해야할 포드맵(FODMAP) 음식은?

설사형 IBS를 앓고 있는 환자는 배에 가스를 차게 만드는 음식은 피해야 한다.

대한소화기기능성질환·운동학회에 따르면 탄수화물 중에서 크기가 작은 당류는 소장에서 완전히 흡수가 안 되고 대장에서 쉽게 분해되면서 가스를 발생시키기 때문에 과민성장증후군 환자의 증상을 악화시킬 수 있다.

쉽게 발효돼 문제가 되는 당분을 묶어서 포드맵(FODMAP)이라고 하는데 특히 복통, 가스, 설사, 복부 팽만 등의 증상을 유발시키고 악화시키며, 변비 증상에는 영향이 적다.

▲ 포드맵이 많이 들어간 음식은 배에 가스를 차게 해 설사형 IBS 환자에게 복통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사진=대한소화기기능성질환·운동학회

포드맵은 발효되기 쉬운(Fermentable), 올리고당류(Oligosaccharides), 이당류·유당(Disaccharides), 단당류(Monosaccharides), 그리고(And), 폴리올(Polyols)의 앞글자를 따 만든 합성어다.

포드맵이 많이 포함된 음식은 생마늘, 생양파, 양배추, 콩류가 있다. 과일로는 사과, 배, 수박, 핵과류(복숭아), 멜론 등이다. 이밖에 각종 음식 소스, 유제품 등도 포드맵이 많다.

설사형 IBS 환자를 위한 저 포드맵 식이

같은 과일과 채소라도 포드맵이 적게 들어간 음식도 있다.

과일 중에선 바나나, 오렌지, 딸기가 포드맵이 적고 채소로는 고구마, 감자, 토마토가 포드맵이 적게 들어가 있다. 붉은색 육류도 포드맵이 적으며 유제품을 먹어야 한다면 유당을 제거한 요거트나 우유를 먹는 것이 낫다.

변비형 IBS 환자에겐 ‘식이섬유’ 

식이섬유의 경우 특히 변비형 IBS 환자에 도움이 된다. 반면 상대적으로 설사형 IBS에는 효과가 적다.

식이섬유가 많이 들어간 채소로는 배추, 시금치, 파, 오이, 미나리, 부추, 풋고추, 도라지, 고사리, 버섯 등이 있다. 김, 미역 등의 해조류와 현미, 보리 등의 곡류도 식이섬유가 풍부하다.

설사형·변비형 모두에게 추천 ‘두부, 나물’

두부와 나물은 설사형과 변비형 IBS 환자 모두에게 추천할 수 있는 음식이다.

두부는 콩으로 제조한 음식이지만 포드맵이 많이 함유되지 않고 소화가 잘 돼 다양한 기능성 질환에 추천되는 좋은 음식이다. 여러 방법으로 조리해도 증상을 악화시키지 않는 것이 특징이다.

나물은 식이섬유가 풍부하고 설사형 IBS 환자에게 복통을 일으킬 수 있는 포드맵도 적은데 특히 변비를 동반한 경우에 도움이 될 수 있다.

설사형 IBS 환자 "굶으면 안 돼요!"

간혹 중요한 일을 앞두고 끼니를 걸러 증상을 막으려는 설사형 IBS 환자가 있지만 이는 장기적으로 도움이 되지 않는다. 

IBS 환자일수록 규칙적인 식사를 하고 식사를 거르지 않는 것이 권장된다.

구자설 고대안산병원 소화기내과 교수는 "금식은 오히려 과민성대장증후군 증상 완화에 도움이 되지 않으며 적당량의 음식을 일정한 음식을 늦지 않은 시간에 섭취하는 것이 좋다"며 "또 카페인과 과일주스와 같은 당 음료를 가급적 자제하고 심리적인 안정을 취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 IBS 환자에게 일반적으로 권고되는 식생활 습관.자료=대한소화기기능성질환·운동학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