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독을 일으킬 수 있는 강력한 마약성 진통제 오피오이드(Opioid)를 대체하기 위한 수기치료인 ‘카이로프랙틱’의 국내 제도권 진입 요구가 높아지고 있다.
해외 언론 스태트뉴스에 따르면 최근 미국연방식품의약국(FDA)는 통증 치료에 대한 보건 의료 제공자에게 오피오이드를 피하는 데 도움이 되는 치료법으로 카이로프랙틱과 침술에 대한 정보를 얻을 것을 권장했다.
美, 마약성 진통제 중독문제 심각
미국에서 오피오이드 중독은 심각한 공중 보건문제다. 미국 유명 팝스타인 프린스의 사인으로 알려져 심각성이 대중에 확산됐다.
오피오이드는 뇌나 신체의 수용체에 결합하는 천연 또는 합성 화학 물질로 아세트아미노펜, 아스피린과 같은 일반의약품으로 완화시킬 수 없는 중등도 이상의 심한 통증완화에 사용된다. 흔한 오피오이드로는 옥시코돈, 하이드로코돈, 펜타닐 등의 처방약이 있다.
미국보건복지부(HHS)에 따르면 지난 2014년 한해 2만8000명이 넘는 사람들이 오피오이드 과다 복용으로 사망했다.
한국에서 펜타닐 주사는 주로 마취제로, 패치는 만성통증에 사용된다. 옥시코돈은 주사제, 알약으로 나오고 둘 다 만성통증에 적용한다.
진통제 등 약물 오남용 실태를 꾸준히 모니터링 해 대중에 공개하는 미국에 비해 한국은 ‘청소년건강행태 온라인 조사’를 통해 청소년의 약물 사용 경험 실태를 공개한 것을 제외하면 진통제의 주 소비자인 성인 및 노인의 문제를 파악하는 데 미흡한 상황이다. 특히 의료기관에서 처방되는 마약성 진통제와 관련한 부작용 사례에 대한 수집이 부족하다.
‘손’ 이용해 통증 줄이는 ‘수기치료’
약물 대신 환자가 겪는 통증을 줄이는 치료로 각광받고 있는 것이 손을 이용한 각종 물리적 자극을 통한 치료행위인 수기치료(手技治療)다.
동양의학에서는 추나요법(chuna)으로, 서양의학에서는 카이로프랙틱(chiropractic) 및 정골의학(osteopathy)로 나뉜다.
민간에서도 지압과 마사지로 통증을 완화시키지만 지압 등은 전신의 피부와 근육을 쓸고 누르고 두드리는 등 혈액순환 개선에 중점을 두지만 추나요법, 카이로프랙틱, 정골의학은 어긋난 척추와 관절을 제자리에 돌려놓는 등 좀더 전문적인 의학적 기술이 요구된다.
우리나라에 생소한 ‘카이로프랙틱’이란?
‘카이로프랙틱(chiropractic)'은 그리스어로 '손'을 뜻하는 '카이로(chiro-)'와 '치료'를 뜻하는 '프락토스(practice)'를 합친 말이다. 신체의 운동역학적 기능을 가진 조직 중 특히 척추와 골반을 중심으로 이들 조직 및 주변 조직의 기능적 장애, 생화학적 변화, 신경 생리학적 변화 및 통증의 발생을 예방하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추나요법과 도수치료에 비해 카이로프랙틱은 우리나라에 많이 알려져 있지 않지만 미국 등 해외에서는 카이로프랙틱 닥터가 있을 정도로 국가적으로 인정받는 분야다.
국내, ‘카이로프랙틱’ 규정 없어 해외 면허 무의미
문제는 국내에선 카이로프랙틱 관련 규정이 없다는 점이다. 물리치료를 시행하는 물리치료사와는 달리 카이로프랙틱사는 의료기사가 아니어서 제도권 안에서 보호받지 못하고 있다. 해외에서 카이로프랙틱 면허를 땄어도 한국에 와서 카이로프랙틱을 환자에 시행하면 불법이 된다.
헌법재판소는 지난 2005년 국내 의사면허가 없는 자가 미국에서 카이로프랙틱 의사 자격증을 취득한 후 의료기관을 개설해 요통 환자를 상대로 진료를 하는 것을 불법이라고 결정했다.
미국, 캐나다 등 서양권에서는 보완대체의학으로서 카이로프랙틱을 제도권 내에서 관리하고 있다. 이에 소정의 교육 이수와 국가고시를 요구하고 있다.
미국에서는 약 4만5천명의 카이로프랙틱 닥터(Doctor of Chiropractic, D.C)가 1차 주치의로 종사하고 있고 이들은 모두 미국 카이로프랙틱 교육 관리 기관에서 인가 받은 카이로프랙틱 대학에서 정규교육을 받은 뒤 국가고시를 통과하고 면허를 발급받은 자들이다.
카이로프랙틱 닥터들, 제도권 진입 시도 중
해외에서 카이로프랙틱 자격증을 획득한 카이로프랙틱 닥터들은 해외 면허를 따도 한국에서 카이로프랙틱 치료를 하는 것이 불법이기 때문에 꾸준히 제도권 진입을 요구하고 있다.
지난 2014년 말 정부 주도의 민관합동회의에서는 규제 완화와 새로운 일자리 창출을 위해 비의료인에 의한 카이로프랙틱 행위를 허용하자는 안이 제안됐다.
보건복지부는 이에 2016년 12월 의료단체를 초청해 카이로프랙틱 관계자 회의를 개최해 의료기사에 카이로프랙틱 분야를 새롭게 신설하자고 제안했으나 대한의사협회와 대한한의사협회 및 관련 학회 등은 비의료인의 카이로프랙틱 허용과 자격 신설에 대한 반대 입장을 밝혔다.
의료기사란 의사 또는 치과의사의 지도 아래 진료나 의화학적(醫化學的) 검사에 종사하는 사람을 말한다. ‘의료기사 등에 관한 법률’에 따르면 의료기사는 ‘임상병리사와 방사선사, 물리치료사, 작업치료사, 치과기공사 및 치과위생사’ 등 6가지다.
우리나라에서 질병을 진단하고 이를 치료하기 위한 재활 수기치료는 일반적으로 의료인이나 물리치료사에 의해 이뤄지고 있다. 물리치료사는 의료인이 개설한 병원에서 의사의 지도 아래 수기치료를 시행할 수 있고 단독으로 개원할 수 없다.
서양의학 중심의 대학병원에서는 재활의학과 소속 교수 및 물리치료사가, 한방과를 보유하고 있는 대학병원에서는 한방재활의학과 소속 교수가 직접 환자에게 수기치료를 시행한다.
한방과를 보유한 국내 두 곳 대학병원 관계자는 “교수가 직접 환자에게 추나요법을 시행하고 있다”고 전했다.
카이로프랙틱 면허 취득자들은 카이로프랙틱의 제도권 진입의 당위성으로 '전문성'을 강조하고 있다.
대한카이로프랙틱협회는 “한국에는 아직 정식 카이로프랙틱 교육과 관련 면허가 존재하지 않아, 의료인들은 간단히 세미나(대개 30여 시간)만 들으면 카이로프랙틱 시술을 할 수 있는 것으로 잘못 인식하고 있다”며 “하루 빨리 카이로프랙틱 제도가 도입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 협회는 국제적인 정식과정(4200시간 이상)을 통해 학위를 취득하거나 해당 국가의 카이로프랙틱 닥터면허(State of National License)를 취득한 정식 카이로프랙틱 닥터(Doctor of Chiropractic)들의 단체로 세계 카이로프랙틱 연맹(W.F.C)의 가맹 조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