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layG: Vol.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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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게임을 60분 남짓 해봤다. 빠져들지, 접을지를 판단하는 최소시간이다.

게임명: 자취생키우기2 / 서비스: 608팩토리 / 개발: 608팩토리 / 플랫폼: 모바일 / 장르: 시뮬레이션

▲ 출처=게임캡처

대학 4학년 때 기숙사에서 쫓겨났다. 망할 저학년 우대 정책 때문이다. 고시원을 둘러보다가 영 아니다 싶어 원룸엘 들어갔다. 음산한 폐가 같았는데 괜한 모험심 때문에 1년을 고생했다.

그래도 진정한 자취생으로 거듭났단 생각이 들었다. 졸업 이후 줄곧 자취 중이다. 지금도 혼자 산다. 이사는 여러번 다녔다. 이젠 추억의 폐가보단 훨씬 좋은 집에 산다. 자취 기술은 그다지 늘지 않은 것 같다.

심심한 주말 자취방에 누워 앱마켓을 뒤적거렸다. 게임 하나가 눈에 들어왔다. ‘자취생키우기2’였다. 사실 키우기 시리즈는 흔하다. 재벌키우기, 좀비키우기, 폐인키우기, 거지키우기, 건물주키우기 등. 유사 게임이 잔뜩 존재한다.

유독 자취생키우기에 시선이 닿은 건 내가 자취생이기 때문이기도 할 거다. 자취생이 자취생 키울 생각을 하니 묘한 감정이 들었다. ‘나라면 잘 키우지 않을까. 나랑은 완전히 다른 자취생으로 키워볼까.’ 잡생각은 접고 일단 게임을 시작했다.

▲ 출처=게임캡처

 

시간은 한정적이다, 돈을 벌까 공부를 할까

키워야 할 자취생은 1학년짜리 대학생이다. 어떻게 4년을 보내느냐에 따라 엔딩이 달라지는 식이다. 공부를 하거나 돈을 벌 수 있는데 시간이 한정적이다. 그러니 유저 선택에 따라 졸업 이후 인생이 달라진다.

게임은 2D 도트 그래픽으로 이뤄져있다. 아기자기한 맛이 나쁘지 않다. 좁은 집이 눈에 들어온다. 그 안에 내가 키우는 자취생이 산다. 상단엔 욕구그래프가 있다. 체력, 허기, 재미, 위생 게이지가 있는데 바닥나지 않게 하는 게 중요하다. 성적과 잔고도 확인 가능하다.

일단 집안에선 터치 하나로 자취생 욕구를 채울 수 있다. 화장실을 누르면 위생지수가 오르는 식이다. 침대를 누르면 체력이 오른다. 학교를 가거나 아르바이트를 할 수 있다. 모든 행동엔 시간이 소모된다. 실제 대학시절마냥 시간이 금방금방 흐른다.

▲ 출처=게임캡처
▲ 출처=게임캡처

돈 벌기는 물론 쇼핑도 가능하다. 모은 돈으로 새집으로 이사를 가거나, 옷을 사고, 머리를 손질하며, 애완동물을 입양하고, 심지어는 자동차까지 뽑을 수 있다. 강제적으로 월세와 등록금을 납부해야 하는 것도 잊지 말아야 한다.

유저는 욕구 관리는 물론 좋은 성적을 받고 돈도 잘 모아야 한다. 그렇다고 무조건 바람직한 선택만 해서는 안 된다. 게임의 모든 부분을 다 즐길 수 없기 때문이다. 유저 선택에 따라 결말이 바뀌는데, 모든 유저가 바람직한 선택만 하려고 든다면 결국엔 극히 일부 결말만 볼 수 있지 않겠나.

졸업엔딩이 42개에 달한다. 남들 가지 않는 길을 걸어야 엔딩을 모두 볼 수 있다. 참고로 졸업하면 다시 입학해 새로운 엔딩에 도전 가능하다. 좌절엔딩이란 것도 있다. 좌절 순간에 갑작스럽게 나오는데, 광고를 보면 이 순간을 극복할 수 있는 기이한 구조다.

▲ 출처=게임캡처

 

'대한민국에서 살아가기' 그 무게감 떨치기

자취생키우기2는 키우기류 게임의 DNA를 잇는 작품이다. 나를 대신하는 캐릭터를 육성해나가는 게임이니 RPG(역할수행게임) 장르로 볼 수도 있다. 타이쿤이나 시뮬레이션으로도 분류 가능하겠다. 프린세스메이커 같은 고전 게임 감성이 담겨있기도 하다.

20대의 현실을 재현한 게임이다. 20대든 20대를 막 지난 30대든 공감 코드가 가득하다. 단순히 현실을 옮긴 데 머물진 않는다. 그 안에 선택이 있고, 현실과는 다른 결과를 만들어낼 수 있다. 현실에선 백수여도 게임에선 대기업에 취업하는 게 얼마든 가능하단 얘기다.

때로는 현실의 무게감을 떨쳐버리고 고의로 실패한 인생을 만들어버릴 수도 있다. 현실이 아니니까 황당한 결과에도 웃음기를 머금는 것이 가능하다. 새로운 엔딩에 도전하면서 짧은 시간에 여러 인생을 경험해보게 된다. 결국 그래서 게임인 거다.

아쉬운 점도 있다. 자취생 인생에 온전히 몰입하기엔 광고가 너무 많이 나온다. 좌절엔딩을 광고로 극복하는 건 약과다. 게임을 하다보면 광고가 깊숙하게 스며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예컨대 ‘금단의 알바’를 하면 게임돈 100만원을 준다. 그건 다름 아닌 30초가량 광고를 보는 일이다.

광고가 마치 게임의 일부인 것처럼 느껴지는 순간이 오긴 한다. 이내 받아들이게 된다. 인터넷 뉴스기사에 덕지덕지 붙은 광고가 처음엔 불편하지만 나중엔 공기처럼 느껴지는 것과 같은 이치다.

▲ 출처=게임캡처
▲ 출처=게임캡처

모든 활동과 소비가 능력치와 결부되는 구조도 아쉬움을 남긴다. 무슨 얘기냐면 쇼핑을 예로 들어보자. 상점엔 “돈을 벌었으면 허영심을 채워보자!”라고 적혀있지만 사실 게임을 원활하게 진행하려면 돈을 써야만 한다. 가구점에서 가구를 사야만 더 좋은 집으로 이사갈 수 있다든가.

만약에 가구를 사서 집을 꾸밀 수 있는 식이었으면 어땠을까? 능력치가 좋아지지는 않는다고 하더라도 내 취향에 맞게 집을 꾸며 유저들끼리 자랑할 수 있도록 만들었다면 SNG(소셜네트워크 게임)로 포지셔닝할 수도 있었을 거다. 현실에서 생활비 아껴가며 자기방을 꾸미는 자취생들이 공감할 포인트이기도 하고.

이 게임 부제목은 ‘대한민국에서 살아가기’다. 왠지 긍정적 뉘앙스로 다가오지만은 않는다. 대학생 자취생들이 놓인 현실이 녹록하지만은 않은 까닭이다. 그 현실의 무게감을 떨쳐 재미로 승화시켜주는 게임이 ‘자취생키우기2’다. 자취생이라면, 자취를 해봤다면, 자취를 하고 싶다면 한번쯤을 해볼만한 게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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