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자료사진 / 출처 = 이미지투데이

# 택시기사 A씨는 최근 뉴스를 들을 때마다 긴장하곤 했다. 미세먼지 농도가 짙다는 일기예보 탓에 신경이 곤두서기 때문이다. 미세먼지·초미세먼지는 입자가 매우 작아 자동차 필터로 100% 걸러내기가 힘들다. 하루의 대부분을 차 안에서 보내는 A씨 역시 건강을 보장받기 힘든 셈이다. 승객들에게 오해를 받을 수 있어 마스크를 착용하기도 힘들다. A씨는 급한대로 차량용 공기정화기를 구매하기로 결심했다.

미세먼지가 운전석 안까지 스며들고 있다.

중국발 황사, 미세먼지, 초미세먼지 등이 국민 건강을 위협하고 있는 가운데 자동차 실내 역시 확실한 안전을 보장할 수 없는 공간인 것으로 드러났다.

현대차 등 완성차 업체들이 새롭게 출시되는 신차에 성능이 강화된 필터를 장착하며 대책 마련에 나섰지만 오래된 차량의 경우 마땅한 대비책이 없는 실정이다. 운전자들은 건강을 위해 자동차 애프터마켓을 찾을 수밖에 없는 처지에 놓였다.

‘먼지 잡아라’ 완성차 마케팅이 바뀐다

완성차 업체들은 신차를 출시하면서 앞다퉈 ‘먼지 차단 기능’을 강조하고 있는 분위기다.

▲ 현대차가 지난 3월 출시한 ‘쏘나타 뉴 라이즈’에 적용된 공기 청정 모드 개요. / 출처 = 현대자동차

현대·기아차는 지난해 말 이후부터 선보인 대부분 신차에 고성능 에어컨 필터를 기본으로 적용하고 있다. 필터의 향균 기능 등을 중요시 여겼던 과거와 상황이 크게 달라진 것이다. 이 필터는 2.5마이크로미터(μm) 이하의 초미세먼지까지 흡착할 수 있다는 게 업체 측의 설명이다.

현대차는 지난 3월 출시된 ‘쏘나타 뉴 라이즈’에 실내 공기를 강제로 순환시켜 미세먼지를 포집하는 ‘원터치 공기 청정 모드’까지 탑재했다. 먼지는 물론 불쾌한 냄새를 유발하는 산성·염기성 가스까지 흡착해 쾌적한 실내를 만들기 위해 개발한 기능이다.

쌍용차 역시 최근 출시한 G4 렉스턴에 초미세먼지까지 걸러주는 고성능 에어컨 필터를 기본 장착했다. 여기에 실외에서 유입되는 오염된 공기를 감지해 자동으로 내기 모드로 전환시켜 주는 외기 유해가스 차단장치(AQS)를 개발·적용했다.

문제는 이 같은 고성능 필터 역시 소모품이기 때문에 언제까지나 실내 공기 질을 100% 담보할 수 없다는 점이다. 외부에서 자동차 내부로 유입되는 공기를 여과해주는 장치는 에어컨 필터가 유일하다. 신차가 아닌 대부분 노후 차량 실내는 초미세먼지에 그대로 노출된다는 점도 간과할 수 없다.

외부 공기를 차단하는 ‘내기순환모드’로 주행할 경우 미세먼지는 막을 수 있지만 실내 공기 질이 오염된다는 딜레마가 있다. 20분 이상 주행할 경우 이산화탄소 농도 등이 기준치를 훌쩍 넘게 돼 환기가 필요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 자료사진. 쌍용차 G4 렉스턴 센터페시아. G4 렉스턴에는 2.5마이크로미터(μm) 이하의 초미세먼지까지 걸러주는 고성능 에어컨 필터가 기본 장착됐다. / 출처 = 쌍용자동차

고성능 필터부터 공기청정기까지

결국 대부분 운전자들은 자동차 애프터마켓을 찾을 수밖에 없다는 게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시장에서는 다양한 신제품들이 쏟아져 나오고 있다. 자동차용품 전문기업인 불스원은 최근 차량용 공기정화기인 ‘에어테라피 멀티액션’을 선보였다. 컵홀더에 놓은채 쓸 수 있도록 디자인된 것이 특징이다.

불스원은 ‘에어테라피 멀티 액션’에 H12급의 헤파(HEPA)필터를 장착해 먼지를 차단해준다고 강조했다. 이는 0.3㎛ 크기의 미세입자를 99.5% 이상 차단할 수 있는 수준으로, 대부분 초미세먼지도 잡아낼 수 있다는 게 업체 측의 설명이다.

▲ 불스원의 차량용 공기청정기 ‘에어테라피 멀티 액션’. 불스원은 이 제품이 0.3㎛ 크기의 미세입자를 99.5% 이상 걸러내준다고 강조하고 있다. / 출처 = 불스원

보쉬 역시 고효율 원단을 사용해 초미세먼지를 90% 이상 걸러내는 에어컨 필터를 판매하고 있다. 샤오미를 비롯한 대부분 가전제품 업체들도 다양한 제품을 시판 중이다. 불스원의 프리미엄 필터는 올해 매출액이 전년 대비 60% 가까이 증가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 한 관계자는 “최근 중고차와 호환되는 맞춤 필터도 대거 출시되며 자동차 애프터용품 시장이 커지는 분위기”라며 “2.5㎛ 이하 초미세먼지를 90% 이상하는 유명 제품의 경우 국산 차종의 95% 이상을 커버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김필수 대림대학교 자동차학과 교수는 “짧은 주행 시에는 내기순환모드를 사용하면 되지만 주행 시간이 길 경우에는 환기가 필요하다”며 “소모품인 필터를 자주 점검·교환하고 실내에 공기청정기 등 보조제품을 구비하는 등 애프터 마켓을 찾는 것으로 (미세먼지에) 대응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