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의 목적은 이윤 추구이다. 최근에는 이윤 추구에 사회적 책임이라는 비경제적 목적까지를 포함하기도 하지만 이는 이윤 추구에 사회적 보상 개념을 추가한 것이지, 이윤 추구를 부정하는 것은 아니다. 최대의 이익을 내기 위해 지금은 기업의 어떤 직능에 투자해야 할까? 과거 우리나라의 고성장기에는 국가가 급속한 성장을 했기에 기업은 남들과 비슷하게만 하면 고성장의 배를 함께 탈 수 있었다. 당시에 기업은 벌리는 돈(매출과 이윤)을 어떻게 운용할 것인지, 어떤 회사를 살 것인지, 어떻게 조직을 확장할 것인지 등 재무, 기획, 인사가 영업에 비해 더 중요한 직능이었다. 그러나 이제 막 시작된 저성장 시대에는 무엇보다 먼저 돈(매출과 이윤)을 벌어야 기업이 생존할 수 있다. 이를 위해서 기업 경영의 기본인 ‘잘 만들고 잘 팔고’가 가장 중요한 직능이 되었다. 인사, 재무, 기획은 말 그대로 경영 지원 부서, ‘잘 만들고 잘 팔고’를 통해 기업의 목적 달성을 지원하는 직능이 된 것이다. 이를 반영한 여러 가지 징후들이 발견되고 있다. ‘잘 만들고’를 반영한 대학의 변화로, 경영학보다 공학을 전공하는 학생들의 취업률이 높아지고 경영학 전공 학생이 공학을 부전공으로 택하는 경우를 종종 보곤 한다. 얼마 전까지 공학 전공 학생이 경영학을 부전공으로 택한 것과 대조된 현상이다. ‘잘 팔고’를 반영한 변화로는, 중소기업에서는 인사 및 재무를 담당하는 경영지원부서장이 영업을 함께 맡는 경우를 흔치 않게 볼 수 있다. 또한 대기업에서 경영지원부서의 채용은 줄고 상대적으로 영업부서에 대한 채용은 늘고 있다. 기업의 이윤 추구를 위해 기업은 벌써 ‘잘 만들고 잘 팔고’에 투자하고 있고 이 중 ‘잘 팔고’의 중요성은 눈에 뜨게 커지고 있음을 알 수 있다.

그렇다면 벤처, 중소기업, 소상공인의 창업의 경우는 어떨까? 4차 산업혁명을 기반으로 한 벤처 창업과 중소기업, 소상공인의 창업은 새로운 기회 창출이라는 면에서 국가의 성장과 청년 실업의 해결책이 될 것을 누구도 부정하지 못할 것이다. 상식적인 수준에서 새로운 기회 창출이라는 창조의 개념은 새로운 아이디어와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의 개발이라는 ‘잘 만들고’의 개념이다. 구글의 검색엔진 모델과 아마존의 클라우드 모델 등의 획기적인 개념의 ‘잘 만들고’가 모든 중소기업 소상공인 창업에 항상 존재할 수 있을까? 그리고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을 만들면 항상 시장에서 성공할 수 있을까? 사실은 이러한 ‘잘 만들고’를 통한 스타트업의 성공은 확률적으로 극히 낮다. 가능성이 낮을 수밖에 없는 ‘잘 만들고’의 역량이 모자란 경우에도 ‘잘 팔고’의 영업 역량을 통해 창업이 성공을 거둘 수 있고, 새로운 아이디어와 비즈니스 모델을 근간으로 ‘잘 만들고’에 성공했더라도 ‘잘 팔고’가 갖추어져야 창업이 완성된다. 최고의 아이디어를 바탕으로 한 제품과 탁월한 비즈니스 모델을 갖추었더라도 시장을 읽고 매출과 이윤을 창출하는 영업 역량이 없다면 스타트업의 미래는 밝지 않은 것이다. 기술을 바탕으로 한 벤처를 시도하고 새로운 창업을 기획할 때조차 신뢰를 바탕으로 지속적인 관계를 만들고, 고객을 이해하고, 창조적이고 전략적인 사고로 고객에게 필요한 가치를 제공하고, 시장으로 가는 모든 길을 장악해야 한다. 아울러 승부사 정신으로 무장하고 올바르게 사업을 운영해야 하는 영업 역량이 반드시 필요한 것이다. 벤처와 창업도 ‘잘 팔고’의 영업 역량이 없다면 사상누각이다.

새 정부가 중소기업과 벤처기업, 소상공인을 지원하고, 우리나라의 4차 산업혁명을 일선에서 주관할 부처로 ‘중소벤처기업부’를 신설한다고 한다. 정부 각 부처에 산재한 중소기업 업무를 통합해 효율성을 제고하고 4차 산업혁명을 진두지휘할 부처의 통합 확대는 경제 전반에 걸쳐 경기부양과 젊은 세대의 기회 창출의 효과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 저명한 마케팅 학자 Rolph Anderson 교수는 그의 저서 <Personal Selling: Building Customer Relationships & Partnerships>에서 미국 학부 졸업생의 20%가 영업직군으로 경력을 시작한다고 했다. 미국의 많은 학생들이 영업으로 경력을 시작한다. 아직 우리나라는 영업에 대한 연구가 활성화되지 않아 이런 연구 데이터는 없으나 비슷할 것이라 생각된다.

정부는 새로운 부처를 통해 국민의 창의성이 새로운 창업으로 연결되게 지원하고, 학교는 ‘잘 만들고’의 역량이 있는 학생을 키워낼 뿐만 아니라 이를 시장에서 성공시키기 위해, 이미 많은 학생들이 경력을 시작하고 있는 ‘잘 팔고’의 영업 역량을 함께 육성한다면 새 정부가 주창하는 ‘국민 성장’의 적극적인 청년 실업 해결과 경제 도약에 큰 도움이 되지 않을까? 정부와 학교는 ‘잘 만들고’뿐만이 아닌 ‘잘 팔고’의 투자와 교육 지원에도 적극적으로 임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