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계통신비 절감은 대통령 선거 때마다 나오는 이슈다. 모바일 데이터 사용량 증가로 통신비가 갈수록 증가하고 있기 때문이다. 문재인 대통령도 후보시절 통신비 인하에 대한 공약을 발표했다. 그가 대통령으로 선출되면서 후보시절 내걸었던 통신비 인하 공약과 실행 가능성에 관심이 모이고 있다.

문 대통령은 대선 기간 대표적으로 △이동통신 기본료폐지 △단통법 단말기 지원금 상한제 폐지 △단말기 가격 분리 공시제 실시 △한∙중∙일 3국 간 로밍 요금 폐지 등을 통신비 인하 공약으로 내놨다.

하지만 업계는 통신비 인하를 쉽게 추진하기는 힘들다고 진단한다. 4차 산업혁명의 핵심인 5G 등에 투자해야 하므로 정부가 이동통신 업계에 압박만 할 수 없다는 평이다.

기본료 폐지 쉽지 않은 길

가장 화두에 오른 정책은 이동통신 기본료 폐지다. 월 1만1000원의 기본료를 폐지하겠다는 것이 골자다. LTE 요금제는 기본료와 통화료 구분 없이 데이터∙음성∙문자 사용량에 따라 비용을 낸다. 때문에 기본료 폐지의 영향을 주로 받을 사람은 3G 이용자와 2G 이용자다.

업계는 비관적 의견을 내비친다. 기본료에서 나오는 매출이 SKT는 6천억원, KT는 1500억원 LGU+는 1000억원으로 적지 않은 액수기 때문이다. LGU+ 관계자는 “기본료는 3G와 2G에 주로 적용된다. 국내 소비자 대부분이 LTE 요금제를 사용하는 시대에 맞지 않는 얘기”라며 “5G 등 4차산업을 대비해 투자해야 하는 상황에서 기본료 폐지는 어렵다”고 말했다.

김홍식 하나금융투자 애널리스트는 ‘차기 정부 통신 정책 영향 점검’이라는 보고서에서 통신사 기본료가 폐지될 가능성은 희박하다고 설명했다. 기본료가 폐지 돼도 통신사에게 대안은 많다며 “요금제 개편을 하거나 통화료를 인상하는 방법 등을 쓸 수 있다”고 부연했다.

공약 이행 방법을 준비하고 있는 미래창조과학부는 말을 아끼는 모양새다. 미래부 관련자는 “기본료 폐지에 대해서 어떤 식으로 실현할지 고민중”이라며 “실행에 있어 어떤 점이 어려운지 등을 말할 단계가 아니다”고 언급했다.

단말기 보조금 상한제 폐지 앞당길 수 있어, 영향은 제한적일 가능성

단말기 보조금 상한제 폐지는 단말기 유통 구조 개선법(단통법)에서 오는 10월 일몰되기로 예정된 조항이다. 단말기 보조금 상한제는 출시된지 15개월 이내인 스마트폰을 구매할 때 통신사에서 받을 수 있는 보조금을 33만원 이하로 제한하는 규제다. 보조금 제한으로 국민이 저렴하게 스마트폰을 살 수 있는 길을 막았다는 비판을 받아왔다.

이학무 미래에셋대우 애널리스트는 최근 보고서에서 일몰 시점을 앞당길 수는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현재 아이폰과 갤럭시S 및 노트 시리즈의 경우 지원금의 상한까지 보조금을 지원하는 경우가 거의 없는 것을 고려하면 규제가 폐지된다 해도 그 영향은 제한적이라고 부연했다.

그는 “아직 공약만 있고 구체적 방안이 나온건 아니라 이동통신 업계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는 미지수”라며 “좀 더 지켜봐야 한다”고 말했다.

단말기 가격 분리 공시제, 스마트폰 제조업체 해외 판매 지장 가능성

단말기 가격 분리 공시제는 소비자에게 지원되는 통신사의 보조금과 스마트폰 제조업체의 장려금을 분리해 공개하자는 내용이다. 현재 통신사 보조금에 제조사의 장려금도 함께 포함돼 있지만 이를 따로 표시하지 않는다.

민주당 관계자는 제조사 장려금 액수를 공개하면 제품 가격 거품을 뺄 수 있다고 말한 바 있다.

김홍식 애널리스트는 “제조사 영업기밀 노출 문제로 분리공시가 현실적으로 이뤄지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동통신업계는 조심스러운 입장을 내놨다. SKT 관계자는 “이동통신사 입장에서 공약만 보고 효과가 있다 혹은 없다는 얘기를 하기 힘들다”며 “앞으로 미래부에서 세부적인게 나오면 협의해 어떻게 구현될 지켜봐야 한다”고 설명했다. 삼성전자 관계자도 “관련 문제에 대해서 어떤 입장도 내놓을 게 없다”며 신중한 태도를 보였다.

◇”소비자 혜택과 산업 진흥 부분 신중하게 고민해야”

한 이동통신업계 관계자는 한∙중∙일 3국 간 로밍 요금 폐지는 간단히 생각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라고 설명했다. “예를 들어 중국에서 우리나라로 오는 여행객이 더 많은 상황에서 로밍서비스를 이용하는 중국인 수가 한국인보다 많다는 문제도 잘 따져야 한다”며 “나라간 로밍 요금을 폐지하려는 유럽은 문화나 통신 환경이 비슷하지만 한∙중∙일은 그렇지 못하다는 점 등을 고려해야 한다”고 전했다.

이어 “국내 판매장려금이 공개되면 외국도 똑같이 요구할 것”이라며 “해외 판매에 지장을 초래한다는 우려가 있다”고 덧붙였다. “기본료 폐지 등 통신비 인하 정책에 있어 소비자 혜택 부분과 산업 진흥 부분을 공정하게 따져 봐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