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철 전 LG유플러스 부회장이 중국 네트워크 및 통신장비 업체인 화웨이 본사 고문으로 이동한 사실이 12일 확인됐다.

이런 상황에서 이상철 전 부회장의 행보를 두고 다양한 논란이 불거지고 있어 눈길을 끈다. 이상철 전 부회장이 국내 통신업계에서 가지는 위상과 상징성을 고려하면 다소 아쉽다는 반응이 대부분이다. 나아가 화웨이는 막강한 네트워크 경쟁력은 물론, 중국 스마트폰 시장에서 3위에 올라있을 정도로 위협적인 상대이기 때문에 일각에서는 '인재유출'에 대한 우려를 숨기지 않고 있다.

실제로 이상철 전 부회장은 2001년부터 2002년 KT대표이사를 거쳐 2002년부터 2003년까지 노무현 정부에서 정보통신부 장관을 역임한 바 있다. 이후 LG유플러스에서 부회장으로 재직하며 기본적인 통신 인프라를 비롯해 초연결 시대 솔루션을 적극적으로 추진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 이상철 전 LG유플러스 부회장. 출처=LG유플러스

업계에서는 국내 통신업계에서 상징성이 큰 인물이, 지난 3월 LG유플러스 상임고문직 임기가 끝난 직후 화웨이 고문이 된 것을 두고 불편해 하는 기색이 역력하다. 일각에서는 이상철 전 부회장이 LG유플러스를 이끌었던 시절 화웨이 스마트폰을 최초로 도입하는 등 친밀한 관계를 유지했다는 점까지 들어 비판하는 지경이다.

하지만 이번 현안은 꼼꼼하게 살펴야 할 필요가 있다.

먼저 국내 통신업계에서 상징성이 큰 인물이 최근 국내 전자 및 통신업계의 강력한 라이벌로 부상한 화웨이로 갔다는 점은 분명 아쉽다. 업계 관계자는 "줄기찬 부인에도 불구하고 중국 정부와 연결이 되어 있다는 의심을 받고있는 화웨이에 이상철 전 부회장이 고문으로 간 지점은 국내 업계 입장에서 분명 아쉽다"며 "인재유출의 관점에서 보면 업계 전반의 손실"이라고 전했다.

다만 다른 시각도 있다. 이상철 전 부회장이 화웨이로 이동한 것은 아쉽지만, 이를 지나치게 확대해석해 논란을 키우는 것은 지양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 8월 있었던 '앤디 호 전 삼성전자 부사장의 화웨이 행 논란'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

앤디 호 부사장은 삼성전자 무선사업부 중국 본토 부사장을 지냈으며, 1996년부터 2012년까지 노키아 중국 본토 영업담당 임원을 지내기도 했다. 영업과 경영, 중국이라는 3개의 키워드를 관통하는 전문가로 여겨지는 핵심 인재였다.

그러나 지난해 8월 화웨이 중국 본토 담당 소비자사업부문 부사장으로 영입되며 논란의 중심에 섰다. 삼성전자가 화웨이와 치열한 경쟁을 펼치는 상황에서 삼성전자의 핵심 인력을 화웨이가 훔쳐갔다는 논리가 비등했기 때문이다.

▲ 앤디 호. 출처=링크드인

물론 이러한 패러다임에는 삼성전자와 화웨이가 벌이는 특허갈등에 따라 양사 감정의 골이 깊어진 부분도 영향을 미쳤다는 평가다. 지금 벌어지고 있는 이상철 전 부회장 논란과 비슷하다.

그러나 앤디 호 부사장의 화웨이행을 두고 논란이 벌어지던 당시, 새로운 반론도 나와 눈길을 끌었다. 앤디 호 부사장의 화웨이행이 유출이 아닌, 진출이 될 수 있다는 논리다.

이들은 삼성전자와 애플의 인재전쟁을 예로 들었다.

2012년 한창 삼성전자와 애플의 특허소송이 벌어지던 당시, 애플은 삼성전자 반도체 설계 전문가인 짐 머가드를 영입한 바 있다. 그는 미국 반도체 업체인 AMD에서 16년간 일하면서 부회장까지 역임했으며 반도체는 물론 개인용 컴퓨터(PC) 분야의 세계적인 전문가로 꼽힌다. 앤디 호 부사장과 이상철 전 부회장의 경우와 비슷하다.

하지만 당시 분위기는 지금과 사뭇 달랐다. 당시 업계와 많은 언론은 인재유출이 아닌, 일종의 전문가 진출 관점에서 이를 해석했기 때문이다. 심지어 애플로 간 짐 머가드에 대해 ‘양사의 관계에 따른 업계의 추이’에 집중하기도 했다.

결론적으로 중국은 무조건 적군으로, 미국은 무조건 아군으로 인식하고 있는 우리의 뿌리깊은 관념이 영향을 미쳤다는 말이 나오기도 했다. 여기에는 아직도 중국의 수준을 우리의 아래로 보는 한편, 미국을 선망의 대상으로 보는 시각도 깔려있다.

문제는 이러한 인식이 상당히 위험하다는 점이다. 중국의 ICT 경쟁력을 무시하는 시각보다는 이를 적극적으로 활용해야 하며, 양쪽을 균형있게 봐야 새로운 가능성을 확인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 이유로 이상철 전 부회장의 화웨이행도 일부 긍정적인 측면을 살펴야 한다는 말이 나온다. 경쟁자인 화웨이로 간 상황은 분명 아쉽지만 이를 무조건적인 논란의 장으로 끌어와 쓸데없는 적개심을 키우는 것을 지양하고, 오히려 미국의 경우처럼 기회의 순간으로 봐야 한다는 주장이 고개를 드는 이유다.

실제로 이상철 전 부회장은 화웨이로 적을 옮기며 LG유플러스의 글로벌 사업을 돕겠다는 의지를 보인 것으로 확인된다. 그 의도를 순수하게 100% 믿을 수는 없어도 최소한의 형평성과 가능성 타진은 존재해야 한다.

한편 이상철 전 부회장의 화웨이행을 두고 화웨이 코리아는 "본사차원의 일이라 자세한 내막은 모른다"면서도 "양사의 협력을 더욱 제고할 수 있는 기회가 될 수 있다"고 말하기도 했다. LG유플러스는 "개인의 결정에 따라 이뤄진 일"이라며 "내부에서 크게 불편해하거나 동요하는 분위기는 없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