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선 포스팅 “턴어라운드, 중국경제! 그 주역은? (1)인터넷플러스”편에 이어서 씁니다.

이번 글의 주제는 중국의 스마트제조.

스마트제조가 뭐죠?라고 물으신다면...

 

스마트제조는 제조업에 스마트함을 덧붙여서 생산성과 효율성의 향상을 꾀하겠다는 의지로 줄여서 말할 수 있습니다.

뭐 이렇게 말하니 참 재미없는…ㅋ

쫌 잼나게 이야기하면 스마트해보이는 해외 기업들 현금으로 빵 인수해서 중국 시장의 규모에 콱 가져다 붙여서 중국은 단숨에 제조업에서도 High Tech의 반열에 올라서고, 인수 당한 해외 기업도 규모 키우고 인력 늘리고 고용창출하고 현지 경제에도 기여하고 이리하여 중국 수혜 기업 하나 추가시키고, 이런 기업들 수를 늘려가면 그게 중국 기술력 확보의 가장 쉬운 방법! 궁극엔 거의 모든 기술에 대한 가장 큰 수요자인 중국이 수입대체 효과를 누리자는 그런 의지의 표현인 것이죠.

바로 요것이 스마트제조입니다.

세계의 공장역할을 수행했던 과거의 모습을 떨쳐보려는 새로운 몸부림으로 제조란 단어 앞에 “스마트”란 수식어를 강력하게 꽝하고 박아 넣은 것이죠. 어쩌면 과거의 콤플렉스 극복 위한 주장일 수도 있어요. 

이런 움직임은 사실 아주 최근은 아니죠. 2005년 레노버는 IBM의 PC부문 인수를 통해 중국 로컬 브랜드에 스마트함과 세련됨, 견고함을 붙이려고 노력했죠. 이후에도 레노버는 IBM 서버사업부문도 인수하고, 구글로부터 모토롤라도 인수했지요. 결과는요? 요즘도 Thinkpad브랜드로 팔리는 과거 IBM의 노트북은 빨간 콩으로 상징되는 단단한 이미지를 갖고 있죠. 레노버는 중국내에서 해외 유명 브랜드 인수한 기술 기업으로 각인시키고, 동시에 해외시장에서도 IBM의 legacy를 이어가려 노력해서 나름의 성과를 이룩했다고 저는 평가합니다.

해외의 브랜드와 기술을 인수하는 중국 기업의 노력은 최근 몇 년 사이 더 과감해지고 사이즈도 무지막지 커졌죠. 일단 보폭이 과감한 사례는 메이디란 가전 업체의 독일 쿠카(kuka) 인수건이 최고죠. 메이디는 중국 가전 1위 기업인데 뭐 가전 기업에 스마트한 느낌은 크지 않았어요. 밥솥, 에어컨, 냉장고에 요즘 뭐 대단한 기술 혁신을 기대하지는 않는 시대니까요. 반면에 독일의 쿠카는 그야말로 독일 메르켈 총리의 사랑을 한 몸에 받던 기업이에요. 4차산업혁명, industry 4.0을 상징하는 독일의 두 기업을 꼽으라면 지멘스와 쿠카였죠. 쿠카는 전세계 로봇팔 업계의 양대 산맥 중 하나인데, 하나는 쿠카이고 다른 하나는 일본의 노란 조끼를 입은 후지산 밑에 로봇 덕후들이 모인 화낙(fanuc)이죠. 어쨌든 중국 가전기업이 쿠카를 현금으로 프리미엄 잔뜩 얹어서 인수한다고 하니 메르켈 총리가 화들짝 놀랐고, 이래저래 여론에 읍소해보았지만 방법 없이 메이디가 인수하고 말았어요.

메이디 회장은 쿠카 인수로 자신의 중국내 생산라인의 직원들 대략 1/5로 줄이고 로봇으로 대체하겠다고 목표치를 제시했어요. 무섭죠. 앞으로 스마트제조의 중국이 얼마나 많은 실업자를 양산할 것인지. 하지만, 여론이나 이런 거 신경 전혀 안쓰고 더 많은 로봇을 고용하기 위해 세계적 로봇기업을 인수한다는 메이디 회장의 주장은 중국 언론에서 엄청나게 좋은 호응을 이끌어냈어요. 스마트제조에 대한 당위성과 강력한 정책 드라이브가 느껴지는 대목이죠. 메이디 회장은 스마트제조 키워드를 제대로 품은 경영자인거죠. 게다가 메이디는 현금만 10조원 넘게 들고 있어서 글로벌하게 조단위 인수합병을 몇건 동시 진행할 여유가 있는 회사라서 앞으로도 행보가 기대되는 기업이죠.

자, 화제를 좀 전환해서 붕붕 자동차 산업으로 가보죠.

제조업하면 떠오르는 대표적인 산업은 뭐니 뭐니 해도 굴러가는 내연기관 자동차죠. 현대 소비재의 꽃 자동차. 우리 인생에서 부동산 빼고 가장 큰 규모의 소비인 자동차. 중국 스마트제조와 고급소비가 만나는 지점에 바로 자동차 산업이 있죠.

최근 중국산 자동차의 약진이 무섭습니다. 뭐 다른 나라에서는 인기 전혀 없더라도 중국 내수 시장에서만이라도 중국산 자동차가 많이 팔리면 그것만으로도 중국 GDP에는 커다란 기여하는 거죠. 중국 시장이 단일 시장으로 세계 1위니까. 중국 시장은 매년 2천만대 이상의 자동차를 빨아들이는 자동차 수요의 블랙홀. 실제로 세계에서 가장 많은 브랜드와 차종이 무한 경쟁하는 시장이 바로 중국시장. 고로 중국 자동차 생산기업 입장에선 중국이 세상의 전부. “중국에서나 잘하자” 이런 식.

중국의 지리(geely)기차란 로컬 브랜드는 볼보 인수하고 용이 되어가는 케이스. 안전의 상징인 유럽 전통의 브랜드 볼보를 품고 볼보의 차이나드림을 이뤄주는데 힘을 더해주고(중국에서 많이 팔아제낌) 풍부한 자금력으로 볼보의 기술개발에 돈을 팍팍 쏴주었죠. 최근 출시된 볼보의 새로운 모델들에 대한 평가 좋아요. 디자인은 좀 중국스럽게 빠졌구요. 실내가 확 넓어졌다는. ㅎㅎ

요즘 중국에서 디디추싱의 쫜처(专车, 카카오블랙에 해당)서비스로 차를 불렀다가 승차감 쩌는 차를 만났어요. 바로 중국 로컬브랜드(상하이자동차)인 롱위(Roewe). 중국인들은 이 브랜드를 영국 브랜드로 알고 있는데, 사실은 상하이자동차가 영국 Rover브랜드를 인수하려다가 안되어서 짝퉁 이름으로 Roewe를 만든 거에요. 이유야 어찌되었든 나름 가격대도 한국의 제네시스 언저리에 자리잡고 실내 소재나 외부 디자인 모두 제네시스를 충분히 압도할 만하고, 승차감도 일본/한국 고급 차량에 못지 않게 정숙하고 부드러웠어요. (절대 박진감 드라이빙 쾌감 이런거 없음ㅋ )

더욱 놀라운 것은 차량 오우너들이 중국 롱위 브랜드에 대한 애착과 자부심이 대단하다는 거에요. 기사님왈, "이제는 중국산 차량도 깔보면 안돼요. 나름 수입차 못지 않아요."  그런데 웃음이 아니라 놀라움이 가시지 않는 것은 불과 몇 년전에는 상상할 수 없는 놀라운 개선이 이뤄졌다는 것에 있어요. 바로 개선의 속도가 놀라운 거죠. 현재 시점에서
스마트제조는 세계 모두를 향한 키워드가 아니에요.

바로 13억 중국 인민의 삶과 감정을 타게팅하고 있죠. 낙후한 저급 제조공장의 상징에서 글로벌 경쟁력을 지닌 세련된 제조 강국 중국의 모습으로 변신하는 것 말이에요. 그로 인해 가장 큰 변화가 일어나는 것은 인민의 마음 속에 자리잡을 자부심이에요.

"이제 중국도 어디가서 빠지지 않아. 우리도 할 수 있어."

이런 마인드셋의 변화. 이거는 보다 근본적인 무언가에요. 잠자던 중국이 세계를 호령할 수 있는 잠재력은 물리적 규모, 돈의 크기 이런데 있지 않고 13억 인민의 마음 속에 깊숙이 자리잡은 컴플렉스를 자신감과 당당함으로 바꿔놓는데 있는 것이죠. 이런 맥락에서 바라보면 중국의 스마트제조는 이제부터 시작일 수 있어요. 이제 막 마인드셋이 변화되기 시작했기 때문이죠.

자신감으로 가득찬 중국의 기업가들, 창조가들을 어떻게 바라보아야 할 것인가가 우리에게 중요한 과제일 듯해요. 그들을 두려워할 필요도, 시기할 필요도 없어요. 현상을 바라보고 어떻게 함께 성장해나갈지 고민하면 그만인거죠. 함께 성장하려면 그들을 잘 알아야 해요. 마음 속까지… 스마트하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