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이나 조직이 의지와 노력만으로 바꾸지 못하는 것들이 있다. 일종의 습관이다.
하지만 왜 변화를 이루어 낼 수 없는 것일까? 그 해답을 명쾌하게 제시하는 사람이 있다. 세계적인 조직성과 혁신기업인 바이탈스마트사의 조셉 그레니 회장이다. 한국리더십센터(대표 김경섭) 주최로 개최된 ‘제9회 글로벌 리더십 페스티벌’에 강연자로 한국을 찾은 조셉 그레니 회장을 단독으로 만났다.

“조직 문제의 대부분이 커뮤니케이션의 실패에서 비롯된다. 회사가 실패하는 경우, 그 회사의 사람들은 문제를 생각보다 훨씬 먼저 인지하지만 그것에 대해 아무도 먼저 논의하려 하지 않는다. 회사 구성원들이 자유롭게 토론할 수 없는 문제가 조직과 관계 속 거의 모든 만성적 문제들의 핵심이다.”

(사진=이코노믹리뷰 안영준 기자)

조셉 그레니(Joseph Grenny) 바이탈스마트(VitalSmarts)사 회장은 ‘조직원 간의 원활한 대화’를 기업 성공의 필수 요소로 꼽았다.

“지난 30년 동안 생산성이 높다고 평가 받는 수많은 기업을 연구했다. 하지만 생산성과 기업의 정책, 경영기법, 시스템보다는 직원들 간의 원활한 대화가 성공에 더 유용하다는 것을 알았다. 성공한 기업들의 대부분은 누군가 실적이 나쁘거나 약속을 제대로 이행하지 못하면 다른 동료와 상사가 그 문제에 대해 대화를 나누고 효과적인 해결책을 찾아냈다. 하지만 최악의 기업들은 정반대다. 실적이 안 좋은 직원을 사람들 앞에서 무시하고, 다른 부서로 좌천시키는 것을 당연시하고 있었다.”

그는 그 사례로 일본 도요타 자동차와 미국 의료계 내부 환경을 예로 들며 이런 사정을 설명했다.

“도요타의 리콜 문제는 사실 도요타 자동차의 품질에 문제가 있다는 것을 내부에서는 예전부터 알고 있던 것이다. 하지만 도요타 내부에서는 드러내놓고 얘기하기를 꺼려했다. 결정적인 순간의 대화 부족이 결국 문제를 폭발시켰던 것이다. 미국 의료계도 10%만이 의사들의 실수를 얘기한다고 한다. 의사들이 잘못된 처방을 하거나 진료 과정에서 실수를 하더라도 간호사 등 다른 스태프들은 문제를 제기하지 않고 넘어간다고 한다. 조직 내부에서는 문제를 인식하고 있지만 해결을 위해 겉으로 꺼내놓는 일을 두려워하는 경향이 있다.”

조셉 그레니 회장은 조직 내 원활한 커뮤니케이션 기술을 발전시키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먼저 ‘안전하게 얘기할 수 있는 환경 조성’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도요타의 경우 조직 내 문제를 발견하는데 1~2년 소요됐지만 잘 해결됐다. 여기에는 두 가지 기준이 있다. 우선 가장 즉각적으로 눈에 보이는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다. 이 방법은 기업들이 내부를 오픈해서 문제를 발견하는 것을 통해 이뤄진다.
도요타는 이미 이 방법을 해냈다. 두 번째 문제는 스스로 조직의 문화를 바꾸는 것으로 해결해야 한다. 그러나 조직은 문제를 피하려고 하는 습관이 있다. 도요타는 시간이 걸렸지만 이 부분을 슬기롭게 해결했다.”

조셉 그레니 회장은 컨설팅 기업인 바이탈스마트를 설립해 30년 동안 성과 향상을 위한 기업과 조직의 행동 및 변화를 연구해왔고, 포춘 500대 기업 중 300개 이상의 기업들을 대상으로 강연해 왔다. 저서로는 <결정적 순간의 대화> <결정적 순간의 대면> <인플루엔서>가 있고 그의 책 은 내년 쯤 한국에 발간될 예정이다.
조셉 그레니 회장이 처음부터 리더십이나 조직 혁신에 관심이 많았던 것은 아니었다. 자신의 인생에서 중요한 경험을 하면서 세계적인 조직 혁신 전문가로 거듭나게 된 사례다.

“처음에 컴퓨터 관련 회사를 설립해서 일했다. 그때 훌륭한 소프트웨어 기술을 개발했는데 기업에서는 그 소프트웨어를 아무도 사용하지 않았다. 큰 회사들에게 꼭 필요한 소프트웨어였는데 시장에서는 철저히 외면당한 것이다. 결국 실패를 하게 됐는데 왜 그렇게 된 것인지 궁금해졌다. 그 이유는 그들이 이 소프트웨어를 사용하면 자신들의 실수가 드러나게 되기 때문에 사용하지 않는 게 원인이었다.”

그는 이 때 변화전략이 필요하다고 생각해 이 문제를 공부하기 시작했고 그 경험이 그를 변화의 전문가로 거듭나게 하는 계기였다고 말했다.

조직내 소통에도 과학적 모델이 필요

조셉 그레니 회장이 기업의 성공과 바람직한 조직문화 정착을 위해 가장 강조하는 것은 ‘조직 내 소통’이다. 그는 “어렸을 적부터 우리가 가져온 자유로운 대화에 대한 억지력을 깨고 말할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들어야 한다”고 조언한다. 특히 “조직 내 자연스런 대화 분위기를 만드는 것이 리더의 역할”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시대가 변화를 원하고 리더들도 변화를 리드하려 하지만 사람과 조직을 변화시키는 것은 너무나도 어려운 일이다. 또 개인적으로 바라는 지속적인 변화, 간절히 원하는 변화도 의지와 노력만으로 쉽지 않다”고 이야기했다.

그는 이런 이유 때문에 ‘과학적 모델’이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그가 추천하는 두 가지 모델은 ‘Change anything’과 ‘결정적 순간의 대화(Crucial Conversations)’이다.
우선 ‘Change anything’은 긍정적 변화를 촉진하도록 돕는 6가지 요소를 제시한다. 이 6가지 영향력 요소의 본질은 변화의 ‘동기를 부여하는 것’과 더불어 그것을 할 수 있는가 하는 ‘능력의 문제’로 이루어져 있다.

영향력 요소를 ‘동기부여’와 ‘능력의 영역’으로 나눈다. 이를 다시 개인적, 사회적, 구조적 요소로 나눈다. 즉, 성공적인 변화의 사례들을 심리적, 사회적, 조직론적인 해석으로 연구해 그 모델을 제공하고 사람들로 하여금 변화의 동기와 능력을 배우게 하는 것이다.

“변화를 리드해야 하는 리더들은 대화를 잘 이끌어 내기 위해 논쟁의 와중에도 자신이 무엇을 하고 있는지, 자신의 말과 행동이 전체 대화에 어떤 영향을 미칠 것인지 파악하고 있어야 한다. 또 필요하다면 대화에 임하는 전략을 수시로 바꾸어야 한다. 대화에 임하는 사람으로서 가장 신경 써야 할 것은 당신의 말과 행동이 다른 사람들에게 두려움을 불러일으키지 않도록 하는 것이다. 이것이 바로 ‘결정적 순간의 대화’이다.”

그는 “좋은 쪽이든 나쁜 쪽이든 그 결과가 기업이나 개인의 인생에 큰 영향을 미치게 되는 결정적인 순간의 대화가 성과를 향상시키는 핵심 비결이다. 조직 내의 ‘열린 대화’가 중요하다는 뜻이다”라고 거듭 힘주어 얘기했다.
그레니 회장은 “대부분의 사람들은 어렸을 때부터 말하고 싶은 것을 제대로 말하지 못하고 자랐기 때문에 어른이 돼서도 원하는 것을 솔직히 말하지 못한다. 그래서 결혼생활과 회사에서 문제가 생긴다”고 지적했다.

“대부분 사람들은 권위적인 사람한테는 자연스럽게 말할 수 없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권위적인 사람은 사실 자기 얘기를 하는 것이 불안하기 때문에 방어하는 것일 뿐이다. 그들이 갖고 있는 문제점을 알고 싶다고 털어놓고 편안하게 대화할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들어주는 게 중요하다.”

그는 또 “환경은 행동에 큰 영향을 준다. 환경요소를 바꾸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동료 직원이 인터넷을 많이 하면 자신도 똑같이 인터넷을 많이 하게 되듯이 주변 환경을 바꾸지 않는 한 행동의 변화를 꾀하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그는 또 “리더는 다른 사람들의 행동에 영향을 주는 것”이라며 ‘더 큰 리더십’을 발휘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그는 커뮤니케이션 컨설팅을 하면서 가장 보람을 느끼고 재미를 느꼈던 일에 대해 록히드마틴사와의 프로젝트를 꼽았다.

“커뮤니케이션이 원활해지면 조직의 생산성과 품질이 향상되는 것은 당연한 결과다. 그 예가 지난 1998년 컨설팅 했던 미국의 항공우주산업체 록히드마틴사라고 할 수 있다”고 회상했다.
당시 록히드마틴사는 2000억달러 규모의 차세대군 통합 전투용 공격기를 개발하는 ‘조인트 스트라이크 파이터(JSF·Joint Strike Fighter) 프로그램’에서 우승하려고 노력하고 있었다. 하지만 경쟁업체였던 보잉사처럼 혁신적이지 않았기 때문에 이길 것이라고 기대하지 않았다고 했다.

한국리더십센터 초청으로 방한한 바이탈스마트사의 조셉 그레니 회장은 지난 19일 서울 교보문고 광화문점에서 기자회견을 가졌다.(사진=이코노믹리뷰 안영준 기자)

“JSF는 록히드마틴사의 전통적인 문화보다는 더 열려 있고, 빠르며, 정직한 조직이 필요했다. 우리는 그런 어려움을 돕기 위해 록히드마틴사의 시니어 리더들과 2년간 일하며 사람들이 보다 열린 자세로, 보다 정직하게, 서로를 존중하면서 의사소통을 하는 것에 초점을 맞췄다.”

처음엔 시니어 매니저들의 태도는 매우 회의적이었다고 한다. 평균 30년 이상의 업무 경력을 가지고 있던 그들은 조직원들이 타성에 젖어 있기 때문에 쉽게 바뀌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결국 리더들은 우리의 방법을 사용했고 그들의 대화 방식은 혁신적으로 변화하기 시작해 조직의 생상성과 품질을 향상시키게 되는 좋은 결과를 거두었다. 결국 록히드마틴사는 JSF의 수주를 받게 되었다.”

조셉 회장은 “대화는 기술이다. 있는 그대로의 사실 말하기, 의도 설명하기, 상대방의 생각 물어보기, 단정적인 어투 피하기, 반대의견이 나오게 하고 이를 격려하기 등 5가지만 지켜도 대화를 잘 해나갈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와 함께 그는 자유로운 커뮤니케이션을 위해 리더가 명심해야 할 중요한 키워드로 △대화의 기술 확립에 대한 투자 △조직 내 커뮤니케이션이 잘 이뤄지고 있는지 정기적으로 측정 △불이익을 감수하고 결정적 순간에 대화를 이끌어낸 직원에 대한 적절한 보상 △리더가 솔선수범해 솔직한 커뮤니케이션의 모델이 될 것 등을 꼽았다.

‘열린 소통’만이 인재의 이탈 막는다

이번 방문으로 4번째 방한인 조셉 그레니 회장은 한국에 대한 인상으로 “한국 사람들은 감정을 숨기는 편이지만 사실은 서양에서도 이는 마찬가지다. 차이가 있다면 한국 사람들은 역동적이면서도 민감한 조직체계를 가진 것을 들 수 있다. 서양도 마찬가지다. 이미 말했다시피 우리는 병원에서 연구를 수행했다.
미국 간호사들은 의사들이 실수한 것에 대해 얘기를 하지 않는다. 그들의 위치 때문이다. 이것은 전 세계적으로 도전과제다. 그들의 권력과도 관계된 문제다”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최근 CEO들의 가장 큰 고민거리인 조직 내에서의 이탈에 대해서도 조언했다.

“좋은 인재들이 내부 소통의 불협화음으로 이탈하는 현상은 매우 중요한 문제다. 우리가 아는 것은 그들이 조직 내에서 얘기하지 못하고 행동으로 보여준다는 것이다. 그들이 회사를 그만두는 행동까지에는 한 번의 좌절감이 아니라 누적된 좌절감 때문이다. 그들이 그 기간 동안 자기들 문제를 드러내지 못한 것은 큰 문제다. 리더들이 동료들 또는 그들의 상사들과 대화하는 환경을 만들어줄 때 사람들이 더 일에 만족할 수 있다.”

조셉 그레니 회장이 인터뷰 하던 그날은 그의 24번째 결혼기념일이었다. 그는 6명의 자녀를 두고 있는 아버지이자 한 가족의 훌륭한 가장이다.

“사실 오늘이 24번째 결혼기념일이다. 처음 결혼했을 때 아마도 나는 평균적인 대화의 기술을 가지고 있었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이 기술을 공부하고 난 후 좀 나아졌다. 이게 우리 관계를 변화시키는 요소가 됐다. 우리 결혼관계에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게 바로 이 결정적 대화다. 가장 많은 노력을 쏟아왔다.
우리 부부는 아이들을 가졌을 때 아이들에게 긍정적인 방향으로 영향을 미치는 방법에 대해 고민했다. 우리가 어떻게 6명의 아이들을 키우고 어떻게 행동해야 되는지에 대해서 아내와 대화를 많이 했다. 결국 이렇게 내 개인적 삶은 조직적 삶과 다르지 않다.”

조셉 그레니는 누구인가?

리더십, 인플루엔스, 커뮤니케이션 분야 베스트셀러 저술가이며, 기업가로도 정평이 나 있다. 조셉 그레니는 지난 25년 동안 포춘 500대 기업 중역실에서 케냐 나이로비 슬럼가에 이르기까지 전 세계 수천 명의 리더들에게 스승이 되고 조언자가 되었다. 그는 CEO와 경영자들에게 12가지가 넘는 핵심 변화 전략들에 대해 조언해주었다.

조셉은 뉴욕 타임스에 베스트셀러로 오르며 3백만부 가까이 팔려나간 <모든 것을 바꿔라(Change Anything)> <결정적 순간의 대화> <결정적 순간의 대면> <인플루엔서>를 공동 저술했다.
인플루엔스와 리더십, 조직변화, 효과성 분야 전문가로서 뉴욕타임즈, LA타임스, 워싱턴 포스트, 월스트리트저널 등 유수한 신문에서 자주 인용되고 있으며BusinessWeek.com에 고정 칼럼 ‘영향력 있는 리더’를 집필하고 있다.

조셉은 동아시아, 인도, 유럽 등 전 세계 리더들에게 강연과 컨설팅을 해주고 있다. 그는 HSM 월드 비즈니스 포럼과 NASA, 미 은행가협회, 미 공공사업협회, 미 교육개발학회 등의 조직에서 강연회를 가졌다. 그는 1만명이 넘는 청중들 앞에서든 소수의 경영진 앞에서든 활기 넘치고 좌중을 휘어잡는 연설로 인기가 높다.

한상오 기자 hanso1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