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는 피하는 것이 아닌 관리의 대상이다. 신한금융그룹의 리스크 관리 능력은 타의 추종을 불허할 만큼 탁월하다. 지속가능경영에 있어서 반드시 필요한 경영전략 중 하나인 리스크 관리 전략이 신한금융그룹의 존속 가능성을 높이는 주 요인이다.

신한은행은 업계에서도 리스크 관리 능력으로 정평이 나 있다. 창사 이래 1997년 외환위기와 2008년 금융위기라는 최악의 경제 상황 속에서 단 한 번도 적자를 기록하지 않았다는 것이 이를 방증한다.

특히 선제적 관리 능력은 신한은행의 트레이드 마크다. 2008년 금융위기가 발생하기 1년 전, 부동산 프로젝트 파이낸싱(PF) 신규 대출을 중단해 대규모 손실을 사전에 차단할 수 있었던 것도 신한은행의 리스크 관리 능력 덕분이다.

신한은행의 리스크 관리 능력은 왜 유독 탁월한 것일까. 이는 ‘사람’에 답이 있다. 국내 은행들은 1997년 외환위기 이후 리스크 관리를 위해 시스템에 투자를 해왔다. 그러나 정작 사람에 대한 투자, 즉 교육은 미흡했다. 리스크 관리는 지속가능경영의 가장 중요한 요소임에도 불구하고 말이다.

하지만 신한은행은 달랐다. 리스크 관리 시스템이 잘 작동할 수 있도록 개별 직원들에게 철저한 교육을 시켰기 때문이다. 실제로 신한은행의 영업부서 실무진의 역량은 리스크 관리 담당 실무진과 견줄 정도다. 영업직군이지만 자체적으로 기업을 진단할 수 있는 역량을 갖추고 있는 셈이다.

직원들의 뛰어난 역량은 신한은행의 강한 조직 문화로 이어진다. 이를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가 있다. 지난 2010년 ‘신한사태’가 발생하면서 신한은행의 지도부는 공백 상태가 됐다. 그러나 같은 해 신한은행의 실적은 금융위기 이전 수준으로 회복하는 등 업계를 깜짝 놀라게 했다.

직원들은 리더의 공백보다 연말 업적평가대회를 위해 일에 더 몰두하는 등 감정에 치우치기보다 그들의 자리에서 최선을 다했다. 그만큼 신한은행 직원들의 프로정신을 보여주는 것이다. 이는 모회사인 신한금융지주가 과점주주 체제, 즉 주인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계열사들의 탄탄한 실적을 기반으로 성장하는 것과 상당히 닮았다.

‘오너 부재’ 등이 기업의 생존을 위협한다고 하지만 신한은행은 이를 거부한다. 또 직원들의 뛰어난 역량이 모든 위기를 자체적이며 선제적으로 차단한다. 이상적이면서도 믿어지지 않는 조직문화가 현실로 존재하며 신한은행을 이끌고 있는 것이다.

 

신한금융그룹, 리스크 관리로 모든 것을 이룬다

사실 신한은행의 리스크 관리 능력은 신한은행만의 전유물이 아니다. 이는 신한금융그룹은 물론 전체 계열사를 대표하는 이미지며 주 성장동력이라 할 수 있다.

국제금융전문지 <더 뱅커(The Banker)>에 따르면 지난 2월 기준 신한금융그룹은 글로벌 은행 브랜드 순위에서 58위에 이름을 올렸다. 금융사는 무형의 상품을 팔기 때문에 브랜드 이미지가 상당히 중요하다. 이렇게 ‘신한’이라는 브랜드 가치를 높일 수 있었던 배경에는 외형성장을 먼저 꼽을 수 있다.

신한금융지주는 지난 2001년 지주사 출범 당시 3조3000억원이었던 시가총액이 작년 말 기준 21조5000억원으로 대폭 성장했으며 그 동력은 다름 아닌 인수합병(M&A)이었다. 지난 2002년 제주은행과 굿모닝 증권, 2003년 조흥은행과 2005년 신한생명을 잇달아 인수한 이후 2005년에는 통합신한은행을 출범시켰다.

2007년에는 LG카드를 인수, 2011년에는 신한저축은행을 인수해 수익다각화를 위해 꾸준히 노력했다. 그 결과, 비은행 그룹계열사의 기여도는 작년 말 기준 34.8%로 업계 내 1위를 차지하고 있다.

또 신한금융그룹은 단순 국내에만 머무르지 않고 글로벌 네트워크 확대를 위한 노력도 지속해 신한의 글로벌 브랜드 가치를 높이는 데 주력했다.

2016년 말 기준 신한금융그룹 계열사들은 총 20개국에 165개 네트워크를 갖고 있다. 계열사별로 보면 신한은행은 20개국에 150개, 신한카드 3개국 7개, 신한금융투자 5개국 6개, 신한생명 1개국 1개, 신한BNP파리바자산운용 1개국 1개 등으로 구성돼 있다.

신한금융지주의 대표적인 해외진출 성공스토리는 신한베트남과 신한일본을 꼽을 수 있다.

신한금융그룹은 지난 1998년 베트남 은행과 50대 50의 지분투자로 조인트 벤처(JV)를 설립하고 2011년에 JV의 50% 지분을 추가 인수해 신한은행과 합병했다. 이어 현지화 및 시너지창출을 위해 여타 계열사들의 동반 진출을 확대했다. 그 결과, 신한은행은 베트남에서 외국계 은행 중 2번째로 큰 은행이며 21개의 최다 네트워크(은행 18, 증권 2, 보험 1)를 보유하고 있다.

신한 일본은 일본 내 소매금융을 영위하는 유일한 외국계 은행이다. 1986년 오사카 지점 등 3개의 지점으로 영업을 시작해 2009년 현지법인 출범, 2015년에는 현지화 가속화를 시작했다. 신한 베트남과 일본의 공통점은 지속적인 네트워크 확대와 현지화 전략을 꼽을 수 있는데 이는 그간 신한금융그룹이 추진해온 M&A와 ‘전략적 측면’에서 유사하다는 점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M&A와 해외진출의 공통점은 우선 투자가 뒤따르며 투자한 만큼 수익성을 확보해야 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얼마의 투자를 할 것인지, 투자에 따른 위험성은 없는지, 또 수익성을 확보하는 데 얼마나 걸릴 것인지를 종합적으로 판단하는 것은 쉽지 않다.

그러나 신한금융그룹은 특유의 리스크 관리 능력으로 본업을 저해하지 않으면서 꾸준히 성장하는 모습을 볼 수 있다. 즉, 리스크 관리 능력이 신한금융그룹 전체 영업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침은 물론 M&A 및 해외진출에 있어서도 핵심 요소로 작용하고 있는 것이다.

위기는 언제든 또 다시 발발할 수 있다. 위기 또한 경제의 일부라는 점에서 위기를 피하기보다는 관리하는 능력이 기업의 지속가능경영을 담보한다. 신한금융그룹의 리스크 관리 능력은 향후 어떠한 역경에도 헤쳐 나갈 수 있는 든든한 버팀목이라 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