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9대 대통령 선거를 통해 문재인 후보가 당선됐다. 이런 상황에서 주요 커뮤니티 및 블로그, 특히 SNS를 중심으로 "어용(御用)시민이 되어야 한다"는 주장이 나와 사람들의 관심을 모으고 있다.

'어용'은 부정적인 뉘앙스를 풍긴다. 국어사전에서 어용은 임금이 쓰는 것을 이르던 말, 정부에서 쓰는 일을 뜻하는 명사며 현재는 대체로 '권력을 쫒는, 대세를 따라가는 행위'를 의미한다. 일제식민치하에서 변절한 지식인들을 '어용학자'로 부르기도 하며  노동조합이지만 노동자의 권리가 아닌 경영자의 권리를 보장하는 노조를 어용노조라 부르기도 한다.

이런 상황에서 많은 사람들은 왜 문재인 대통령 당선을 계기로 스스로 "어용시민이 되어야 한다"고 말하는 것일까. 시작은 유시민 작가다. 유시민 작가는 지난 5일 공개된 김어준의 파파이스에 출연해 자신의 이후 행보를 설명하며 "대선이 끝나고 공무원이 될 생각이 없다. 진보 어용 지식인이 되려고 한다"고 밝힌 바 있다.

단기적으로는 자신을 둘러싼 입각설, 총리설을 일축하는 한편 장기적으로는 정권의 안정적인 국정운영에 도움이 되겠다는 주장으로 풀이된다. 노무현 대통령 참여정부 시절 진보 지식인들이 사명감을 갖고 정권을 흔들었으나 이는 오히려 사회 전반에 적폐세력이 침투할 수 있는 계기가 되었다는 상황인식이 깔린 것으로 보인다. 즉 참여정부의 악몽이 되풀이되면 대한민국은 어려워지고, 이를 위해 자신이 어용 진보 지식인이 되어 큰 그림을 보겠다는 뜻이다.

유시민 작가의 선언 이후 온라인 공간에서는 '어용시민이 되어야 한다'는 글들이 쏟아져 나오고 있다.

실제로 SNS에는 "이제부터 나는 어용지식인이자, 어용시민이다"며 "자신만 고고하다고 생각하는 진보진영이 문재인 대통령을 중심으로 뭉쳐 합리적인 비판과 함께 굳은 믿음을 심어주어야 한다"는 글이 보이기도 했다. 또 "지금의 어용시민은 정권에 대한 맹목적인 충성이 아닌, 앞으로의 미래를 바르게 건설하기 위한 작업으로 봐야 한다"는 말도 있다.

나아가 "우리나라 진보는 기울어진 운동장이기 때문에, 이번 정권교체를 통해 진보가 힘을 모아 보수와 합리적인 대화를 시도하는 한편 이를 바탕으로 진보 세력도 힘을 모아야 한다"는 말도 나왔다.

고 이영희 교수와 유시민 작가를 연결해 "지금이야말로 힘을 모을 때"라며 "우리 모두 어용시민이 되어 적폐청산에 나설 문재인 정권을 지켜 더 좋은 대한민국을 만들어야 한다"는 글도 보인다.

심지어 행동지침도 공유되며 많은 사람들의 공감을 얻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을 변호하지만 100% 찬성하지는 않으며, 신뢰하지만 조급해하지 않고 지지자들이 뭉쳐야 하며 도움이 될 수 있는 다양한 정보를 공유해야 한다"는 내용이 골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