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출처=픽사베이

독일 생(生)철학의 대표자이자 실존주의의 선구자인 니체(F. W. Nietzsche)는 ‘인간은 망각의 동물’이라고 했다. 우리가 잊어야할 것은 무엇이고,  망각해선 안될 것은 무엇일까.

2016년 10월 18일 최순실의 유령회사 ‘비덱(독일에서 설립한 스포츠 마케팅 회사)’ 보도 후 최순실이 박근혜 전 대통령의 연설문을 사전에 열람하고 이를 수정한다는 내용의 보도가 잇따랐다.

‘박근혜-최순실 게이트’가 수면위에 본격적으로 드러나면서 국민들의 민심은 요동치기 시작했다. 지난해 10월 29일 광화문에는 1차 범국민행동으로 첫 촛불이 켜졌고 탄핵 선고가 내려지기 전까지 망각하지 않으려는 대한민국의 민심은 총 19번의 촛불집회로 광화문에 모였다.

지난해 12월 3일 탄핵소추 발의 후 같은 달 9일 국회 본회의 찬성 234표, 반대 56표로 가결돼 박근혜 전 대통령의 권한이 정지됐다. 올해 3월 10일 헌법재판소는 탄핵을 전원일치로 박근혜 대통령 파면 결정을 내렸다. 이후 탄핵인용일로 60일 이내 대통령 선거가 진행됨에 따라 19대 대선 정국에 돌입했다.

이달 9일 국민들의 염원이 담긴 작은 나비의 날갯짓이 박 전 대통령의 탄핵과 장미대선을 이뤄냈고 10일 마침내 혼란을 종식할 19대 대통령이 탄생했다. 국민들이 그리고 각 산업 분야가 다음 정부에게 바라는 점은 이전과 다를 바 없지만 그 간절함은 더 깊어졌다. 문재인 대통령은 그 간절함이 승리의 원인이라고 했다.

최순실 국정농단과 대통령 탄핵소추 등으로 인한 정치적 격변기를 겪었던 청년들의 봄은 언제나처럼 고단했다. 지난달 23일 통계청이 발표한 ‘2016 한국의 사회지표’에 따르면 2016년 합계 출산율이 1.17명으로 지난 10년간 최저치로 집계됐다. 이는 전 세계에서 가장 낮은 출산율에 해당한다.

올해 3월 들어 청년층(15~29세) 실업률이 높은 수치를 기록했다. 청년층의 경우 파트타임(아르바이트)와 인턴 등 질 낮은 단기성 일자리로 시작해 채 1년이 안 돼 그만두는 사례가 많아지고 있다.

사회의 주축이 되는 청년층들의 구직난이 점점 심화되고 출산율은 낮아지는 추세를 대변이나 하듯 요즘 젊은이들 사이에서는 연애와 결혼, 출산을 포기하는 ‘3포 세대’라는 신조어가 생겼다. 여기에 인간관계와 내 집 마련까지 포기한 ‘5포 세대’까지 등장해 씁쓸한 대한민국 청년층들의 현실을 표현하고 있다.

내 집 마련의 꿈은 한국의 20~30대 청년층들뿐만 아니라 전 국민들의 꿈이다. 청년층의 경우 내 집 마련은커녕 현재 그들이 직면해 있는 청춘들의 주택문제는 심각한 것으로 나타났다.

장하성 고려대 경영학과 교수는 현재의 20~30대가 6‧25전쟁 이후 최초로 부모보다 못사는 세대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또 여론조사 전문기관 퓨리서치센터의 44개국 조사에 따르면 한국의 밀레니얼 세대(21세기 들어 성인이 된 세대)는 다른 어떤 나라 젊은이보다 미래를 비관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특히 청년층들의 주택 문제는 ‘하우스 푸어’와 ‘렌트 푸어’, ‘월세 세대’로 세분화 된다. 무리한 대출로 집은 마련했지만 이자와 원리금 상환 부담으로 빈곤한 생활을 하는 하우스 푸어나 급증하는 전세가를 감당하는데 소득의 대부분을 지출해 저축 여력이나 경제적 여유가 없는 렌트 푸어 그리고 이마저도 여력이 되지 않아 월세를 전전하는 월세 세대가 있다.

지난달 2일 한국보건사회연구원 보건복지포럼 최근호 ‘청년의 빈곤실태, 청년, 누가 가난한가’에 따르면 청년 가구의 빈곤 문제가 심각하다는 점을 알 수 있다.

보고서에서 통계청의 가계 동향 조사를 바탕으로 19~34세 청년의 연령을 세분화한 결과 연령별 빈곤율(중위소득 50% 미만의 비율)은 2015년 기준 ▲19~24세 7.4% ▲24~29세 7.1% ▲30~34세 3.7%로 조사됐다. 또 청년 가구 형태별 빈곤율에서는 청년 1인가구가 2014년 기준 21.2%로 기타 청년가구(7.9%), 청년부부와 자녀(5.4%), 부모동거 청년 가구(3.5%), 청년 부부(2.7%)보다 높았다.

주거빈곤율도 청년 1인 가구는 2015년 14.8%로, 기타 청년가구(6.4%)의 2배로 조사됐다. 주거비 부담(월소득 대비 임대료가 20% 이상)만 기준으로 보면 전체 청년가구 대비 청년 1인 가구의 부담 비율도 5배 정도 차이가 나는 것으로 나타났다.

청년 주거문제 해결을 위한 민달팽이유니온 관계자는 “20~30대 청년층 주거문제는 최근 사회적 문제들과 내수경제 악화 현상이 지속되면서 곪아있던 문제가 터진 것”이라며 “정부의 적극적인 가이드라인 제시와 지원이 절실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서울시가 지난해 8월부터 시행한 ‘주택월세계약조사’를 통해 서울시내 전입세대의 월세계약을 분석한 결과, 평균 월세는 3.3㎡당 7만5000원으로 청년이 많은 지역이 월세가 비싼 것으로 조사됐다. 3.3㎡(1평)당 임대료는 주요대학가가 7만4000원, 중심업무지구 8만9000원으로 나타났으며, 그 외 지역은 5만6000원으로 상대적으로 낮았다.

‘주택월세계약조사’는 서울시 25개구 전역에 걸쳐 월세 전입 세입자가 동주민센터에 전입신고 할 때 자율적으로 기재하는 조사 항목으로, 월세계약 실태를 알 수 있는 전국 유일의 자료다.

정유승 주택건축국장은 “월세계약조사는 그간의 확정일자 자료를 활용한 전월세전환율 통계와 더불어 서민의 주거비 부담을 현실적으로 판단할 수 있는 전국에서의 유일한 자료”라며 “이를 바탕으로 주거비 부담이 심각한 계층이나 지역에 대한 맞춤형 주거지원 정책을 서둘러 마련할 것”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주택정책과 전월세팀 관계자는 “사실상 청년층의 주거문제를 해결 할 수 있는 기반이 되는 자료 수집이 지난해 처음 이뤄졌다”며 “가파르게 오르는 월세와 청년 주거 빈곤 문제를 해결 할 수 있는 정책들이 준비 될 것”이라고 전했다.

이렇게 구체적인 데이터를 갖고, 청년 주거 빈곤 문제에 대한 실제적인 대책들이 새로운 정부에서는 속속 세워지길 소망한다. 우리가 잊지 말아야 하는 것은, 청년층의 `몰표`가 이런 고단한 삶을 이기며 나왔다는 사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