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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동진의 기업과 커뮤니케이션] ‘관심’ 보다 더 고마운 ‘따뜻한 무관심’
구동진 칼럼니스트·홍보인  |  expert@econovill.com  |  승인 2017.05.12  07:10:28
   

‘주가에 일희일비 하지 않는다’

기업인 인터뷰 기사에서 보면 한결 같이 이렇게 말 한다. 많은 사람들은 ‘참 대범하다’고 생각 하기 마련이다. 하지만 사실 주가에 연연해 하지 않는 조직이나 구성원은 없다. 상장사가 아니라면 얘기가 달라지겠지만 말이다.

한번 곱씹어 봐야 할 것은 미디어에 나와서 뭔가 이야기 할 때는 사실 기업이 주목 받고 있는 경우가 많다. 인터뷰를 할만큼 언론에서 주목하고 있을 때다. 뭔가 크게 이루었거나 곧 이루게 될 상황일 경우가 많다. 대부분 주가가 우상향으로 나아가고 있는 상황이다. 대개 이런 상황에서 주가를 염려하는 사람은 잘 없다. 때문에 이런 식상한 멘트가 맞는 상황이기도 하다. .

기업에 호시절만 있는 경우는 없다. 긍정적인 이슈는 어쩌다 한번 있을까 말까 하고 대부분이 불안불안한 상황의 연속이다. 주식 전광판에서 빨간불과녹색불은 희비가 엇갈린다. 단돈 십원이라도 오르고 있는 상황과 녹색불이 켜진 경우는 하늘과 땅 차이만큼 심리적인 상황이 다르다.

 

커뮤니케이션, 잘 나가는 때일수록 머리를 숙여야

기업이 성장세에 놓여 있거나 시장에서 기대하는 큰 결과를 낳은 경우 미디어의 관심을 받고 싶은 것은 인지상정이다. 그러기 위해 커뮤니케이션 팀이 평소에 열심히 하는 것이다. 반면 경기 침체나 산업의 특수한 상황으로 회사가 힘들어지면 아주 사소한 관심조차도 버거워진다. 부정이나 불법의 경우라면 응당 대가를 치뤄야 하는 것이 맞다. 하지만 모든 것이 정상적으로 진행된 일임에도 불구하고 기대와는 딴판으로 결과가 나오는 경우도 많다.

미디어의 전폭적인 관심이 한 순간 돌변한 국면에서는 오히려 부담이된다. 일부러 기업을 해코지 할 생각은 아니지만 부채 비율이 높거나 손실이 나거나 커다란 사고가 나기라도 했을 경우 평소라면 아무렇지도 않을 질문들이지만 살을 파고드는 송곳처럼 아프게 다가온다. 중립적 밸런스를 맞춰 쓴 기사라도 드러난 회사의 면모는 제 2 제 3의 파장을 불러온다.

대중은 기사에 언급된 몇 마디 문구를 통해서 회사 전체를 판단해 버린다. 악재가 터진 회사에 대한 여론 재판은 회사를 막다른 곳으로 몰아서 더욱 힘들게 만든다. 악재만해도 힘든데 미디어는 이를 파헤치고 사람들의 심리적인 재판까지 더해지는 상황이 펼쳐진다. ‘화무십일홍’이라고 계속 호재만 지속되는 회사도 없고, 악재만 연속되는 기업도 없지만, 호재 때에 몰렸던 커다란 관심이 악재 상황에서 더 큰 부담이 된다.

사람이 잘 나갈수록 겸손해야 한다. 기업 커뮤니케이션도 마찬가지다. 그래서 나는 ‘따뜻한 무관심’이라는 말도 안될성 싶은 말을 만들어서 입에 달고 다녔다. 보통사람들은 이 말을 들을 이유가 없겠지만, 유독 뭔가를 파헤치는 데는 선수인 기자들은 접해본 기회가 제법 있을 것이다. 사실 내가 그 말의 원조다. 후배들과의 대화중에 어쩌다비조합의 조합으로 나오게 된 말인데, 당시 나의 입장에서 부탁하고 싶은 상황 그대로를 반영한 표현이라 이거다 싶은 느낌이었다.

근무했던 회사들의 공통점이 언론으로부터 남다른 관심이 받을 수 밖에 없었다는 것이었다. 다양한 기업인수와 합병으로 사세를 급속히 키웠고, 금융위기로 재무개선과 사업구조조정을 해야 했다. 기업인수는 기업 활동 중에서 언론에서 관심 가지는 가장 중요 사안 중의 하나다. 기업을 통째로 인수하거나 매각하는 것이어서 기업이 팔 수 있는 것 중에서 가장 큰 규모이기도 했고, 수많은 임직원까지도 포함되기에 당연히 관심이 쏠릴 수 밖에 없다. 기업인수나 합병을 통해 재계의 판도가 바뀌고, 재무, 회계, 법무 및 커뮤니케이션을 총망라한 경영의 산물이다.

그때 읍소하고 다녔던 것이 ‘관심 가져주어서 감사하지만 지금은 때가 아닌 것 같다’는 의미를 담은 ‘따뜻한 무관심’이었다. 이미 크고 작은 여러 기업인수를 포함해 벌여 놓은 사업들이 적지 않았기에 재무적으로 슬슬 코너에 몰리고 있었다. 부진했던 경기의 영향이 컸다. 급기야는 재무적 구조조정을 발표하는 기자간담회도 진행했고, 온갖 방법을 동원하여 당시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 노력했다.

그 뒤부터 어떤 자산을 팔고 얼마가 들어오고 재무 개선이 얼마나 이루어지는 지에 대해 집요한 시선들이 따라 다녔다. 파는 것이 기업인지 부동산인지 대상도 초미의 관심사였다. 보도 내용에 따라 주가도 춤을 췄다. 매각이 성사되고 자금이 들어온다는 뉴스가 나가면 주가가 오르다가도, 원활하지 못하다는 얘기가 흘러나오면 바로 주가가 꼬리를 내리는 상황이 반복됐다.

아침마다 펼쳐지는 장 개시 상황에서 빨간불인지 녹색불인지는 회사 분위기에도 적잖은 영향을 미친다. 일희일비 하지 말자고 하지만, 내색하지 않아도 누구나 맘속에 담아두게 된다. 주가가 내려가면 시총만 줄어드는 것이 아니라 은행에 담보로 제공했던 주식 가치 역시 떨어져서, 어려운 회사 상황에서 추가 담보 요구를 받거나 이자를 더 부담해야 하는 곤란한 상황으로 이어진다. 재무 상황 악화만으로도 부담인데, 외부에 알려진 뉴스는 2차 3차의 연쇄적 반응을 불러와 악전고투가 이어질 수 밖에 없다. 또 이런 기업 사정이 외부로 노출되어 만만해지면 이른바 세력으로 불리는 주식꾼들도 나서게 되어 악순환이 반복된다. 연결고리를 원천적으로 차단하는 것은 불가능하더라도 영향을 최소화하기 위해서는 잘 나갈 때부터 언론의 관심을 좀 누그러뜨릴 필요가 있었다. 그런 과정에서 필요한 것이 ‘따뜻한 무관심'이었다.

 

궁금증은 미리 풀되, ‘따뜻한 무관심'으로 막아라

그러다 회사를 옮겼는데, 불운하게도 이직했을 무렵에 리만브라더스 사태가 터졌다. 유럽을 주 무대로 글로벌 커뮤니케이션에 임할 청운의 꿈을 품고 있었는데, 오히려 엄청난 빙하기에 맞닥뜨렸다. 수조 원 규모의 해외 투자에서 상상도 못할 정도의 손실이 터졌고 연이은 악재에서 헤어날 길이 보이지 않는 상황이 이어졌다. 재무적 악재란 악재는 다 터졌다고 봐도 무방할 정도였다. 입사 직후 곧바로 회사는 비상경영체제에 돌입했고 재무적 구조조정에 착수했다.

당시 예닐곱 군데의 대기업들이 비슷한 입장이었는데 그 중에서도 제일 심각했다. 경영 구조도 독특해서 언론 관심이 더 클 수 밖에 없었다. 증권, 산업, 금융시장, 경제, 부동산 등 웬만한 매체에서는 부서를 막론하고 다들 집중적으로 들여다 볼 수 밖에 없었다. 때문에 조금이라도 관심 가질 법한 그 누구에게라도 달려갔다. 긍정적인 시각을 부탁했다. 부담되는 상황은 지켜 보기는 하되 쓰지 않으면 더 감사했다. 자연히 ‘따뜻한 무관심’을 입에 달고 다닐 수 밖에 없었다. 덕분에 엄청난 위기의 파도 속에서도 비수같은 기사가 나온 적은 거의 없었다.

무언가를 취재해서 뉴스 만드는 것을 업으로 삼고 있는 사람들에게 비판적인 시선 말고 따뜻한 시각을 요구하는 것이나, 내용을 알려주기는 주되 기사화는 삼가해줄 것을 부탁한다는 것은 그들의 업무를 하지 말라는 것이나 다름없다. 하지만 기업의 체력이 다한 시점에서의 날카로운 기사는 너무나도 위험했기에 어쩔 수 없었다. 처음에 ‘뜨악’하게 반응했던 기자들도 반복되는 ‘따뜻한 무관심’이라는 말에 다들 믿고 기다려 주었다.

회사에서 진행하던 프로젝트들이라면 정보를 입수할 수 있는 곳은 의외로 많다. 주관사 역할을 하는 증권사들, 자산운용사, 회계법인, 법무법인 및 기타 여러 기관들도 참여하기 때문에 여의도 바닥에서 반나절만 알아본다면 웬만한 정보는 입수가 가능하다. 하지만 나와 커뮤니케이션하고 지냈던 모든 기자들은 기다려 주었다. 여러 소스를 통해 정보를 입수했음에도 불구하고 말이다. 그들이 보여줄 수 있는 가장 큰 배려인 ‘따뜻한 무관심’으로 기업의 재기를 응원했다고 생각한다.

그런 관계와 배려가 있었기에 어려움을 극복하고 회사가 조금씩 나아졌다. 그 뒤 한동안은 이 말을 입에 올리지 않았는데, 최근 여의도에서 우연히 옆 테이블 기자들의 대화에서 ‘따뜻한 무관심’이라는 말이 들렸다. 널리 회자 되지는 않아도 그 바닥에서는 유행어가 되어 돌고 있는듯 했다. 그 말의 원조로서 반갑고도 뿌듯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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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인기는 긍정과 부정에 있어 양날의 검이라 긍정일 때부터 신경 써야 한다.

2. 위기 상황에서도 따뜻한 시각과 관심은 가져가야 한다.

3. 부담스런 언론도 따뜻한 무관심의 우군으로 만들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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