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최순실의 국정 농단은 우리 시대 또다른 상처를 건드렸다. 흙수저와 금수저 간 차별을 당연시하고 이로 인해 고통받는 이들을 조롱하면서 전국민 분노를 일으켰다.

정유라는 최순실의 딸이라는 사실만으로 수업에 출석하지 않거나 수행평가에 참여하지 않아도 좋은 점수를 받았다. 촛불집회가 일어났고 우리 사회에 존재하는 차별에 대해 돌아보는 시간을 가졌다. 촛불과 함께 다양한 사회운동도 나타났다. 그중에는 젠더운동도 있다.

이번 촛불집회에서 페미니스트 그룹들이 연합, ‘페미존’을 형성해 목소리를 냈다. 각종 혐오 발언과 혐오 문구에 문제를 제기했다. 지난해 11월12일 3차 촛불집회에 처음으로 페미존이 마련되기도 했다. 참여자들은 한국 사회 평등을 위한 발언을 꾸준히 이어갔다.

이렇듯 한국 사회에서 여성 차별은 대표적 문제 중 하나로 꼽힌다. 특히 공학 계열의 남자 선호사상은 다른 계열 대비 심하다.

▲ 출처=픽셀즈

교육부 자료에 따르면 2014년 기준 △인문계열은 여학생과 남학생 취업률 차이가 0.9%p △사회계열 차이는 0.5%p △자연계열은 2.1%p로 남학생 취업률이 높았고, 의학계열은 여학생이 0.6%p 높게 나타났다. 

그러나 공학계열의 취업률 차이는 무려 4.8%p로 집계돼 공학 전반에 깔린 남성 선호사상을 확인할 수 있다.

컴퓨터공학을 전공한 한 여학생은 취업준비를 하면서 불안한 마음을 감출 수 없다고 전했다. 자신의 친구로부터 같은 분야를 전공한 여학생이 서류에서 탈락했는데, 그보다 학점이 1점 가까이 낮은 남학생은 합격했다는 소식을 들었기 때문이다. “학점이 취업 조건의 전체는 아니지만 주변 공대 친구들을 보면 여자 동기들이 취업 관련 준비를 더 많이 한다”며 “하지만 취업하는 비율을 봤을 때 남자들의 입사비율이 더 높다고 생각된다”며 말했다. 기업에서 아직 남자들을 선호하는 경향이 있는 것 같다고 덧붙였다.

또한 여성 공학 인력에 대한 편견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사례 중 하나로 지난해 9월 한 사립대 교수의발언을 꼽을 수 있다. 그는 “여자는 공대 가면 4년 동안 공주님 대우받는다. 밥값 걱정 없다”는 식의 발언을 해 논란이 일었다.

하지만 공학 부문 인재 부족과 소프트웨어 중요성이 증대와 차별금지에 대한 인식으로 상황이 조금씩 변하고 있다. 특히 소프트웨어(SW) 분야에서 여성 인재를 키우려는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

소프트웨어 분야 중요성 부상, 여성 인재를 키우려는 움직임

소프트웨어정책연구소에 따르면 국내 SW 여성인력 비중은 미국, 영국보다 낮은 수치를 기록하고 있다. 국내 SW 직종 여성 종사비율은 2015년 기준 12.5%로 미국 22.9%, 영국 19.1% 대비 낮은 수치다. 국내 SW 전공 학위취득 여성 비중은 18.84%로 인력 종사 비중이 학위 취득 비중보다 낮다. 미국은 관련 학위취득 여성 비중이 22.93%, 영국은 16.4%를 보였다.

▲ 출처=문재인 페이스북 캡처

하지만 소프트웨어 분야의 중요성이 커지자 조금씩 달라지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은 후보시절 페이스북에 “인프라와 생태계 조성에 이어 4차산업혁명 선도국가 진입을 위한 마지막 연결고리는 소프트웨어”라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경력단절여성 교육을 소프트웨어 중심으로 전환할 것"이라는 메시지도 직업교육, 평생교육을 소프트웨어 중심으로 전환하겠다는 말과 함께 전했다.

미래창조과학부도 지난해 7월부터 ‘SW여성인재 수급활성화’를 통해 여성인재의 SW분야 유입을 촉진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SW여성인재 수급활성화사업은 우수한 여성 인재 진출을 확산하기 위해 미취업∙경력단절 여성을 대상으로 실시하는 교육이다. 서석진 미래부 소프트웨어정책관은 “지능정보사회에서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서 풍부한 감수성과 소통능력을 갖춘 여성 인재 확보는 필수적”라고 말했다.

남민우 미래부 소프트웨어정책과 사무관은 “구직자 및 훈련 사업 일환으로 경력단절 여성 등 여성 지원을 강화하자는 취지”라며 “해외에서도 소프트웨어 여성 인력을 키우기 위해 노력중이다. 우리 정부도 소프트웨어 분야에서 여성 인력을 키우려는 의지를 가진 것”이라고 말했다.  남 사무관은 “경력단절여성같은 경우 육아 등 이유로 주로 오전에 이뤄지는 직업훈련원 수업을 듣기 힘들다”면서 “오후에 수업을 짜는 등 여성들도 신청 및 프로그램 참여를 할 수 있도록 했다”고 덧붙였다. 2016년 기준 오프라인 참여자 101명, 온라인 122명으로 총 223명이 참여해 수업을 받았다. 오프라인 수업 신청 경쟁률은 1.4배였다.

공학분야 여성 인재 비율을 높이기 위해선 경력단절 방지 시급”

강선미 한국여성공학기술인협회 부회장이자 서경대 전자공학과 교수는 소프트웨어뿐만 공학분야에서 육아나 결혼 등으로 경력단절이 되는 여성 인재가 많다고 말했다. 강 교수는 “IT 분야는 특성상 경력단절이 일어나면 재취업하기 힘들다”며 “워낙 빨리 변하는 분야고 하루 이틀 배워서 진입할 수 있는 것도 아니므로 경력단절이 되지 않도록 사회망을 만들어 주는게 가장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강 교수는 “현재 국내 엔지니어 인력이 부족하다. 인력이 부족하니 외국에서 인재를 데려와야 한다”며 “외국에서 사람을 데려오는 것은 사회 간접비용 등을 고려했을 때 부담이 될 수 있다. 따라서 여성 공하 인재를 양성해야 한다는 사실은 이미 업계에서도 인지하고 있다. 이렇듯 사회인식이 바뀌고 있지만 출산관련 문제나 육아 등 기업에서 반기지 않아 아직 갈 길이 멀다”고 주장했다.

이어 “프로젝트 베이스로 근무하면 주말도 없고 밤샘도 해야 한다. 육아해야 하는 여성에게 힘든 상황”이라며 “대기업은 그나마 인력확충을 할 수 있어 낫지만 중소기업은 인력이 없어 여성 엔지니어들이 이 고비를 넘기기가 힘들다”고 말했다. 사회 곳곳에 성차별적인 현상이 산재해 있지만, 일자리와 육아문제 등이 동시에 얽혀있는 산업현장에서 특히 여성 엔지니어 분야에서 국가가 원활한 인력 보충이 이뤄질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바람을 전했다.

김정민 소프트웨어정책연구소 연구원은 보고서를 통해 “최근 해외 주요국이 소프트웨어 인력 수요 해결 방안의 한 축으로 소프트웨어 여성인력 지원에 활발히 투자하는 중”이라며 “소프트웨어 선진국인 미국과 영국의 여성인력 육성 정책 추진으로 국내와 더 큰 격차가 벌어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국내 SW직종 여성이 경력단절 등으로 인한 이탈이 많은 것으로 보이며 이탈 요인에 대한 정확한 요인 파악을 위한 연구가 필요하다고 부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