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출처= poultryhandbook.com

남편이 코 고는 소리에 잠을 너무 자주 깨자, 릴리 그로스먼은 남편과 각 방을 쓰기로 결심했다.

그로부터 10년.

그로스먼과 그녀의 남편은 집에서 뿐 아니라 휴가 여행에서도 각 방을 쓰고 있다. 그러나 그녀는 10년 전에 각 방을 쓰기로 결정하지 않고 계속 한 방을 썼다면 지금쯤 이혼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지금은 자다가 짜증나게 깨어나거나 하루 종일 잠 못 드는 대신, 남편과 그 이전보다 더 가깝게 느껴진다고 그녀는 말한다.

“덕분에 우리는 둘다 낮에 힘이 넘치고, 각자의 회사 생활을 즐기고 있습니다. 그게 중요한 것 아닌가요?”

그로스먼이 각방을 쓰겠다고 하자 몇 명의 친구들에게 충격을 주긴 했지만, 그녀는 친구들의 우려처럼 결코 외롭지 않았다. 미국 수면재단의 조사에 따르면, 결혼한 부부 네 명 중 한 명은 각 방을 쓰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미국 주택건설업자 협회는 이미 몇 년 전에, 안방이 두 개인 주택이 주문형 주택의 새로운 대세가 될 것이라고 예측한 바도 있다.

그 이유가 잠드는 시간이 서로 다르기 때문일 수도 있고, 한 배우자의 코골이 소리 때문일 수도 있고, 하지 불안 증후군 때문일 수도 있지만, 여하튼 여러 가지 이유로 각 방을 쓰기로 결심하는 부부가 늘어나고 있다.

버지니아주 알렉산드리아에 사는 심리 치료사 제인 브루스터는 다음과 같이 말한다.

“잠자는 시간이 우리 삶을 침식한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은 수면 시간을 줄이려는 경향이 있습니다. 이런 사람들의 경우, 배우자로 인해 쉽게 잠들지 못한다면, 관계가 악화될 수 있지요.”

그녀에 따르면, 사람들은 혼자만의 휴식을 필요로 하면서도, ‘부부가 따로 자는 것’은 여전히 말하기 쉽지 않다.

"부부가 따로 자는 것이 걱정과 부끄러움을 동시에 나타내는 것이어서 말하기 어려운 것은 사실이지만, 최근 들어 따로 자는 사람들이 늘어나면서 점점 더 받아들여지는 추세입니다.”

보도에 따르면 엘리자베스 2세 여왕과 필립 공, 트럼프 대통령과 멜라니아 여사도 각 방을 쓰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 바처럼, 잘 때 따로 자는 것이 꼭 부부가 문제가 있다는 것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특히 부부 관계를 오히려 더 강하게 하기 위한 전략이라면 더욱 그렇다.

남가주 대학교의 교수이자 결혼 및 가족 치유 프로그램 상담사인 메리 앤드리스는 이렇게 말한다.

“모든 부부는 각자 자기들에게 효과적인 방법으로 문제를 해결해야 합니다. 그저 방을 공유하는 룸메이트와는 달리, 당신의 배우자는 단순한 룸메이트가 아니라 당신의 중요한 반쪽이라는 사실을 잊지 않기 위해 서로 관심과 애정을 갖는 것이 중요하지요.”

각 방을 쓰기로 결정하고도 친밀감이 사라질까 염려하는 부부는 그들에게 무엇이 중요한지를 결정해야 한다는 것이다. 매일 밤 TV를 같이 보기로 하는 것이든, 저녁을 같이 먹기로 하는 것이든, 또는 잠들기 전에 관계를 갖는 것이든, 친밀감을 위한 배우자의 욕구를 충족해 주기 위한 전략을 실행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이다.

"사람들은 자신들에게 친밀감이란 무엇인지를 정의해야 합니다. 사람마다 사랑을 표현하는 방법이 다르니까요. 어떤 사람은 애정을 실제로 보여주는 것을 원하기도 하고, 어떤 사람은 선물을 주기도 합니다. 또 어떤 사람은 칭찬을 하기도 하고, 어떤 사람은 소중한 시간을 나누는 것으로 사랑을 표현하지요.”

그로스먼은 주 침실(master bedroom)을 만들고 남편과 함께 주 침실을 쓰다가, 밤에 잘 때는 각자의 방으로 돌아간다.  

"우리는 함께 보낼 시간을 따로 정했습니다. 친밀감에 관한 문제는 없었지요. 다음날 아침 일찍 일어나야 하기 때문에 우리는 충분한 수면을 취해야 하고, 그래서 각 방으로 들어가는 것 뿐입니다.”

부부가 각 방을 쓰는 것에 대해 남들이 어떻게 생각하든, 하루 일과가 끝나면 밤새 충분히 쉬는 것이 최후에 웃는 자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부부가 같은 침대를 사용하든 안하든, 밤새 함께 자든 아니든, 그것이 진정한 친밀감을 만드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밤에 함께 자는 사람들 중에서도 낮에는 거의 시간을 같이 보내지 않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함께 깨어 있는 동안에 어떻게 지내는지가 더 중요한 것 아닌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