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텔 조찬모임에 참석하는 인도기업인들의 모습. 출처=김응기

조찬모임은 늘 허겁지겁 쫓기며 사는 한국 사회의 전유물인 줄 알았는데, 요즘은 델리와 벵갈루루 등 인도의 대도시 호텔에서도 쉽게 볼 수 있는 광경이 되었다. 이런 추세에 따라 필자의 인도 출장 때 숙소 호텔에서의 조찬 중 절반은 비즈니스 미팅을 겸하게 되는데, 뜻밖에도 그 가운데 절반은 인도 기업인의 요청에 따라 이뤄지고 있다. 오전 교통난을 피한 조찬 미팅이기도 하지만 바쁜 스케줄을 소화해야 하는 인도 경영인의 새로운 풍속도이기도 하다.

80여공항이 가동 중인 인도는 2016년엔 전년 대비 20% 증가한 연인원 1억명이 국내 항공을 이용했다. 이는 미국과 중국 다음으로 많은 수이다. 델리에서 뭄바이를 짧게는 18시간, 길게는 32시간 걸리면서 기차로 이동하던 과거의 인도인들이 이제는 비행기로 단 2시간 만에 이동하며 생활하고 있다. 특히 인도 기업인들은 새벽 5시 첫 비행기로 뭄바이로 출장 가서 저녁 비행기로 델리로 돌아오는 등 남한 면적의 33배 영역에서 1일 생활권으로 움직이고 있다. 인도 기업인의 일상도 느릴 것이라는 선입견과는 다른 모습이다. 그들이 변한 것이다. 인도인들이 바쁘다. 바쁜 인도인의 일상은 중앙정부와 주 정부 고위공무원 스케줄에서 더욱 두드러진다. 흔히들 인도 공무원들이 나태하고 느리다고 하지만 21세기 글로벌 무대의 주역으로 부상한 인도에서 고위 공무원들의 일상은 이와는 별개이다. 이를 미처 깨닫지 못한 한국 사회가 인도 접촉에서 대답 없는 그들을 대하면서 깊은 좌절감에 빠지곤 한다.

얼마 전 한국의 중앙부처에서 일어난 일이다. 코앞에 닥친 고위급 회담을 추진해야 할 담당자는 그저 답답하기만 했다. 숱한 접촉에도 불구하고 인도 당국자로부터 회신이 없었다. 과거 같으면 그럼 말고 하며 뒤돌아보지 않고 포기하겠지만, 포스트차이나의 목적지로 인도를 염두에 둔 요즘 무반응의 인도에 당황하고 이유를 알지 못한 채 가슴앓이 하고 있다. 인도와 거래하는 기업에서도 마찬가지다. 당장이라도 계약할 것처럼 반색하던 인도 기업이 메일을 보내도 회신이 없고, 전화를 하면 회의나 출장으로 연결이 안 되고 그나마 어렵게 됐다고 해도 딱히 결론에 이르지 못하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이슈가 애초부터 없었던 허위인 것도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반응이 더디다.

인도 기업 임원이 제안을 이해 못 하는 무능이거나 습성이 게으른 것인가? 천성이 느린 인도 공무원이어서 한국의 문의에 회신이 더딘 것인가? 참으로 대답 없는 인도인들이다. 이런 공무원들 또 이런 기업인의 인도가 진정 글로벌 무대에 등장한 주역의 하나란 말인가?

그러나 실상은 우리가 그들의 변화된 위상을 이해하지 못한 접근에서 실패하고 있는 것이지 결코 그들이 생각처럼 게으른 것이 아니다. 인도 뉴스를 들여다보면 한 달에 몇 차례씩 외국 정상이나 고위급이 인도를 방문하고 또 인도 고위급이 해외로 나가곤 한다. 최근 한 달 동안 인도를 방문한 해외 정상이 호주와 오만 등 6개국이나 된다. 기업인들도 마찬가지다. 한 달에 최소 한 번은 인도 내 29개 주 중 산업별 전략거점에서 숱한 외국의 유수기업들이 참여한 가운데 열리는 명실상부한 인터내셔널 전시회나 컨퍼런스 등에 참석하기도 하고 매일 연결되는 해외 기업인과의 약속으로 시간안배가 바쁘다. 이런 상황에서 메시지를 던지고 전화 걸어서 현안이 진행될 것이란 기대는 애초부터 난망한 일이 아닐 수 없다. 맞춤 이해접근이 필요하다.

인도가 달라졌다는 것에 대한 이해가 필요하다. 그들이 바쁘다. 그들 시선이 바라보는 곳과 귀가 열린 방향이 우리에게 향할 수 있도록 정부나 기업으로선 인도 맞춤형 아젠다를 만들 줄 알아야 한다. 분망(奔忙)한 그들의 관심과 시간에서 우리 아젠다가 우선순위에 들어갈 수 있어야 정부 교류도 기업 거래도 결과를 맺을 수 있다. 인도의 이해관계를 염두에 둔 아젠다에서 우리의 이해를 녹여내는 것이 전략이지, 우리 정부나 기업의 입장 위주에 21세기의 인도 관심을 꿰려는 것으론 전략이 성공적일 수 없다. 이젠 인도의 관심과 현안이 무엇인지를 이해하는 것이 인도 전략의 첫 걸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