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layG: Vol.3 

[일상가젯] 자취방에서 120인치 화면으로 영화 보는 방법

[Pick] 내집 영화관 만들기 준비물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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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요일에 만나요 am.9:30

 

유저의 일상과 가젯(Gadget)에 얽힌 그렇고 그런 이야기. 일상가젯 9화.

일 시작하면서 달라진 점이 있다. 뇌 용량의 한계 탓인지 잊고 사는 것들이 생겨났다. 일단 책을 잊었다. 있는 돈 없는 돈 끌어모아 책을 사들이던 시절이 있었다. 그만큼 책을 붙들고 있는 시간도 길었다.

직장생활 초반엔 월급 받으면 책부터 질렀다. 내 인터넷서점 보관함엔 아직 지르지 못한 책이 수천권은 쌓여있을 정도. 지금은 다르다. 글쓰는 직업이다보니 문자에 질려버린 걸까. 퇴근하고선 왠지 책에 손이 안 간다. 책보단 페이스북을 훑는다. 책 사는 데 쓰는 돈도 줄었다. 분명 깨달은 게 있다. 책 덜 읽어도 큰일은 안 나더라.

잊은 것 또 하나는 영화다. 보고 싶은 리스트 잔뜩 뽑아 하나하나 클리어해가던 재미를 잊었다. 오늘은 에일리언 시리즈를 몰아보자. 내일은 소노 시온 감독 영화 몇편을 보고. 모레엔 좀비물 명작들 볼까나. 이런 식이었던 그 시절 그 재미를 잊었다. 가끔 극장 가서 개봉한 신작이나 본다.

▲ 젠빔 E1 상세 이미지. 사진=이코노믹리뷰 조재성 기자

 

연휴를 위해 프라이빗 영화관을 준비했다

직장인들 모두가 기다렸다는 5월 연휴. 난 왜 뒤늦게야 그 존재를 알게 됐을까. 남들 여행 간다길래 남은 항공권이라도 있나 찾아봤다. 있긴 있었다. 값이 평소의 3배쯤은 된다는 게 함정. 나 그 돈을 지불할 만큼 무모한 사람 아니다.

연휴에 뭐라도 해야 하지 않나. 이런 강박관념에 사로잡혔다. 안 그러면 손해보는 느낌. 그러다 좋은 생각이 났다. ‘잊었던 것들 불러들이면 되겠구나.’ 책보단 영화가 떠올랐다. 극장엔 사람 바글바글할 테니 집에서 홀로 영화나 실컷 보는 건 어떨까.

난 뭔가를 새로 시작할 때 장비부터 갖춰야 직성이 풀리는 사람이다. 집에서 영화보겠다고 60인치 초대형 UHD TV라도 산 건 아니다. 집에서 쓰기에 부담없는 작은 빔프로젝터 하나를 데려왔다. 이 정도면 좋은 생각이 1+1 아닌지.

작은 집이지만 한쪽 벽면을 영화로 가득 채울 생각을 하니 들뜰 수밖에 없었다. 청담에 있는 C로 시작하는 영화관엘 가면 침대에 누워 영화를 보는 상영관이 있다. 내집 침대에서 누워 좋아하는 영화를 보면 어디 그게 부럽기나 하겠나.

그렇게 연휴가 됐다. 내집 작은 극장에서 밀린 영화도 보고 예능도 보고. 성공적. 그때 어두운 작은 방엔 잊고 살던 것들이 돌아왔다. 밤을 잊었다. 10년 만에 만난 친구가 전혀 낯설지 않은, 그런 느낌이었다.

▲ 벽면에 젠빔으로 화면을 띄운 모습. 참고로 화면 아래 TV 크기는 40인치다. 사진=이코노믹리뷰 조재성 기자

 

"특급 조연을 소개합니다"

젠빔(ZenBeam) E1이 이번 연휴 특급 조연이었다. 포켓 빔프로젝터 이름이다. 제품을 고를 때 몇몇 브랜드가 있어 고민했다. 쇼핑몰에서 제품소개 보면 다 자기 제품이 최고라 하니까 헷갈리기만 했다. 젠빔이란 제품에 눈이 갔지만 장바구니에 담기엔 망설여졌다. 인터넷에 유저 리뷰가 거의 없었으니.

자꾸 생각이 났다. 남들 안 듣는 노래만 골라 듣는 심리와 비슷하달까. 누군간 아직도 ‘아수스’라 부르는 에이수스(ASUS) 제품이라 더 친근했다. 내 노트북이 에이수스 젠북이어서 그럴 거다. 젠북과 젠빔. 이름마저 비슷하다. 운명이다.

▲ 젠빔 E1. 출처=에이수스
▲ 젠빔 E1 박스. 사진=이코노믹리뷰 조재성 기자

젠빔은 한손에 쥘 수 있는 크기다. 무게는 스마트폰 2개랑 비슷하다. 외투 주머니에 넣어 다녀도 부담없다. 첫인상이 깔끔했다. 젠북과는 딱 먼 친척 정도로만 닮았다. 박스에 붙은 레드닷 디자인 어워드 로고가 보였다. 샤오미 보조배터리가 떠오르기도 하고. 아, 실제로 보조배터리로도 사용할 수 있다. 가죽 케이스도 기본으로 준다. 유용할 것 같다.

어두워지길 기다렸다. 프로젝터는 아무래도 어둠속에서 진가를 발휘할 테니. 주섬주섬 케이블을 풀어 노트북과 연결해 나만의 극장을 꾸몄다. 설치가 어렵지 않았다. IT 기자이지만 어딘지 기계치스러운 나인데도. 회의실 프로젝터가 말썽 일으키는 걸 무수히 봐온 탓인지 젠빔이 모범생으로 보였다.

많은 프로젝터가 예열과 냉각을 핑계로 길게는 1분까지 사용자를 기다리게 만든다. 젠빔은 5초 안에 이 문제를 해결했다. 무엇보다 놀라웠던 건 왜곡보정 기능이다. 벽면을 바라보고 비스듬하게 빔을 쐈는데 화면이 사다리꼴이 아니었다. 젠빔이 알아서 화면 왜곡을 보정해주기 때문이다. 수동으로 조정하느라 낑낑댈 필요가 없다.

벽면과 거리를 2~3m 띄워 설치하니 어림잡아 80인치 크기 화면이 나왔다. 스펙상으론 3.7m를 확보하면 120인치까지 화면을 키울 수 있다고 한다. 작은 내집에선 필요없는 오버스펙이다. 2m를 띄우면 65인치 화면이 된다. 최대 밝기가 150안시이니 낮에도 그럭저럭 화면을 볼 수 있는 정도다. 코드를 연결하지 않아도 6000mAh 배터리 덕에 5시간은 버틴다. 영화 2편을 볼 수 있는 시간이다.

▲ 낮에도 볼 수 있을 만큼 화면이 밝다. 출처=에이수스
▲ 젠빔 E1 가죽 케이스. 사진=이코노믹리뷰 조재성 기자
▲ 젠빔 E1을 손에 쥔 모습. 사진=이코노믹리뷰 조재성 기자

 

오늘은 극장, 내일은 게임방

젠빔으로 꼭 영화만 볼 필요는 없다. 노트북, 스마트폰, 셋탑박스, 콘솔게임기 등과 연결을 지원해 다양하게 활용할 수 있다. 마치 마인드맵을 그리는 것처럼 젠빔으로 해보고 싶은 것들이 하나하나 떠오르기 시작했다.

집에 있는 플레이스테이션3와 연결해서 게임하기. 셋탑박스와 연결해 드라마 몰아보기. 내집 말고 네집도 영화관으로 만들어주기. 아웃도어에서 영화보기. 회사에 들고 다니면서 발표용으로 활용하기. 나보다 젠빔 제대로 활용할 유저는 얼마든 있을 거다.

뜻밖의 연휴에 여행 못간 게 아쉽긴 하다. 생각해보니 여행을 제대로 갔다왔다. 영화가 곧 여행이니까. 다른 장소는 물론 다른 시대로 떠나는 여행. 그때 젠빔은 타임머신이었다. 젠빔 덕에 잊고 살았던 것이 당분간은 곁에 머물 듯하다. 오늘도 난 퇴근하고 나만의 프라이빗 극장으로 갈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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