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변상, 120×170㎝ 화선지에 수간채색, 1975

 

졸업 후 동기들 세 명이 그림 작업을 하고자 인사동에 화실을 얻고 국전에 응모하자는 의견들이 있어 작업을 시작하였다. 졸업하자마자 자격이 주어지는 출품권이었다. 저녁에 혼자 작품이 잘 안 풀려 음악을 크게 틀어놓고 흥이 나서 춤을 격정적으로 추고 나니 무언가 가슴 깊은 곳에서부터 그림을 그리고 싶은 충동이 일어 두 작품을 미친 듯 그려보았다.

그 중 내가 보아도 아주 기막히게 나온 작품이 있었는데 그 다음에 더 잘 다듬고 싶은 욕심에 손질을 하니 전체 기(氣) 흐름이 끊겨 결국 작품을 망쳐놓았다. 위 작품은 화실 친구들이 모두 좋다고 격려해주어서 더 이상 손을 안댄 상태에서 출품해보았다. 당시 국전(國展,대한민국미술전람회)은 지금보다 입선하기 까다로웠고 어려울 때였는데 입선에 뽑혀 너무 행복했다.

 

▲ 설화, 120×168㎝ 화선지에 수간채색, 1976

 

그 다음해엔 계속 다듬고 또 정성을 들여 손을 보아 첫 번 해 작품과는 분위기가 다르게 차분한 작품을 내게 되었다. 이 역시 입선이 되어 작품에 대한 열정이 생기고 자신감도 회복되기 시작했다. 그런데 학교에선 잦은 데모로 휴교를 자주하는 바람에 2년도 안 되는 학창시절을 보냈다.

자연히 기초부터 배워야할 시기를 놓쳤고 그나마 어머니를 여의고 마음을 못 잡아 방황하는 사이 졸업을 하게 되었다. 그런데 국전에서 입선을 연이어하다보니 주위에서 실력이 있는지 아시고 동양화를 가르쳐달라는 요청이 들어왔다. 당시 산수화는 물론 사군자 하나 제대로 칠 수 없는 실력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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