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세먼지가 기승을 부리고 있다. 눈에 보이지 않는 아주 작은 물질이 대기 중에 떠다니거나 흩날리는 직경 10㎛ 이하의 입자상 물질을 의미하는 미세먼지는 봄나들이의 장애물을 넘어, 이제 건강에도 심각한 영향을 미치는 괴물이 되는 분위기다.

원인을 두고는 의견이 분분하다. 우선 중국에서 시작된 스모그 등이 한반도로 넘어왔다는 주장이다. 중국의 급속한 공업화 과정에서 발생한 오염물질이 서해를 넘어 한반도로 유입된다는 설명이다.

지난 4월 최열 환경재단 대표 등 7명이 한국과 중국을 대상으로 미세먼지와 관련된 손해배상을 청구하며 "중국이 오염물질을 제대로 관리하지 못했다"는 주장을 펼친 배경이 바로 여기에 있다. 다만 국내 공업시설에서 발생한다는 반론도 만만치 않으며, 최근에는 중국과 국내 모두 미세먼지를 발생시키고 있다는 말이 나오고 있다.

비슷한 재앙을 불러오는 황사의 경우 일반적인 지표현상이라는 점에서 미세먼지와 다르다. 실제로 미세먼지가 근대화 이후 공업 오염물질에서 비롯되었다면 황사는 자연현상으로 봐야 한다. 자연현상이기 때문에 역사도 길다. 황사에 대한 기록은 삼국사기에 나올 정도다. 고려사에도 사우(砂雨) 등의 표현으로 황사의 존재가 알려져 있으며 조선왕조실록에도 황사의 발생에 대한 기록이 나올 정도다.

▲ 미세먼지. 출처=위키디피아

미세먼지, 바꾸다
미세먼지. 이 재앙 덩어리가 본격적으로 알려진 것은 2013년 말부터다. 실제로 네이버 데이터랩의 검색어 트렌드 조회를 보면 2013년 12월부터 미세먼지 검색어량이 조금씩 감지되었으며 이는 매년 봄철에 점점 올라갔다. 그 빈도는 갈수록 높아져 2016년 5월23일 최고치를 찍었으며 2017년 상반기부터 다시 검색량이 늘어나고 있다.

▲ 미세먼지 네이버 검색량. 출처=네이버 데이터랩

미세먼지가 기승을 부리며 우리의 삶도 바꾸고 있다. 먼저 정치적 분야다. 조기대선을 앞둔 상태에서 각장의 유력주자들은 일제히 미세먼지 공약을 1순위로 내놓고 있다. 지금까지의 대선에서는 볼 수 없었던 광경이다.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후보는 국내의 석탄화력발전소와 경유차를 줄이겠다는 공약과 집권 시 중국과의 전면적 협상을 내걸었으며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는 UN 공론화 및 석탄발전소 규제 강화와 더불어 LPG 차량 규제를 완화한다는 방침을 내놨다. 홍준표 자유한국당 후보는 친환경자동차 도입을, 유승민 바른정당 후보는 미세먼지를 법적 국가재난에 포함시키는 방향을, 심상정 정의당 후보는 미세먼지 관련 세금을 도입하겠다고 밝혔다.

미세먼지와 봄날이라는 시기적 특수성이 맞물리며 경제적 관점의 부정적 변화도 엿보인다. 당장 5월 노동자의 날, 어린이날, 부처님오신날로 이어지는 황금연휴의 마지막 시즌에 덮친 미세먼지 공습으로 전국의 유통가는 시름에 빠지기도 했다.

많은 사람들이 황금연휴를 즐기기 위해 야외로 나와 소비를 해야 하지만, 미세먼지의 여파로 사람들이 도통 밖으로 나오지 않았기 때문이다. 유통 관계자는 "이번 미세먼지로 주요 유통가의 4월 매출에 부정적인 영향이 있었을 것"이라며 "메르스 사태 당시 끔찍한 소비위축현상을 겪었던 유통가 입장에서는 심각하게 고민할 일"이라고 전하기도 했다.

안 그래도 어려운 아웃도어 사업은 더욱 시름이 깊다. 특히 봄날이 오면 각광을 받던 자전거의 경우 미세먼지의 공습에 제대로 일격을 당한 분위기다. 중국에서 부상하고 있는 공유 자전거 업체인 모바이크와 오포가 국내에 진출한다고 해도 미세먼지 때문에 크게 성공하지 못할 것이라는 말까지 나온다.

다만 미세먼지로 키즈카페 등은 호황이다. 이유가 무엇일까. 아이들이 있는 가정의 경우 집을 나가 활동하는 것이 좋으며, 이런 상황에서 공기청정 솔루션이 잘 갖춰진 키즈카페 등은 좋은 선택지이기 때문이다.

실제로 서울 화곡동에 있는 키즈카페는 평소 사람이 많이 붐비지 않는 곳이지만, 황금연휴에는 엄청나게 많은 손님이 몰려 함박웃음을 머금기도 했다. 키즈카페 관계자는 "겨울방학이 지나고 손님이 뜸하나 싶었는데 봄날이 오고 미세먼지가 기승을 부리자 아이들의 성화를 이기지 못한 어른들이 나들이를 계획하고, 그 과정에서 아이들을 위한 공기청정 솔루션이 구비된 키즈카페를 많이 찾는 것 같다"며 "평소보다 손님이 70% 늘었다"고 말하기도 했다.

미세먼지는 1인 가구 라이프스타일의 촉매제가 되기도 한다. 혼술족, 혼밥족의 경우 원래 사람들이 붐비는 곳을 피해 자신만의 시간을 가지려는 사람들을 의미하며 이들은 건강에 대한 관심도 높은 것으로 알려졌다. 서울 성신연대 근처에서 혼술족을 자처하며 살고있는 최정호 씨는 "혼술족, 혼밥족의 경우 기본적으로 개인의 가치에 집중하며 높은 삶의 질을 추구하기 마련"이라며 "나를 위한 작은 사치를 부리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미세먼지에 대비하기 위한 전용 마스크팩 등을 많이 찾는 편"이라고 말했다. 이러한 흐름은 유통의 관점에서 의미심장하다.

식품업계도 마찬가지다. 미세먼지에 효능이 좋은 식품이 잘 팔리는가 하면, 미세먼지를 잡아준다는 소위 미세먼지 전용 식물들은 지금도 불티나게 팔리고 있다.

▲ 키즈카페. 출처=베모

전자-ICT도 빠르게 움직인다
미세먼지가 기승을 부리며 기술로 세상을 바꾸려는 시도도 많아지고 있다. 대표적인 수혜주가 공기청정기 사업이다. 실제로 업계에 따르면 최근 공기청정기 제품의 경우 평소보다 30% 가량 매출이 올랐다는 후문이다. 미세먼지의 경우 외부도 문제지만 내부의 오염도 심각하기 때문에 공기청정기는 좋은 대안이 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중국의 샤오미는 아예 미세먼지 대비 전용 마스크도 출시했다. HEPA 필터를 이용해 먼지와 알러지를 유발하는 먼지를 95% 이상 잡아준다는 설명이다. 실리콘 소재를 사용해 인체에 무해하며 6살 이상 아이들이 잘 사용할 수 있도록 만들었다.

▲ 샤오미 마스크. 출처=샤오미

신축 아파트 단지에 미세먼지 방지 대책을 전제로 설계하는 사례도 늘어나고 있다. 단지 곳곳에 미세먼지를 측정할 수 있는 센서를 장착하는 한편, 자동으로 환기까지 지원하는 시스템을 완비하는 사례가 대표적이다. 이는 스마트홈의 초연결 인프라를 상황에 맞게 응용한 것으로 보인다.

현재 스마트홈 기술은 기기의 생태계를 확장 및 연결해 총체적 플랫폼 역할을 수행하는 쪽으로 가닥을 잡았으며, 이를 바탕으로 전력을 운용하거나 온도를 제어하는 쪽으로 나아가고 있다. 여기에 미세먼지에 대비하는 사물인터넷 플랫폼이 덧대어지는 지점이 흥미롭다.

미세먼지 공포를 막아내기 위해서는 내부 청소도 중요하다. 그런 이유로 물걸레 청소기에 대한 관심도 높아지는 분위기다. 오토비스의 경우 이러한 강점을 마케팅에 잘 살리는 분위기다. 최근 무선물걸레청소기까지 런칭하며 나름의 존재감을 보여주기도 했다.

네이버는 미세먼지를 디테일하게 측정할 수 있는 ICT 솔루션을 런칭하기도 했다. 모바일 네이버 검색을 통해 대기 흐름에 따른 미세먼지 및 초미세먼지의 변화를 시각적으로 제공하는 예측 기능을 강화한다고 밝혔다. 예측 범위도 국내를 넘어 중국과 일본까지 확대한다. 미세먼지에대한 사회적 관심이 높아짐에 따라, 사용자들이 국내뿐 아니라 중국 및 일본 지역의 초미세먼지 흐름까지도영상으로 쉽게 파악할 수 있도록 ‘날씨 영상’ 정보도 강화한다는 설명이다.

▲ 미세먼지 영상. 출처=네이버

사실 전자 및 ICT 업계의 경우 미세먼지가 꼭 부정적인 이슈만은 아니다. 온 사회가 해결해야할, '도전해 볼 만한 숙제'를 기술로 해결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있기 때문이다. 특히 초연결 인프라를 바탕으로 구비되는 스마트홈 서비스의 경우 미세먼지 문제를 해결하는데 상당한 인사이트를 제공할 수 있는 여지가 있다. 이와 관련된 다양한 솔루션에 시선이 집중되는 이유다. 귀추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