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롤로그>

교미(交尾)와 성교(性交)는 ‘성(性) 행위’라는 것에 공통점이 있다. 하지만 ‘교미’와 ‘성교’는 엄연히 다르다.

동물의 섹스는 종족 번식에 가깝다. 대부분의 동물은 일정한 시기에 교미를 하는데, 주로 암컷이 임신을 할 수 있는 상태, 즉 배란기에 이뤄진다. 암컷은 수컷의 접근을 받아들이는 시기, ‘번식기(繁殖期)’에 호르몬 냄새, 행동 등의 신호로 수컷을 유혹한다. 수컷은 그 신호에 이끌려 교미를 하게 된다.

▲ 출처=이미지투데이

반면 인간은 정해진 기간에 구애없이 섹스한다. 배란기가 아니어도, 인종이 달라도, 성별이 같아도 우리는 성 행위를 언제 어디서든 할 수 있다. 정자와 난자의 결합을 위해 서로의 생식기를 접합하는 것은 동물의 ‘교미’와 다를 것 없지만, 우리는 육체적·정신적 성감을 통한 사정이 필요하다.

인간의 ‘본능’은 ‘감정’이다. 한쪽의 일방적인 신호에 의해서 로봇처럼 성행위에 가담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성적 욕구에 의해 움직인다. 인간의 섹스가 남자 또는 여자의 일방적·지배적 행위로 진행됐을 때 ‘발정난 동물’이라는 비난과 함께 도덕적·윤리적 문제가 대두되는 것 또한 이 때문일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나라에서 ‘성’은 여전히 부끄러운 대상이다. 성적 쾌락은 인간이라면 누구나 누릴 수 있는, 누리고 싶은 본능이다. 인간의 3대 욕구가 식욕과 수면욕, 그리고 성욕이라는 말도 괜히 나온 게 아니다. 우리가 조금 더 솔직하게 성에 대해 담론하고 탐구해야 하는 이유는 우리의 본능을 좀더 건강하게 희락을 고조시켜야 하기 때문이다. 본능이라지만 성교 시 주의해야할 점은 분명히 있다. 성교에는 성적 쾌락이 동반되기 때문이다. 마음이 맞는다고 해서 성감이 일치되는 것은 아니며, 쾌락을 위한 행위들로 병이 전염될 수도 있다.

이에 <이코노믹 리뷰>는 우리가 왜, 그리고 어떻게 섹스를 해야 하는지 조금 더 정확하고, 조금 더 솔직하게 풀어보고자 한다. 정신적 사랑을 칭하는 ‘플라토닉(platonic)’을 문패로 달아 놓은 이유는 정신적·육체적으로 건강한 섹스를 통해 부부 간, 연인간 사랑하는 마음의 볼륨을 키우고자 함이다. ‘플라토닉’이 그들의 사랑지수를 높여줄 자극제가 되길 기대한다.

<섹스가 인체에 미치는 영향>

주기적인 성관계는 연인 간 관계를 돈독히 하는 것 외에도 인체에 많은 영향을 미친다. 섹스가 다이어트에 좋다는 사실은 공공연하게 알려져 있다. 그런데 이 외에도 심장 질환, 요실금 등 여러 질병을 예방하는데 좋은 운동이 될 수 있다는 여러 연구들이 발표됐다. 건강한 성생활이 우리에게 어떤 영향을 끼치는지 알아보자. 

▲ 주기적인 섹스가 인체에 좋은 영향을 미친다는 연구결과들이 계속해서 나오고 있다. 연구에 따르면 섹스는 불안감 및 스트레스 해소에 도움이 되며, 심장질환, 전립선암, 요실금을 예방하는데도 좋다. 출처=이미지투데이

스트레스 감소
스코틀랜드에서 진행된 연구에 따르면 섹스가 불안을 해소하는데 도움을 주고, 스트레스 호르몬을 낮추며, 최소한 일주일 간 정신적인 압박에 대처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연구를 진행했던 연구팀은 24명의 남성에게 대중 속에서 연설을 하게 하거나 어려운 수학 문제를 풀게 하는 식으로 스트레스 상황을 주었다. 그 결과 정기적으로 성관계를 가진 사람들은 그렇지 않은 그룹에 비해 스트레스 정도가 현저히 낮았다. 또 대중 속에서 연설을 마친 후 더 빨리 혈압이 정상으로 회복됐다.

혈압 낮춰주고 심장질환 사망률 절반으로 ‘뚝’

영국의 페이즐리 대학교 연구팀은 육체적 섹스와 혈압간 상관관계가 있다고 봤다. 2주 동안 24명의 여성과 22명의 남성을 대상으로 연구를 진행한 결과, 육체적 섹스를 한 그룹이 자위 행위 또는 전혀 성행위를 하지 않는 그룹에 비해 수축기압(혈압을 측정할 때 가장 먼저 보는 수치)이 낮았다.

또 정기적인 섹스는 심장도 건강하게 하는 것으로 밝혀졌다. 섹스를 하면 에스트로겐과 테스토스테론 수치를 균형있게 유지할 수 있는데, 두 수치가 균형을 이루지 않으면 심장질환이나 골다공증이 올 수 있기 때문이다.

미국에서 진행된 한 연구에 따르면 1주에 최소 2회 이상 섹스를 하는 남성은 그렇지 않은 사람에 비해 심장질환으로 사망할 확률이 절반가량 낮았다.

단 섹스가 순환기 계통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기 위해서는 적어도 20분 이상, 땀을 흘릴 정도의 운동량이 필요하다는 것이 연구팀의 설명이다.

주 1~2회 성행위로 감기 등 감염질환 예방

미국 펜실베니아주 윌크스 대학 심리학 교수 프랜시스 브래넌박사와 칼 차네츠키 박사의 연구 보고서에 따르면, 일주일에 1~2회 섹스를 하는 것이 면역 기능 강화에 도움이 된다고 한다.

대학생 112명을 대상으로 그들의 섹스 횟수와 침 샘플을 분석해본 결과, 정기적으로 섹스를 하는 그룹에서 감기 등의 호흡기 질환, 감염질환을 막아주는 면역물질 분비가 왕성했다. 하지만 섹스 횟수가 평균 1주일에 1회 미만이거나 3회 이상일 때는 면역력에 아무런 영향을 미치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오르가즘 등을 통해 만족감과 편안함을 느끼면, 도파민이나 세로토닌 같은 뇌의 신경전달물질이 늘어나 체내 면역력이 높아진다.

분당 5㎉, 오르가즘 시 최대 400㎉ 연소

섹스는 몸 안에 남아도는 잉여에너지를 연소시킨다. 섹스를 하면 분당 5㎉가 소모된다. 심장 박동은 빨라지고 다양한 근육을 사용하게 된다. 오르가즘에 도달할 때까지 소비되는 칼로리는 200~400㎉라고 알려져 있으며, 이는 200m를 전력 질주했을 때 소비되는 칼로리와 같다.

한 전문가는 “다른 운동과 마찬가지로 꾸준하게 해야 효과가 극대화 된다”며 정기적 섹스를 권유했다.

▲ 출처=이미지투데이

주 7회 이상 사정, 전립선암 발병률 낮춰

사정을 하면 전립선암 빈도를 떨어뜨린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호주 멜버른 빅토리아 암 협회 그리이엄 지레스 박사 그룹은 70세 이하의 전립선암 환자 1079명과 1259명의 건강한 남성에게 성생활에 대한 자세한 설문조사를 실시했는데, 그 결과 20-50대 남성 가운데 더 많이 사정하는 남성일수록 나이가 들어감에 따라 전립선암 발병 가능성이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20대에선 일주일에 평균 7회 이상의 사정을 한 남성은 같은 나이 대에 주 3회 미만의 사정을 한 남성보다 전립선암 발병 가능성이 3분의 1이나 낮았다.  

3만1000명 이상의 남성을 대상으로 한 미국의 연구에서도 20대와 40대 경우 사정을 한 달에 21번하는 사람이 사정을 한 달에 4-7회하는 사람보다 전립선 암 발병 가능성이 20% 낮았다.

요실금 등 자궁질환 예방

여성의 경우 섹스를 하면 질 내부의 혈액순환이 원활해지고 질의 탄성이 증진된다. 섹스의 쾌감을 높이기 위해 골반 근육을 수축하면 섹스를 즐겁게 만들 수 있을 뿐만 아니라 근육도 강화시켜 요실금을 완화 또는 예방할 수 있다. 노화로 인해 늘어진 골반근육을 강화시켜 여성의 요실금을 치료하기 위해 도입된 ‘케겔 운동’과 같은 이치이다. 

여성의 자궁질환도 예방한다. 가톨릭대 강남성모병원 산부인과팀은 규칙적인 성관계가 자궁을 건강하게 한다는 연구결과를 밝히며 폐경 후에도 정기적인 성관계를 가져야 한다고 조언한 바 있다. 그러지 않으면 질 내부 조직과 근육이 약해져 세균에 취약해질 수 있다는 것.
 
오르가즘 느끼면 고통 견디는 호르몬 분비

미국 럿거스 주립대학교 배리 코미사룩 교수는 “오르가슴이 통증을 차단해준다”고 말했다. 오르가즘을 느끼면 고통을 견디도록 돕는 호르몬이 분비된다는 것이다. 섹스 시 분비되는 엔도르핀은 행복감을 증진시키고, 아픔이나 고통, 통증을 줄여주는 역할을 한다. 

또 절정에 이르지 않더라도 자극을 통해 이를 얻을 수 있다고도 한다. 코미사룩 교수에 따르면 음부를 자극해 생리시기의 경련, 관절염, 심지어 두통도 누그러뜨릴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