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 도급순위 기준 53위 업체인 삼부토건에 대한 회생법원의 M&A매각 공고에 삼부토건 노조까지 인수전에 가세할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국내 토목공사 면허 1호 업체로 오랜 전통을 지닌 이 회사의 인수를 놓고 신일유토빌, SM그룹과 삼부토건 노조 등 3파전이 전개될지 주목된다.

7일 기업구조조정 관련업계에 따르면 삼부토건은 1년 전과 비교해 중요자산이 매각돼 몸집이 크게 줄어든 상태다. 

삼부토건이 지분을 가지고 있던 삼부건설공업과 벨레상스호텔(전 르네상스호텔)을 각각 800억원, 7000억원에 판 것. 중요자산을 팔아서 빚을 갚은 만큼 빚도 줄었다.

회생절차에서 조정된 부채액은 회생절차 인가일인 작년 2월 26일기준 담보권 채무가 241억원(회생 전 560억원)이고, 일반 채무는 7712억원(회생전 5조 6128억원)이다.

이처럼 중요자산 매각으로 회사 자산과 채무가 줄어들자 상대적으로 M&A에 대한 관심은  높아졌다.

먼저 관심을 보인 쪽은 신일유토빌이다. 신일유토빌은 작년에도 동아건설을 인수하려다 SM그룹에 밀려 뜻을 이루지 못했다.

신일유토빌은 지난달 19일 회생법원에 삼부토건에 대한 인수의향서를 제출했다. 법원이 삼부토건에 대한 매각 공고를 내기 하루 전날의 일이다. 관리종목인 삼부토건은 이때문에 주가가 30%급등하기도 했다. 

삼부토건 관계자는 이에 대해 "공식적인 인수의향서 제출기간 이전에 제출한 것이어서 정식적인 인수의향서라고 보기 어렵다"면서 "다만 신일유토빌이 강력한 인수 의지를 표현한 것이라 할 수 있다"고 평가했다. 

한편 법정관리 M&A에 적극 참여해온 SM그룹도 이번 인수전에 관심을 보이는 것으로 알려졌다. SM그룹은 2010년 우방, 2011년 신창건설을 인수하고 작년에 태길 종합건설, 성우 종합건설, 동아 건설산업 등 3곳을 잇따라 인수하는 기염을 토했다. SM그룹은 삼부토건 인수를 통해 취약한 토목부분을 보완하겠다는 뜻을 비쳤다.

일부 언론에서 SM그룹의 참여 가능성을 보도했지만, SM그룹이 실제로 참여할 지는 미지수다. SM그룹 관계자는 "삼부토건 M&A와 관련해 내부에서 협의하고 있기는 하나, 확실히 정해진 것은 없다"고 말했다.

매수희망자 인수자금 `성격`에 따라 희비 엇갈릴 수도  

신일유토빌은 삼부토건 인수를 위해 중국 광채 그룹과 컨소시엄을 구성한 상태다. 신일유토빌은 광채 그룹이 재무적 투자자로서 참여하고 있다고 말했다. 광채 그룹은 시진핑 국가주석이 최대주주로 있는 중국 국영 금융투자회사라고 알려져 있다. 재무적 투자자는 단기적 투자이익을 목적으로 형성된 자금으로, 사모펀드가 대표적이다.

신일유토빌이 삼부토건 인수에 적극적인 이유는 해외 사업 확대로 보인다.

신일은 중국 광채그룹과 함께 리비아 재건사업을 준비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신일유토빌 관계자는 "30억달러(약 3조원) 상당의 리비아 재건 사업에 대해 알 후세인 총리로부터 발주확약서를 받았다"며"이 사업의 기초 토목공사를 위해 삼부토건의 기술과 인력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신일은 중국광채그룹의 투자자금을 삼부토건 인수자금으로 활용하겠다는 생각이다. 한때 신일유토빌과 광채그룹과의 투자계약이 사드문제로 인해 위태로와진 게 아니냐는 시선이 있었다. 그러나 홍건필 신일유토빌 회장과 런지에 광채그룹 회장이 두터운 신뢰를 보이며  투자계약의 의구심을 일축했다.

한편 삼부토건 인수 의사를 명확히 밝히지 않고 있는 SM그룹은 인수자금 조달이 여의치않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SM그룹 건설은 작년에 동아건설을 830억원에 인수한 것으로 알려졌다. 건설부분을 강화하려는 의도에도 불구하고 연이어 기업을 인수하기가 쉽지 않을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회생절차에서의 M&A는 일반 M&A와는 달리, 회생법원이 인수자의 자금조달 능력과 함께 인수자금의 성격까지 살핀다. 투기 자금이 들어올 경우 자칫 다시 법정관리로 들어오는 일이 생기는 것을 경계하기 때문이다. 

신일유토빌이 중국 광채그룹의 재무적 투자자금을 인수자금으로 활용하겠다고 한데 대해  삼부토건 관계자는 강한 의구심을 드러냈다. 

이 관계자는 "재무적 투자자금이라면 인수 후 단기적으로 투자자금을 회수하는데 열을 올릴 것"이라며 우려를 표명했다.

물론 SM그룹에 대한 의구심도 마찬가지다. SM그룹이 인수자금이 여유롭지 않은 상황에서 혹시라도 계열사의 돈으로 삼부토건를 인수한다면, 인수후 삼부의 현금자산을 계열사로 빼갈 것이 예상된다는 것이다.

이 관계자는 "어느 누구든 인수하려는 회사의 인수자금 성격을 면밀하게 규명하도록 회생법원에 요청할 계획"이라며 "입찰후보 기업이 과도한 차입으로 인수자금을 마련하거나 투기자본으로 의심할만하다면 삼부토건은 법원에 후보기업의 탈락을 요청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인수전 `다크호스`는 삼부토건 노조

구조조정 업계에서는 삼부토건의 노조가 강성으로 분류되고 있어,  인수하려는 회사가 이 점을 가볍게 볼 수 없다고 분석하고 있다.

신일유토빌이 인수의향서를 제출하면서 삼부토건의 주가가 과열 양상을 띄자, 삼부토건 노조는 곧바로 이를 경계하는 성명서를 발표하기도 했다.

삼부토건 노조는 성명서를 통해 시장 교란 세력과 투기 자본 세력을 지칭, "기업을 본인의 사유물로 생각하는 반사회적 인수자세력, 그리고 황당한 계획으로 주식시장ㆍ법원ㆍ삼부임직원을 현혹시키는 반윤리적 세력에 대해 철저히 배제하고 법에 따라 응징하겠다”라고 밝혔다.

일부 언론은 삼부토건 노조의 이 같은 성명이 인수 의향을 밝힌 신일유토빌을 겨냥한 것이라고 전했다. 그러나 김영석 삼부토건 노조 사무국장은 “노조의 입장은 신일을 두고 한 것은 아니며 투기세력 모두를 향한 경고”라며“특정 기업에 대한 경고보다 인수전을 앞두고 주식시장에서 소액투자자를 보호하기 위한 것이 더 크다”라고 말했다.

다만 김 사무국장은 “신일유토빌의 인수자금이 중국광채그룹의 재무적 투자금이라고 밝힌 만큼 단기적으로 회수할 목적이라면 이를 저지하겠다”라며“신일유토빌이 삼부를 인수하고도 수년 동안 투자금 회수를 유보하는 등 특단의 대책이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신일유토빌 관계자는 “인수자금이 중국자본이라는 것에 대한 부정적 시각을 감안해 현재 국내의 재무적 투자자들과 접촉 중에 있으며 일부는 실제 참여 의사를 밝힌 투자자도 있다”라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대부분 주주들이 신일유토빌 홈페이지에서 모든 정보를 얻어 간다. 그 어떤 속임수도 있을 수 없다”며“신일이 작년 동아건설 인수전 때 페이퍼 컴퍼니라고 모함을 당했는데, 지금은 유상증자도 했고 광채그룹과의 컨소시엄도 탄탄할 뿐만 아니라 리비아 공사에 대한 3조원상당의 수주계획도 있어 인수에 유리한 입장”이라고 말했다.

신일은 삼부토건을 인수한 후 리비아 공사를 통해 광채그룹의 투자금을 상환하고 향후 삼부토건을 안정적으로 경영한다는 계획이다.

삼부토건 노조는 그러나 “리비아와의 공사 약속은 MOU수준으로 알고 있다”라며 “불안한 리비아 정치상황을 감안하면 MOU 정도는 충분히 파기될 수 있다”고 의구심을 놓지 않았다.

SM그룹은 작년 삼부토건 인수전에서 예비입찰에 인수의향서를 제출하고 실사를 마쳤으나 본 입찰을 포기했었다. 당시 SM그룹이 본 입찰을 포기한 것을 두고 인수 후 SM그룹이 구조조정 단계에서 삼부토건의 강성노조를 설득할 자신이 없었다는 분석이 있었다.

김 사무국장은 SM그룹에 대해 “SM그룹이 토목 전문 회사가 없다는 점 때문에 삼부토건이 필요한 점은 타당한 측면이 있지만, 지금 SM그룹의 건설부분만으로도 토목분야를 감당하기 충분하다”며“삼부토건인수에 다른 의도가 있는 것은 아닌지 의심된다”고 말했다.

삼부토건 임직원이 회사 인수할 수도

삼부토건 노조가 강성이라는 것과 별개로 삼부토건의 임직원들 입장에서 회사 주인이 누가 되느냐는 매우 중요한 문제다.

통상 M&A후 인수된 기업은 구조조정으로 감원되는 일들이 비일비재하다. 때문에 노조원들은 장래 자신과 가족의 생계가 달린 문제로 인식한다. 

삼부토건의 인수전에서 중요한 것은 인수자가 인수이후에 안정적인 고용 승계와 삼부의 자본 충실을 저해하지 않겠다는 신뢰를 보여주는 일이다.

삼부토건은 벨레랑스 호텔를 매각하고 난후 약 1000억원의 시재가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종래 이 돈은 호텔 매각에 따른 양도세를 위해 준비한 돈이었으나, 적자기업의 경우 양도세가 면제될 수 있어 삼부토건이 이 돈을 그대로 자산으로 편입시킬 가능성이 있다고 업계전문가들은 예상한다.

삼부토건 노조는 인수하려는 기업이 인수자금을 급조한 후 삼부토건의 현금재원 1000억원을 빼내어 차입금을 상환하는 방식의 M&A를 경계한다.

김 사무국장은 “법적 절차를 지키고 신뢰를 보여준다면, 삼부 노조는 인수기업이 신일이든 SM그룹이든 개의치 않는다”며“그렇지 않고 주가조작을 위해 시장에서 풍문을 돌리거나 언론 작업을 하는 일은 강경 대처하겠다”고 강조했다.

최근 삼부토건 노조는 임직원을 상대로 종업원지주회사 형태로 기업을 인수하는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이에 지난달 28일 노조는 직원을 상대로 설명회를 갖고 향후 매각 절차를 설명하는 자리도 마련했었다. 

이 자리에서 노조가 기업인수에 적극 가담하는 것을 강조했고 구체적인 방안도 제시됐다.

우선, 기업 인수에 필요한 재원과 관련해 컨소시엄을 구성하되 전략적 투자자가 1대 주주가 되고 종업원은 주요 주주로서 경영에 참여한다는 것이 한 방법이다.

또 다른 방법은 삼부토건 매각이 무산될 것을 대비해 종업원들이 일부 지분을 전략적 투자자로서 취득해 회생 절차를 종료하겠다는 것이다. 

이렇게 노조가 주식의 일정부분을 취득, 투기적 자본에 넘어가는 것을 막는 한편, 인수후 무리한 감원이나 기업재원의 유출을 차단하겠다는 의도다. 

삼부토건 노조  김 사무국장은 "종업원 지주제가 법정관리 기업의 역할을 충실하게 할 수 있는 대안이라 선호한다"며 "채권자들의 희생위에 존속한다면 그 기업은 사회적 역할과 함께 공익적 측면이 더욱 강조되어야 하며, 그래서 일자리를 창출하고 국가경제에 이바지하게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때문에 법정관리 기업을 자본논리에 빠져 이익창출 수단으로만 봐서는 안 된다는 주장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