혈액형별 성격, 혈액형별 궁합 등 우리나라에서는 유난히 혈액형에 대한 속설이 많다. 이같은 혈액형별 성격차이는 과학적 근거가 없는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 오히려 질병과는 관련이 있다는 연구결과가 나오고 있다.

▲ 출처=이미지투데이

O형 제외한 모든 혈액형, 심혈관질환 위험요인 높아
메디컬 뉴스 투데이(medical news today)는 네덜란드 흐로닝언 대학 메디컬센터의 테사 콜레(Tessa Kole) 연구원이 “혈액형 A형, B형 또는 AB형인 사람이 O형인 사람보다 심근경색을 포함한 심혈관질환 위험이 크다”는 연구결과를 발표했다고 2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콜레에 따르면 성인 남녀 총 136만2569명이 대상이 된 9편의 연구논문을 종합 분석한 결과 이 같은 사실이 확인됐다.

연구팀이 심혈관에 문제가 발생한 사람 2만3154명을 혈액형별로 분류한 결과, 심장을 박동시키는 심장 근육에 혈액을 공급하는 관상동맥에만 문제가 발생한 경우는 혈액형 A-B-AB형 그룹이 1.5%로 O형 그룹의 1.4%보다 높게 나타났다. 여기에는 심근경색이 포함됐다.

관상동맥의 문제와 함께 심부전, 부정맥, 심장판막 장애, 심근 기능장애 등 모든 형태의 심혈관 문제를 포함했을 경우에도 A-B-AB형 그룹이 2.5%로 O형 그룹의 2.3%보다 높았다.

콜레는 “이는 순수한 관상동맥 질환과 전체적인 심혈관질환 발생률이 A-B-AB형 그룹이 0형 그룹보다 9%씩 높다는 것은 의미한다”며 “A-B-AB형 혈액이 혈액 응고 단백질인 폰 빌레브란트 인자(von Willebrand factor)의 밀도가 0형 혈액보다 높기 때문일 것”이라고 추정했다.

폰 빌레브란트 인자는 혈전 유발과 연관이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는 또 “A-B-AB형, 그중에서도 특히 A형 혈액은 0형 혈액보다 콜레스테롤 수치가 높은 경향을 보인다”고 했다. 

이같은 결과에 대해 콜레는 “혈중 콜레스테롤 수치가 높은 고지혈증도 심혈관질환 위험요인이다”라며 “앞으로 심혈관질환 위험 평가에 혈압, 고지혈증, 성별, 연령에 혈액형을 추가해야 할 필요가 있음을 보여준다”고 했다.

콜레라에 약한 O형, 십이지장궤양 가능성도 높아
O형이 콜레라 등 감염병에 취약하다는 연구결과도 있다. 미국 워싱턴대 연구팀에 따르면, 콜레라 독성 때문에 O형의 장 세포 속 핵심 신호전달 분자(signaling molecule:SM) 농도가 올라가 설사를 유발한다고 한다.

O형은 십이지장궤양 가능성도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O형은 위산이 많이 분비되고 헬리코박터균에 잘 감염돼서 위궤양이나 십이지장궤양에 걸릴 가능성이 높다는 것. 일본 도쿄대학 의과학 연구팀에 따르면, O형의 십이지장궤양 발생 위험은 다른 혈액형의 1.4배에 이른다.

반면, O형이 잘 안걸리는 질병들도 있다. 영국 셰필드대 연구팀 분석 결과, O형은 뇌의 회백질이 많아서 인지기능 저하 속도를 늦출 수 있다고 한다. 또 미국 국립 암 연구소에 따르면 O형과 비교했을 때 췌장암이 A형은 1.32, AB형은 1.51, B형은 1.72배로 발병 위험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 펜실베이니아 대학 연구결과 O형이 심장마비에 걸릴 확률이 낮은 것으로 나타났는데, B형은 21% 더 높았다. 이는 심장발작 유발 유전자의 활동을 막는 효소가 있기 때문이라고 한다. 

A형, 위암·간암 발병 및 전립선암 재발 가능성 높아
A형은 신경성 위염·위암·대장암 등에 잘 걸리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위산이 적게 분비돼 비타민 B12의 흡수율이 떨어져, 위암이나 악성빈혈로 연결될 가능성이 크다.

또 국내 한 연구에 따르면 A형의 간암 발병 위험이 O형보다 45%나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A형 남성의 전립선암 재발 가능성이 O형보다 35% 높게 나타난 미국 버몬트대 연구결과도 있다.

반면 A형은 감기 등 유행성 질병에는 강한 편이며 혈액암에도 잘 걸리지 않는 것으로 알려졌다.

췌장암·당뇨에 취약한 B형
B형은 췌장암과 당뇨 등에 취약한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 국립암연구소 연구 결과 B형은 O형보다 췌장암 발병 위험이 72% 가량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프랑스 보건의학연구소 발표에 따르면 당뇨 발병 가능성도 가장 높은 것으로 나타났는데, O형보다 21% 높았다.

고혈압·치매 위험 높은 AB형
AB형은 혈액응고가 잘돼 고혈압, 뇌졸중 등의 위험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심장학회 논문에 따르면 AB형의 뇌졸중 발생 가능성이 O형에 비해 26%나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심장병이나 치매 또한 상대적으로 생기기 쉽다. 하버드대 연구에 따르면 심근경색과 협심증 발생 확률이 O형에 비해 20%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또 미국 버몬트대에 따르면 AB형이 노년기 기억상실이 올 가능성이 다른 혈액형에 비해 82%나 높다는 연구결과가 발표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