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량의 카페인을 섭취하면 건강에 좋지 않다는 것은 익히 알려진 사실이다. 고카페인은 불면과 부정맥을 불러올 수 있다. 에너지음료에도 이러한 카페인이 다량 함유된 것으로 알려졌는데 이밖에도 카페인과 상호작용을 불러올 수 있는 성분들도 들어가있다. 해외 전문가들은 에너지음료에 들어간 비카페인 성분들에 대한 연구가 더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사진=이미지투데이

많은 양의 카페인과 기타 다양한 성분들을 포함한 에너지음료, 우리 인체에 어떤 영향을 줄까. 카페인만 조심하면 되는 걸까, 카페인 외 여타 성분까지 경계해야 하는 걸까.

미국 CNN이 이에 대해 다수 전문가들의 답변을 인용해 지난 26일 보도했다.

에너지음료는 출시된 뒤 세계적으로 폭발적인 인기를 끌고 있다. 시장조사업체인 리서치앤마켓에 따르면 세계 에너지음료 시장은 2013년에 39억달러(약 4조3000억원)에서 2021년 61억달러(약 7조억원)에 달할 것으로 예측됐다.

한국에서는 에너지음료 매출은 ‘핫식스(롯데칠성음료)’가 1위, 2위는 ‘레드불(동서식품)’이 차지하고 있다. 에너지음료는 지난 2011년 국내에 등장한 뒤 1년 새 5배 가까운 폭발적인 성장을 보였다. 이후 고카페인이 건강에 미칠 영향에 대한 우려로 매출 감소세를 유지했으나 올해 1분기에는 또다시 늘었다. 편의점체인 씨유(CU)에 따르면 올해 1분기 핫식스와 레드불 등 에너지음료는 작년 동기 대비 22.1% 매출이 상승했다.

에너지음료 평균 카페인함량=청소년 일일섭취 제한량의 78%

대부분의 에너지음료에는 일반적으로 다량의 카페인이 포함돼 있다. 이밖에 당류, 비타민B와 같은 비타민, 카페인을 추출할 수 있는 열매인 과라나(Guarana), 고기와 생선에서도 자연적으로 발견되는 아미노산인 타우린(taurine), 그리고 지방을 에너지로 바꾸는 데 도움이 되는 물질인 엘카르니틴(L-carnitine) 등이다.

한국 녹색소비자연대의 조사에 따르면 우리나라 시중에 판매되는 26개 고카페인 에너지음료의 평균 카페인 함량은 우리나라 국민 1인당 평균 카페인 섭취량(67.1㎎)의 145%, 청소년 일일섭취 제한량(125㎎)의 78%에 해당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불면, 불안'…에너지음료가 뇌에 미치는 영향

카페인은 뇌 활동에 영향을 미친다. 

2015년 국제 건강과학저널(International Journal of Health Sciences)지에 발표된 연구에 따르면 20밀리그램 이상의 양의 카페인 섭취는 카페인 중독과 관련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중독의 증상은 불안, 불면증, 위장 자극, 근육 경련, 불안 등이었다.

특히 뇌를 깨어있게 해 불면을 불러오는 것이 문제다. 실제로 미국은 군대에서 군인들이 피로로 인해 너무 많은 에너지음료를 소비하는 것에 대해 경고하기도 했다. 하루에 3번 이상 에너지음료를 마시면 하루에 2번 이하로 마시는 사람보다 평균적으로 약 4시간을 적게 잔다는 것.

미국 해병 및 해병대 보건 센터는 선원과 해병대원에게 4시간 안에는 200밀리그램 이하로 에너지음료를 섭취하고 하루를 통틀어도 800밀리그램 이상으로 카페인을 섭취하지 말 것을 권고했다.

카페인과 비카페인 성분의 '상호작용' 연구 부족

다량의 카페인만 문제가 되는 것은 아니다. 에너지음료에 포함된 카페인과 기타 성분간의 상호작용이 어떤 결과를 불러올지에 대한 연구가 부족한 상황이다.  

미국 메이요 클리닉의 영양학자인 캐서린 제라스키는 “전반적으로 우려되는 점은 카페인 외 에너지음료에 들어가있는 성분인 비타민, 아미노산 및 식물성 성분이 종종 식품이나 식물에서 발견할 수 있는 것보다 더 높은 농도로 존재하며 특히 카페인과 결합될 때 이들의 효과가 상승될 수 있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텍사스대학 헬스사이언스센터의 존 히긴스 박사는 “우리는 에너지음료에 대해 잘 알지 못한다”며 “카페인, 설탕, 각성제 성분들간의 상호 작용으로 어떤 결과를 불러올지를 확인하기 위해 더 많은 연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18세 미만의 여성, 임신한 여성, 카페인 감도가 있는 사람, 정기적으로 카페인을 섭취하지 않는 사람 및 특정 약물을 복용하는 사람, 주의력결핍장애(ADHD)를 갖고 있는 사람은 에너지음료를 섭취하는 것이 특히 더 위험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미국심장협회 저널에 발표된 18명을 대상으로 실시된 소규모 연구결과에 따르면 32온스의 에너지음료 섭취는 카페인이 함유된 다른 음료를 소비하는 것에 비해 심장의 활동과 혈압 상승에 더 큰 영향을 주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에너지음료에 포함된 카페인과 다른 성분간의 상호작용이 어떤 시너지효과를 발휘했다고 해석할 수 있는 여지가 있다. 하지만 연구저자는 해당 연구가 소규모인 만큼 조심스럽게 해석해야 한다고 전했다.

미국에서 에너지음료 섭취 성인 심장마비로 사망

미국에선 에너지음료를 8캔 마신 성인이 심장마비로 사망하는 사례가 있었다. 숨진 28세 청년의 심장 동맥은 완전히 닫혀있었다.

히긴스 박사는 “에너지음료는 스트레스 레벨, 심장 박동수와 혈압을 올리는데 이러한 작용은 혈관의 피를 조금 진하게 만들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한 캔 이상의 에너지 음료를 섭취한 후에 심장마비가 온 사람들의 사례가 몇 가지 있었는데 이들의 상태에 대해 일종의 추가 분석을 수행했을 때 몸속의 높은 타우린과 카페인 함량 말고는 특별한 점이 발견되지 않았다”고 전했다.

운동하면서 마시는 에너지음료는 특히 더 위험할 수 있다.

히긴스 박사는 “운동 중 심장 혈관은 커져야 하는데 에너지음료에서 카페인과 다른 성분들과의 상호작용은 동맥이 적절하게 팽창하는 것을 억제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美음료협회, "에너지음료 안전성 확인"

반면 미국음료협회(American Beverage Association)의 레이첼 힉스 대변인은 전 세계의 많은 사람들이 25 년 이상 에너지 음료를 안전하게 마셨다고 했다.

그는 성명서를 통해 “비타민 B와 타우린과 같은 에너지 음료의 많은 성분은 많은 식품에서도 자연적으로 발견된다”고 밝혔다.

또 “에너지음료는 유럽​​식품안전청(European Food Safety Authority, EFSA)의 최근 검토를 비롯해 전 세계 정부 안전 당국에서 광범위하게 연구되고 확인됐다”며 “EFSA는 지난 2015 타우린과 같은 에너지음료 성분이 카페인과 상호 작용할 가능성이 낮다고 결론을 내렸다”고 설명했다.

"에너지음료 섭취, 건강한 성인이라도 1일1캔만"

미국소아과학회는 12세에서 18세까지의 청소년의 경우 하루에 카페인 섭취량 100mg을 초과하지 않는 것을 권고했다. 메이요 클리닉(Mayo Clinic)에 따르면 대부분 성인의 경우 하루에 400mg 이하의 카페인 섭취가 안전하다.

메이요 클리닉의 제라스키는 “건강한 성인이라도 에너지음료를 1일 1캔을 초과해서 섭취하면 안 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