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크로소프트가 지난 2일(현지시간) 신제품 공개 행사를 열었습니다. 스포트라이트는 새로운 윈도 버전인 윈도10S입니다. 윈도 스토어앱만 사용할 수 있고 엣지 브라우저, 빙만 지원되는 상황에서 사실상 무료로 풀렸다는 점이 새롭습니다. 일단 윈도10의 기능을 한정한 체제라고 보면 됩니다.

 

윈도10S는 윈도10과 아키텍처가 동일합니다. 다만 기능에 제한이 있어요. 윈도스토어만 사용할 수 있고 가격이 파괴적이에요. 실제로 윈도10S를 탑재한 기기는 에이서와 델, 도시바 등이 수개월내에 출시할 예정인 가운데 시작 가격이 불과 21만원 수준입니다.

물론 고가 모델인 서피스 랩탑도 윈도10S가 탑재된다고 하니 완전한 저가, 혹은 무료라고 볼 수 없지만 최소한 마이크로소프트가 제조사와의 라이선스 산정에 있어 획기적인 방식으로 '후려치기'를 했을 가능성은 매우 높습니다.

그래서 윈도10S를 가만히 보면 마이크로소프트의 흑역사인 윈도RT가 연상됩니다. 새로운 프레임워크까지 짜며 굳이 윈도스토어만 강제했던 마이크로소프트의 쓰라린 기억이지요. 자. 질문입니다. 마이크로소프트는 왜 윈도10S를 런칭했을까요?

마이크로소프트는 보안과 성능을 말합니다. 부팅이나 로그인 속도 등이 좋아졌다고 하네요. 다만 더 중요한 것은 보안인 것 같습니다. 윈도스토어만 사용할 수 있는 점을 말하며 검증되지 않은 앱을 사용할 수 없기 때문이라고 말 합니다.

참고로 윈도10의 경우 보안을 이유로 최근 이를 채택하는 경우가 많다고 합니다. 시장조사기관 가트너는 이와 관련된 설문조사 결과를 발표하며 "2015년과 2016년 동안 윈도10의 평가 및 도입에 소요되는 시간이 23개월에서 21개월로 단축되었다"며 "설문조사 응답자들 중 49%가 보안 강화를 이유를 꼽았다"고 전했습니다.

▲ 윈도10 설문. 출처=가트너

맞는 말이지만 뭔가 부족한 설명입니다. 윈도스토어만 지원되기 때문에 '더러운 앱'이 들어올 여지가 없어 보안에 강하다? 이건 현대 자동차가 타이어를 팔며 자회사 타이어만 강매하고는 '현대차에 가장 알맞는 타이어기 때문에 사고위험이 낮아요'라고 말하는 것과 비슷합니다. 맞는 말이기는 한데 굳이 이렇게까지 해야 하나...

크게 두 가지 거대한 이유가 보입니다. 하나는 특정 시장 공략. 교육 분야입니다. 윈도10S는 가격도 낮고 윈도스토어라는 제한된 생태계만 제공하면서 교육시장에 특화된 서비스를 다수 보유하고 있습니다. 사용기간 제한이 없는 교육용 오피스365가 제공되고 마인크래프트에 기반한 코딩교육 소프트웨어, 마인크래프트 에듀케이션 에디션 코드 빌더(Minecraft Education Edition Code Builder)를 제공하는 쪽을 집중할 필요가 있습니다.

상상해봅시다. 학교 입장에서 학생에게 무엇을 권할까요. 저라면 윈도10S입니다. 시시껄렁한 게임앱 설치할 수 있는 여지도 줄이고, 이에 따른 보안상의 위험도 낮으며(윈도스토어만 지원) 저렴하며(탑재 기기 시작 가격 21만원) 공부할 수 있는 도구와 이를 제어할 수 있는 기능이 있으며(오피스 365)에 스티브 잡스로 가는 지름길, 코딩(마인크래프트 에듀케이션 에디션 코드 빌더)교육까지 기본탑재라니! 서피스 랩도 마찬가지죠.

지난해 미국 교육시장에서 크롬북은 50%의 점유율을 넘겼습니다. 비결이 무엇일까요? 다양한 이유가 있지만 학교 입장에서 관리가 편해서입니다. G 수트 포 에듀케이션은 이를 적절하게 수행하는 무기였어요. 마이크로소프트도 동일한 생각을 한 것 같습니다. 오피스 365로 교육의 도구와 콘트롤을 제공하며 크롬북을 정조준했어요. 참고로 마이크로소프트도 교육용 오피스 365에 클라우드 서비스를 탑재한다고 합니다. 구글의 방식과 소름끼치도록 같아요. 타깃은 명확하죠.

▲ 자료사진. 출처=MS

또 다른 이유는 자체 생태계 강화입니다. 윈도10S는 업데이트 할 수 있습니다. 이런 전제를 깔고 윈도스토어만 지원하고 엣지와 빙만 사용할 수 있습니다. 쉽게 말해 마이크로소프트의 생태계만 사용할 수 있다는 겁니다. 여기에 낮은 가격이 진입장벽을 낮추고요. 더 들어갑시다. 윈도10S가 교육 현장에서만 사용될까요? 아니죠. 회사도 충분히 고려할 수 있습니다. 그룹 협업 도구인 팀즈가 들어가 있습니다. 학교에서 윈도10S에 느꼈던 매력은 모두 회사도 마찬가지라는 뜻입니다. 갤럭시S8 출시하며 덱스를 출시, 스마트 워크 시장을 선점하겠다고 호언하고 있는 삼성전자는 긴장해야겠어요?

그리고 우리는 여기서 재미있는 인사이트를 발견할 수 있습니다. 소프트웨어, 즉 사용자 경험의 핵심을 가지고 있으면 무엇이든 할 수 있다는 것. 윈도10S는 모바일 시대가 열리며 마이크로소프트는 힘이 빠졌지만, 그래도 운영체제라는 핵심이 있기에 정말 다양한 실험을 할 수 있다는 점을 잘 보여줍니다. 엣지와 빙, 윈도스토어만 제공해도 특정할 수 있는 타깃 시장이 있을 수 있는 이유는 역시 핵심인 운영체제에 대한 마이크로소프트의 믿음이 있기 때문입니다.

이는 이러한 기업들이 '무엇이든 할 수 있다'는 점에서 일종의 공포로 다가오기도 합니다. 아마존 이야기를 할까요. 잘 알려지지 않았지만 아마존 AWS는 럼버야드라는 게임엔진을 가지고 있습니다. 트위치도 가지고 있고, 최근에는 게임사 영업 준비도 한다고 하네요. 그림이 그려집니다. AWS와 럼버야드, 트위치, 게임 콘텐츠. 모든 것은 연결됩니다. 그리고 모두 총체적 생태계로 수렴되지요.

윈도10S는 교육 시장을 노린 특화형 아이템입니다. 그리고 이 과정에서 마이크로소프트는 변종 윈도를 통해서 자신들이 그나마 공략할 수 있는 곳을 유연하게, 그것도 자신만의 방식만으로 뚫을 수 있다는 자신감을 보여줬습니다.

나아가 이러한 자신감이 생태계의 연쇄적 효과로 전이된다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요? 윈도10S에 클라우드가 지원되고, G 수트 포 에듀케이션도 클라우드와 연결되는 지점이 의미심장한 이유입니다. 대박이든 중박이든 실패든, 일단 이들은 무엇이든 할 수 있습니다.